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beed207d0f53da4619ef3b82ed006733e4947cd7c0e2647f619d3486d866159


타나토스 우리 불멸의 존재들은 정말 잔인해. 올림포스 신들이 어디까지 운명을 이끌고 갈지 나는 묻고 싶지도 않아. 모든 대담함은 그들 자신까지 파괴할 수도 있어.


에로스 누가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카오스의 시대부터 오직 피만 보았을 뿐이야. 인간들의 피, 괴물들과 신들의 피. 핏속에서 시작되고 핏속에서 끝나지. 자네는 어떻게 태어났다고 생각하나?


타나토스 태어나기 위해 죽어야 한다는 것은 인간들도 알고있어. 올림포스 신들은 모르고 있지. 잊어버린 거야. 그들은 덧없이 지나가는 세상에서 영원히 지속되지. 그들은 존재하지 않아. 그냥 있을 뿐이야. 그들의 모든 변덕은 숙명적인 법칙이 되지. 꽃을 하나 표현하기 위해 한 인간을 파괴해.


에로스 그래, 타나토스. 그런데 우리는 히아킨토스가 품게 된 풍부한 생각들을 고려하지 않는 거야? 그 열망 어린 희망은 바로 그의 죽음이 되었지만, 또한 동시에 그의 탄생도 되었어. 그는 무의식적인 젊은이, 약간 몰입해 있고, 유년기의 안개에 가려 있으며, 소박한 땅의 소박한 왕 아미클라스의 아들이었어. 만약 델로스의 주인이 없었다면 대체 무엇이 되었을까?


타나토스 인간들 사이의 한 인간이었겠지, 에로스.


에로스 알아. 그리고 운명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나는 변덕에 대해 부드럽게 생각할 수 없네. 히아킨토스는 빛의 그늘 아래에서 엿새를 살았어. 그에게는 완벽한 즐거움도 없지 않았고, 신속하고 쓰라린 죽음도 없지 않았네. 그것은 올림포스 신들이나 인간들이 모르는것이지. 타나토스, 자네는 그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타나토스 <빛나는 자>가 우리처럼 그에 대해 슬퍼하기를 원하네.


에로스 자네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군, 타나토스.


─체사레 파베세, 『레우코와의 대화』 中




완벽한 독서가 불가능하다면, 무한한 해석의 여지를 품은 책에 매력을 느끼는 건 필연일까


읽는 내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잘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파고들 구석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위안과 자극을 얻었음


사람 앞날 모른다지만, 연말에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면 이 작품이 다섯 손가락에 들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