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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히데히로
잡초학자의 아웃사이더 인생 수업
(2024)
주류에서 밀려난 쓸모없는 풀로 일괄되기 일쑤인 잡초. 그러나 저자는 드넓은 생태계에서 ‘쓸모’란 인간이 만들어낸 기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적하며 오히려 잡초라는 ‘아웃사이더’가 종의 진화를 이루어냈음을(이루어 낼 수 있음을), 이러한 다양성은 모자라거나 모난 것이 아니라 ‘자기다움’이자 ‘개성’임을 역설하며 자기 확신과 용기가 부족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냄.
일단 글이 아주 쉬움. 학술적인 내용이 없는 것이 아님에도 막힘없이 쑥쑥 읽힘. 말투 자체가 나긋하고 부드러워 번역 가독성도 좋고 중간중간 삽화 캐릭터도 귀여움. 냉정히 생각하면 자기계발서의 탈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계몽이나 훈수가 아닌 응원이 주목적이고 그 안에서 각성을 위한 핵을 건네듯이 조심히 전해주어 자계서보다는 교양서로 읽힘. 즉, 책 전반적으로 목적에 따른 균형감이 좋음.
이는 책의 타깃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저자가 희망하는 독자층이 질풍노도의 사춘기 청소년이나 자신은 인생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로 보이니, 그들이 읽게 하기 위해선 쉽게 쓸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음. 어려우면 읽다가 안 그래도 낮은 자존감에 ‘나는 이런 것도 이해 못 해’하며 때려치울 테니까... 다만 그러한 점을 너무 의식해 같은 말을 지나치게 반복하기도 함.
내용을 보면, 잡초의 특별함에 대해 노래한다고 보면 됨. 조금은 늦게 싹트고 조금은 이상한 모양으로 자라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것임. ‘평균’이라는 것은 획일화를 좋아하는 인류가 만든 잔혹한 체계에 불과하니, ‘남들과 같음’에 목숨 걸지 말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자신만의 ‘니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음. 세상 어딘가에는 자신이 온리원이자 넘버원이 될 수 있는 자리가 분명히 있다고.
이러한 따스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단점을 꼽자면, 잡초의 ‘평범함’에 대해서는 큰 언급이 없다는 것임. 톡 튀고 모난 면을 단점이 아닌 개성으로 보라는 시선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이는 어쨌든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는 사람에게나 통하는 말이 아닐까 싶음. 무엇 하나 조금이라도 특출나다고 착즙할 거리가 없는 흔해 빠진 평범한 사람이 읽는다면... 나는 나만의 개성(다양성)이 없어서 환장하겠는데 뭘 걱정하지 말라는 거야, 할 수도 있을 듯... 뭔데 저렇게 묘사가 자세함? 조용히 해...
또한 잡초는 그저 번식만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질기게 살아가고 있었을 뿐인데, 이를 인간 개개인의 마음가짐에 빗대려고 하니, 생물의 생존 전략과 인간의 가치 전략 사이에서 묘한 괴리감이 느껴지게 됨. 인간의 관점으로 보자면 고작 어떻게 하면 씨를 남기고 번식할 수 있을까라는 일차원적인 고민을 인간의 개성에 빗대어 확대 해석한 것에 불과해 보이고, 자연의 관점으로 보자면 대자연의 구성 섭리를 고작 인간이라는 한 종, 그중에서도 작디작은 한 개인의 정신 승리를 위해 써먹다니 오만하다고 볼 수도 있을 듯.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대전제는 순식간에 지나치고 ‘우리 각자는 모두 특별하다’만을 먼저 앞세워 생긴 맹점이 아닐까 조심스레 짚어 봄.
그래도 삶을 포기하지 말라는 따뜻한 메시지와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않기를 당부하는 인생 선배의 조언이 마음을 울림(그런 의미에서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학생들이 제각각 따로 놀아도 힘들다는 저자의 의식적 한계는... 인간적이긴 하나 굳이 두세 번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확대 해석과 정신 승리라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알량한 고찰로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 뿐 아니라 그와 동시에 동식물과 인간의 종을 허물어 우리 모두가 하나뿐인 존귀한 존재임을 역설함이 인상 깊음.
아무튼, 단정하고 편한 문체로 이루어져 읽기에 부담이 없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 ‘자기다움’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주제는 잘 와닿았음. 해박한 과학적 지식과 불교적 색채를 보기 좋게 결합한 면도 좋고. 삶을 보는 천편일률적인 관점을 비틀어 따뜻함을 제시해 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추천할 이유가 있음.
그러니 마치 가볍지만 든든한 식사를 한 듯, 기분 좋은 포만감이 밀려옴.
잘 읽었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말자’라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을 편안하고 포근하게 일러주는 ‘자기희망서’
24. 06. 22.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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