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고는 하지만 고요하게 갠 날로, 바랜 듯한 강가의 돌들 사이, 졸졸 흐르는 물가에 선 말라비틀어진 쑥 이파리를 흔들 만한 바람도 없었다. 강가의 키 작은 버드나무는 잎 없는 가지에 물엿처럼 부드러운 햇살을 받아 우듬지에 있는 할미새의 꼬리가 움직이는 것까지, 선명한 그림자를 길 위에 떨어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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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인가가 점차 뜸해지더니 이제는 드넓은 겨울 밭 위로 먹이를 쪼아 대는 까마귀가 보일 뿐, 산그늘도 사라지고 남은 눈빛도 푸르스름 아련했다. 맑기는 하지만 날카로운 거먕옻나무 우듬지가 눈 아프게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조차 어쩐지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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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굽 소리가 울리는 망망한 들판은 누렇게 마른 갈대로 덮여 군데군데 고인 물웅덩이도 차갑게 푸른 하늘을 비치며 이 겨울 오후 그냥 그대로 얼어붙지 않을까 싶었다. 그 가장자리로는 일대의 산맥이 해를 등지고 있는 탓인지 반짝이는 잔설 빛도 없이 보라색 섞인 어두운 색을 기다랗게 끌고 있었는데 그것조차 쓸쓸한 몇 무더기 마른 갈대숲에 가려져 뒤따르는 두 시종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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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호에 면한 아담한 마을로, 어제와는 달리 무겁게 가라앉은 하늘 아래 초가집 몇 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 언덕에 서 있는 소나무 사이로는 회색 물결을 일으키는 호수 수면이 닦는 것을 잊어버린 거울처럼 을씨년스레 펼쳐져 있었다.
- <마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국경의 산을 북쪽으로 올라 긴 터널을 통과하자, 겨울 오후의 엷은 빛은 땅밑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했다. 낡은 기차는 환한 껍질을 터널에 벗어던지고 나온 양, 중첩된 봉우리들 사이로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산골짜기를 내려가고 있었다. 이쪽에는 아직 눈이 없었다.
개울을 따라 이윽고 너른 벌판으로 나오자, 신기하게 깎아지른 정상으로부터 완만하고 아름다운 사선이 멀리 산기슭까지 뻗어내린 능성 위에 달이 떠올랐다. 들판 끝, 단 하나의 볼거리인 그 산의 온전한 모습을 엷게 노을진 하늘이 짙은 남빛으로 선명하게 그려 냈다. 달은 아직 흐릿하여 겨울밤의 차고 깨끗한 느낌은 없었다. 새 한 마리 날지 않은 하늘이었다. 산자락에 펼쳐진 들판이 거침없이 좌우로 드넓게 뻗어나가 강가에 닿을 만한 지점에, 새하얀 수력 발전소같은 건물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황량한 거울 차창 밖에서 어슴푸레 저물어 갔다.
-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




폭포의 전망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높이 약 60미터의 검게 윤이 나는 바위 위로 구름이 흐트러져 빛나고 있다. 성긴 잡목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면 물이 잔걸음으로 달려 나와 한꺼번에 밀어닥친다. 상방 3분의 1정도는 하얀 물보라만 보이고 바위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폭포 물은 그 바위쯤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 떨어진다. 폭포를 쳐다보는 사람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듯하다가 어느새 전방으로 밀려와 열 겹 스무 겹 단을 만들고, 하얀 갈기를 마구 흔들며 낙하한다. 그런 물줄기를 거스르는 바위에는 줄기까지 물이 뚝뚝 떨어지도록 젖은 잡초가 조금 돋아 있을 뿐이다. 바람의 방향은 끊임없이 바뀌었고, 그 때문에 안개가 흩어져 날리는 방향 또한 일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른쪽 기슭의 키 큰 초목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은 평정 그 자체로, 규칙적인 평행의 빛줄기를 낙하하는 물 위에 던지고 있다. 사방은 폭포 소리와 매미 소리로 가득 차 이 두 소리가 서로 대항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하나의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말자하면 온통 폭포 소리로, 혹은 온통 떼로 합창하는 매미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 <짐승들의 유희>, 미시마 유키오 -




