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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타나베 기요시 지음, 장성주 옮김
- 『산산조각 난 신: 어느 태평양전쟁 귀환병의 수기』 (원제는 『砕かれた神: ある復員兵の手記』)
- 글항아리, 2017년
이 책의 저자는 16세이던 1941년 5월 해군 수병에 자원 입대, 4년 4개월간 군 생활을 하다 1945년 패전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열여섯에 집을 떠났다가 스무살에 패전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온 저자가 1945년 9월 2일부터 1946년 4월 20일까지 적은 일기를 책으로 엮였습니다.
저자는 집안이 가난해서 더 공부할 수 없었고, 차남으로 태어나 땅을 물려 받을 수도 없었다는 사정도 있었지만 그래도 열여섯의 나이에 스스로 자원 입대를 하고 "천황 폐하를 위해 죽는 것"만을 생각하며 살아오던 그야말로 '황국신민'의 상징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패전, 그것도 많은 동기들이 바닷속의 '와다쓰미'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죽지도 못하고 살아 맞이한 패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패전 이후 그가 목숨보다 귀중히 여겼던 천황에 대한 감정은 점점 험악해져갑니다. 이는 전쟁에서 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천황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고 도조 히데키 등 부하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려는 비겁한 모습에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문으로 접한 맥아더-히로히토 회담은 천황이라는 신이 산산조각 나는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저자는 이 날 일기에 "나의 '천황 폐하'는 이 날 죽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메이지 시기의 제국 헌법이 일본국 헌법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는 천황을 국민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규정에 대해서는 "차라리 정어리 대가리를 상징으로 삼는 게 더 나을 것"이라며 조소 할 정도죠.
패전전만 하더라도 무시하고 경멸했던 공산당의 주장 - 천황제 타도-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입장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산산조각 난 신이라는 제목보다 더 어울리는 제목이 있을까 싶네요.
또, 이 책 곳곳에서 살아남았다는 부채 의식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저자는 결국 살아남았지만 저자의 동기 상당수는 전쟁의 끝을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저자 역시 혈흔이 낭자하고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는 전장에서 감수성이 풍부한 십대 후반을 보냈습니다. 결국 저자는 스무살 이후 자신의 삶은 "어차피 한 손에 전우들의 위패를 쥔 인생"이라며 자신의 청춘은 "전장의 불길에 녹아서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고 적어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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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조선인 김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역사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안타깝더라고요.
낮에 점심을 먹고 툇마루에서 잠깐 쉬고 있으려니, 넝마주이 김씨가 홀쭉한 부대를 등 뒤에 걸친 채 찾아왔다.
[…] 어머니한테 들으니 김씨는 연말에 조선으로 돌아갈 거라고 한다. 그는 열두 살 때 고향인 경상도를 떠나 28년 동안이나 일본 각지를 전전하며 일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유독 차별을 당하고 심한 꼴이 되거나 모진 일도 꽤 겪은 듯하지만, 이제는 떳떳하게 독립된 조선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얼마나 기블가. 남의 일인데도 왠지 나까지 후련해지는 사연이다.
- 105~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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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천황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 국화와 칼에서 나왔던 일본인들의 전쟁 전후로 천황에 대한 인식+입장 변화의 한 예시가 엿보이는 게 재밌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