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최진석



건너가는 자

(2024)


불교 철학의 대표 경전인 ‘반야심경’을 쉽게 풀이한 책. 반야심경과 부처의 말을 해석하며 인생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이들에게 묵직한 닻을 선사하는 것이 책의 목표이자 주제.


주요 질문은 간단함. ‘당신의 고삐는 무엇인가’. 여기서 고삐란 ‘경영’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단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질문은,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 ‘당신 인생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라고 해석할 수 있음.


그리고 답변을 위해 활용하는 경전이 바로 반야심경임. 반야심경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의 줄임말로,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기 위한 크고 높은 지혜를 담은 핵심 경전’이라고 풀이할 수 있음.


즉 이 책은, ‘인생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익숙한 이곳에서 낯선 저곳으로 건너감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를 역설하고 있다고 보면 됨.


건너가기에 앞서 인생의 목표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단순히 소유적인 태도로는 번뇌를 끊을 수 없음을 냉정하게 짚음.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삶의 방향을 나 하나가 아닌 우리 모두를 향해 돌려야 한다고. 나와 사회의, ‘공동체의 진화에 공헌하는 것’을 인생의 궁극적인 고삐로 잡기를 저자는 희망함.


나 혼자 밥 벌어먹기도 벅찬데 너무 거창하게 떠드는 거 아님?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모두가 힘든 작금의 세태에서 나만 생각하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이기적인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자, 정도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어쩌면 숨 한번 크게 내쉬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갖는 것부터가 열반의 지름길일 수도.


그렇다면 ‘이곳’은 뭐고 ‘저곳’은 뭔가. 속세와 불국을 말하는 것인가? 넓게 보면 맞는 말이지만, 반야심경을 주창한 대승 불교는 ‘경계를 없애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기에, 이는 곧 속세와 불국 사이의 경계도 없애려 했다고 할 수 있음. 중요한 것은 깨달음이지 장소가 아님. 깨닫게 되었으면 그 순간 그곳이 바로 불국인 거임.


그럼 뭘 깨닫는데? 그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로 갈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음. 이 말은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존귀하다’는 뜻인데, 이는 매우 편협한 해석이고 ‘나만이 존귀하다’가 아니라 ‘누구나 존귀하다’로 넓게 봐야 할 듯함. 나뿐만 아니라 상대도 존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을 때, ‘평등’을 알게 되었을 때 역설적으로 비로소 너와 나를 넘어 진정한 나를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함. 더 나아가 경전을 읽고 단순히 해석에 그치거나 추종하지 않고 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경전’을 써나가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음.


너무 뜬구름 아님? 음... 종교와 철학이 다 그런 것 아니겠니. 근데 뉘앙스는 이해가잖아...? 전공자도 아니고 모든 걸 샅샅이 알기보다는 전체적인 느낌만 가져가면 된다고 봄.


아니 근데 그래서, 결국은 ‘지혜롭게 살아가자’는, 흔하디흔한 자기계발서 아님? 어, 맞아... 실제로 그러함. 아재들한테 특히나 인기 많을 듯... 온갖 좋은 말을 설파하지만 결국엔 자기계발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함. 그러나 반야심경 해설이라는 일차적인 목표를 잃지 않으면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경전을 알기 쉽게 풀이하는 묵직한 어투가 이 책을 얕은 자계서로 보이지 않게 함. 진중한 교수님의 지루한 강의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매력이 있음(물론 시험은 어렵고 점수는 짜게 줄 듯).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읽은 건 아니고, 내 취미가 독서란 걸 알게 된 지인분이 함 읽어보라고 억지로 빌려줘서 읽었는데, 솔직히 나쁘지 않았음. 무엇보다 그래도 관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불교에 대해서, 불교 철학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본 경험만으로도 만족스러웠음. 반야심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거나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 도태되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 자라면 더욱 재밌게 읽을 듯함.






3.5 / 5.0

‘건너가는’ 지혜 속에서 조언과 질문을 묵직하게 왔다 갔다

24. 06. 18.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