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 메이저 라이터, 즉 주요 작가란 게 뭡니까? 그건 태어나 살고 있는 그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는 사람을 뜻합니다. 찰스 디킨스가 그 예입니다. 산업혁명 시기 영국의 움직임을 가장 기민하게 다루는데 성공했거든요.”(실은 조지 오웰도 그러했다. 20세기 초중반 인류 삶을 전방위에서 옥죄는 전체주의 체제가 등장했을 때 그걸 정면에서 다룬 게 <동물농장>과 <1984> 아니던가? 복거일은 자신도 오웰의 군더더기 없는 에세이의 글 스타일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우리 문단에서 그런 작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에 앞서서 주변부 문명권인 한국사회의 문제를 인식했고, 성공적으로 문학작품에 담았던 분이 <광장>과 <회색인>의 최인훈 선생이죠. 저는 그 분을 위대한 작가로 아무런 조건이 없이 인정합니다. 최인훈 선생도 그렇고 저도 결국 같은 걸 보았던 겁니다. 그건 기자 출신 평론가 고종석씨도 그건 마찬가지이겠구요. 그런 이유로 저는 최인훈 선생의 그늘에 가리겠지만, 복거일도 우리시대 주요 작가의 하나로 꼽힐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인훈 선생을 누가 감히 폄하하겠습니까? 단 저는 그 정도로 높이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는 좀 유보적입니다.
“아니예요. 우리시대 그분만큼 다차원의 층위를 가진 작가는 없습니다. 그 분이 프랑스에서 태어났더라면 장 폴 사르트르 이상 가는 작가로 자리매김됐을 겁니다. 지식인 소설의 전형이지만, 스토리텔링도 뛰어나세요. 그 생경한 관념을 그 정도로 우려낼 수 있는 솜씨는 저는 도저히 못 따라갑니다. 특히 <회색인>이 중요한 작품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럼 <광장>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까?
“왜 우리 시골에서 장남을 보고 문열이라고 하잖아요. 문을 열고 나오느라고 키가 작습니다. <광장>은 권위주의 정부인 이승만 정부가 붕괴된 직후 등장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억압 속에 만들어졌다면, <회색인>은 그런 게 없습니다. <광장>이 프랑스어로 번역돼 서구에 소개됐지만, 실은 <회색인>이 더 큰 보편성을 가졌을 것이라는 게 제 소견입니다.”

-최인훈은 1980년대 이후 민족문학 민중문학으로 흘러간 문단 상황 속에서 저평가됐고, 지금은 더욱 그런 느낌입니다.
“맞아요. 현실변혁에 복무하는 리얼리즘 문학에 너무 경도된 탓입니다. 사실 그 분이 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보세요. 소설가 박태원의 소설을 패러디한 작품인데, 큰 사건이나 드라마도 없으면서도 독자를 빨아들이잖아요. 희곡은 또 어떻습니까?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등은 걸작입니다. 도대체 그 분이 손대지 않은 게 없으니 제가 농담 삼아 말하곤 합니다. ‘저주 받을진저! 나보다 먼저 태어나 내가 할 일을 미리 모두 해낸 사람이여!’”(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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