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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창 출판사, 이명곤 역으로 읽었다
역자는 철학자인 것 같은데 프랑스에서 유학해서 그런지 프랑스어 번역판을 기준점으로 삼았고, 기존의 한국어 번역판도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중간에 자연스럽게 달러를 쓰는 비유가 들어간 걸 보면 영역판도 참고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런 건 덴마크 단위로 써줬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내가 몰라서 그렇지 원전에서도 달러를 사용한 비유였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번역에 그다지 불만을 가질 수 없는 이유는, 원래부터 어려운 책이라는 점도 있지만
시덥잖은 부분까지 시시콜콜하게 역주를 달아 해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비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나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독갤픽은 이거다. 치우 출판사, 임춘갑 역
이건 버스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만 있어서 빌릴 수 없었다
그래서 키르케고르의 사상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나는 헤겔과 칸트의 원전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잘못 아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온당한 지적을 바란다)
칸트적인 입장에서 기독교를 읽어낸 끝에, 하나의 진리로서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원죄 의식이란 칸트의 비사회적 사회성과 같은 것이 아닐까
인간의 모든 개체가 태생적으로 타고 난 악, 극복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
그것이 원죄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원죄를 거부하는 것은
자신이 되기를 거부하며 절망하는 자
그 원죄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이 자신이기를 바라며 절망하는 자
원죄를 신 앞에 고백하고 감히 용서받기를 청하는 것이
진정한 기독교도다... 그런 얘기였던 것 같다
이 용서는 한 번으로 끝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 존재 자체가 죄이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매순간 죄를 짓고 있기 때문에, 세간의 인식처럼 화장실 가듯이 고해성사 한판 때리고 나면 용서를 받는 것이 아니다
인간 존재 자체가 죄이기 때문에, 자아는 변증법적인 것이 되고, 살아있는 매순간마다 절망과 싸워나가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것이 실존주의가 되는 것 같다
키르케고르는 이 책에서 당시 덴마크 종교계를 지배하던 헤겔주의 목회자들을 맹렬하게 비판했는데
헤겔적인 기독교는, 기독교가 시작부터 내재하고 있는 역설과 모순을 배제하고 합리적으로 신을 보려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신이라는 가장 비-기독교적인 사상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키르케고르에게 있어 진정한 기독교는 신=인간이기 때문이다
책에선 저런 도식으로 쓰였는데 내 생각에는 인간->신 / 신->인간 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다. 물론 신=인간 또한 그 의미에 반드시 포함되지만, 그리스도가 인간 세계에 온 것을 신->인간 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걸 중요시하는 것 같다
신이란 일종의, 인간에게 내재된 무한성과 같은 것이라고 읽었는데
그러면서도 동시에 인격신이어야만한다
왜 범신론적인 신이 아니라 인격신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쨌든 기독교 내에는 모순과 역설이 내재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신앙은 비합리적인 것일 수 밖에 없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라는 이야기는 사실상 삶에 대한 최근의 내 인식과도 맞닿아있는 것이고, 이것을 보기 위해 책을 빌렸기 때문에 의미는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목숨을 건 도약(=신뢰의 도약)을 읽기 위해 빌린 것이다
상술한 내용은 물론 목숨을 건 도약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긴 하지만, 나는 이 책에 그 단어가 고스란히 등장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철학적 단편 후기' 라는 다른 책에 나온 단어라고 한다...
인간 내면에 무한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직시하고, 그것에 의지하고, 그것에 대해 겸허히 스스로 무릎 꿇어야한다는 주장은
(당연히 나를 포함하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독교도들도 이걸 받아들이기는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 종교가 죽어가고 있는 것일테지
마치 일식과 같이, 비대해진 자아가 무한성을 가리고 있다
물론 그 무한성이 존재하기는 한다면 말이지만
헤겔의 입장은 보편적인 선이 있다고 생각했죠. 반면에 키르케고르는 주관적인 선을 믿었고요.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은 안나는데 대충 하고 싶은 말이 인간의 자유의지 -> 실존주의의 초석으로 이어졌죠. 실존을신앙을 해석하는 방법은 솔직히 잘못된 것 같긴합니다.
그럼에도 기독교도들에게 아무런 가르침을 주지 않았은가?라고 말한다면 그건 또 아닌게 시련을 끊임없이 존재해야 한다고 느끼며 평온만을 찾으러 가는 기독교들을 비판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죠.
나도 종교인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키르케고르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선과 악을 한번에 설명하려한 것 같음 그리고, 공리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발판이 없는)에서 무한성을 인지하려면 목숨을 건 도약을 해야만 한다는 것도 굉장히 설득력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