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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딸 출판사의 번역으로 읽었다



홍성사는 문제가 많다고 한다

어릴 때 중앙일보판으로 처음 읽었는데

세로쓰기였던 걸로 기억해서 방금 찾아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즉 가로쓰기가 맞다) 판명됐다. 그만큼 어린 시절엔 읽기가 힘들었다는 뜻이겠지. 글씨도 작고 표현이 예스럽고 책은 두껍고...

해서, 전집 전부도 아니고 열댓권 정도 꽂혀있던 그 책들 중 그나마 읽어낸 것은 두어권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나를 형성하고 있는 책들이 유럽의 교육, 에피 브리스트, 그리고 이 침묵이다

인간은 신을 바라고 기도한다

절망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구원을 찾는다

신은 침묵한다. 기도에 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못 본 체 했다는 말이 아니다

신은 항상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밟아도 괜찮다. 배교해도 좋다. 이는 로드리고의 자위라고 해도 할 말이 없으나

다시 생각해보라. 그야말로 예수가 할 법한 말이 아니냐

푸쉬킨도 노래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말라

왜냐하면 신은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삶은 불합리한 것이고 신은 비합리한 것이고 약자도 배교하더라도 살아야한다

살아야한다...

다시 찾은 침묵은 처음처럼 놀랍고 무겁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슬프고 끔찍하면서도 까닭모를 확신을 준다

역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