동북쪽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이었다. 발밑으로 왼편에는 벼랑이 깎여 경사면으로 널찍하게 붉은 흙이 드러나 있고, 불도저가 여러 대 움직이고 덤프트럭이 흙을 운반하고 있다. 그 트럭도 여기서는 작게 보이지만,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주변의 공기를 끊임없이 주름지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규칙적으로 이어진 공업시험소와 비행기 회사의 회색 지붕들이 중앙사무소 콘트리트 앞마당에서 회차반환점 노릇을 하는 작은 소나무 한 그루와 함께 햇볕을 쬐고 있다.
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시골 마을이 보인다. 희미한 햇살이 만든 미묘한 그림자가 높고 낮은 지붕을 찬찬히 덮고, 공장의 수많은 용마루 그림자도 줄지어 있다. 그리고 엷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경 여기저기서 조개껍데기처럼 반짝이는 것은 오고 가는 자동차의 앞 유리창이었다.
  풍경은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원근감이 줄고 독특해지고 녹이 슨 것 같기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해서, 여러 가지가 뒤섞인 느낌이 깊어졌다. 벌겋게 녹이 난 기계들이 들판에 버려져 있는 건너편에서 붉은색 기중기가 느릿느릿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그 너머는 이제 바다인데 방파제 돌무더기의 흰색이 눈에 띄고, 매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부두에 정박한 칠이 벗겨진 초록색 준설선이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 <오후의 예항> , 미시마 유키오 -




그러나 그런 행동 요령을 눈여겨보지 못해서였는지 아니면 감히 남들처럼 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는지, 기도가 다 끝났는데도 신입생은 여전히 모자를 무릎 위에 그대로 얹어 놓은 채였다. 그것은 챙 없는 털모자, 샵스카형 군대 모자, 빵모자, 챙 달린 수달피 모자, 무명 보닛 모자의 온갖 요소들이 한데 섞인 혼합식 모자의 한 유형, 요컨대 어떤 멍청한 사람의 얼굴처럼 그 말없는 추악함이 표현의 깊이를 더해 주고 있는 그런 한심한 물건의 하나였다. 살대들로 받쳐서 타원형으로 부풀린 그 모자는 우선 둥글게 감은 세 개의 테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다음에 붉은색 띠로 구획된 비로드와 토끼털의 마름모꼴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이어졌다. 그러고는 거기에 자루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그 끝은 밑에 마분지를 받친 다각형이고 복잡한 장식끈들을 붙인 수가 잔뜩 놓여 있으며, 또 그 자루에는 너무나도 가느다랗고 긴 끈의 끝에 금실로 만든 가로막대가 일종의 술장식으로 매달려 있었다. 모자는 새 것이어서 차양이 번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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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개울을 따라 용빌로 돌아왔다. 더운 계절에는 강둑이 넓어져 마당의 담장들이 밑까지 훤히 드러나 보였고 거기서 강으로 내려가는 몇 계단의 사닥다리가 드리워 있었다. 강물은 소리도 없이 빠르게, 보기만 해도 차갑게 흐르고 있었다. 길고 가는 풀들이 강물의 흐름에 떠밀리는 대로 다 같이 휘어지면서 마치 버려진 녹색의 머릿단이 맑은 물 속에 퍼져 있는 것 같았다. 때때로 골풀의 끝이나 수련 잎사귀 위에 다리가 가느다란 곤충이 기어가거나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태양 광선은 물결 위에 부서졌다가 다시 만들어지곤 하는 작은 물방울들을 파랗게 비추고 있었다. 가지를 쳐 낸 묵은 버드나무가 잿빛 껍질을 물 위에 비추고 있었다. 그 너머 일대의 목장은 텅 비어 있었다. 농가의 식사 시간이었다. 젊은 여자와 그녀를 동반한 남자가 걸어가는 동안 귀에 들리는 것이라곤 샛길의 흙을 밟는 자신들의 규칙적인 발소리와 그들이 주고 받는 말소리와 에마의 주위에 사락사락 옷 스치는 소리뿐이었다.
- <마담 보바리> , 귀스타브 플로베르 -




꼬마 요정처럼 조그마한 소녀가 곤충 같은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보이고 상대적으로 너무 큰 듯한 개 한 마리도 보였는데, 모든 것이 아주 뚜렸해서 마치 푸른 언덕과 작고 불그스름한 사람들을 그린 옛 그림 속에서 밀랍처럼 창백하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는 순례자들과 노새의 행렬을 다시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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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롤리타는 충분히 탄력 있게 서브 동작을 시작하면서 왼쪽 무릎을 구부려 높이 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때 땅을 디딘 발끝과 싱싱한 겨드랑이와 빛나는 팔과 한껏 뒤로 젖힌 라켓 등이 햇빛 아래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 채 한순간 그대로 멈추었고, 그녀가 반짝이는 이를 드러내고 방긋 웃으며 올려다보는 하늘에는 작은 천체 하나가 높이 떠 있었는데, 그곳이야말로 바야흐로 황금빛 채찍을 휘둘러 청아하고 낭랑한 소리를 내면서 강타하겠다는 분명한 목적 의식을 갖고 그녀가 창조한 힘차고 우아한 우주의 정점이었다.
-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소설의 묘사들 모아봤어
뭔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일본의 문학적 미의식이라는 걸 스타일이나 문체로도
분석을 할 수가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