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면 달리기를 포기하든가 개와 정면으로 대결하든가 둘 중의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나는 후자를 택했다. 개나 문 예평론가를 무서워해서야 어떻게 소설을 쓰겠는가,라고 하면 조금 과장이지만 아무튼 개 따위에 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내가 먼저 개한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나는 개와 정면으로 서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내가 몸을 구부리고 ‘요놈의 자식’ 하는 눈초리로 쏘아보자, 개도 '붙어볼래' 하듯이 크르르릉 하고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도 이렇게 진지하게 그것도 의식적으로 개와 싸우기는 처음이라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곧 이 싸움은 내가 이긴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개의 눈 속에서 당황한 기색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개를 향해 도전을 한 것이므로 개는 개대로 당황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간단하다. 아니나 다를까, 서로 5,6분 정도 쏘아보았을 때 순간 개가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10센티미터 정도 거리까지 근접해 들어가 개의 코끝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하여(물론 일본어로) 소리쳤다.


“바보 같은 자식, 까불지 말아!”


이렇게 냅다 고함을 친 이후 그 백구는 다시는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가끔씩 내가 장난 삼아 뒤쫓아가면 오히려 달아나게 되었다. 아마도 겁을 집어먹은 것이리라. 그런데 한번 해보니 개 뒤를 쫒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먼 북소리, p.201>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