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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픈 망상, 열심히 떠들어대는 와중 자신의 이야기가 어차피 전달되지도 않으리라는 지레짐작으로 한없이 초라해지던 지하생활자.
공감을 바라면서도 타인에 대해 자신은 공감하지 못하기에, 결국 서로가 공감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진채로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지만... 리자의 존재를 통해서 그 가치관이 깨진 건 정말 재밌는 시츄에이션이었다.
문학적으로 '창녀'인 리자에 대해 말하는 동안, 그는 어설프고 또 인위적으로 상대에게 공감해버렸다.
물론 자신은 그걸 감정을 지배하고 또 이용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공감받았다는 걸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
공감은 아름답다.
교감,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보여지는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행위.
혹여 자신이 정말 꿈꾸었던 이상향에 닿은 것은 아닐까, 이토록 아름다운 상황이 또 있을까.
정말로 자신이 공감받은 것일까?
다만.
그런 숭고한 존재에게 자신의 치졸한 모습을 들키게 된 순간, 너무나도 두렵고 무서워하며 자신을 합리화한다. 어차피 공감받지 못할 것, 어떻게든 자신을 방어한다.
하지만 뭐. 둘이 떡쳤잖나.
지하생활자는 그것을 몸 파는 행위로 인지하고서 돈을 어떻게든 제공했다. 5루블.
그러나 리자는 그 돈을 두고 사라졌다. 메타포가 바뀐 것이다. 창녀에서 그와 공감한 존재로.
구축해 둔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 타인에게 사랑받게 되었다는 것이라니.
그토록 바라온 이상이 실현되자, 오히려 더 적나라하고 선명해진다니.
그는 자신이 그녀를 구원하고자 행위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녀에게 구원받았다.
이 얼마나 즐거운 아이러니인가!
자신의 한계와 결과론적 방법에서 벗어나는 비결은, 그 결과가 진정으로 나오며 몸소 깨닫게 되는 거라니.
모쪼록 이 작가 소설은 처음 읽어봤는데, 다른 작품도 재밌을 것 같아서 찾아보기로 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 너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