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기상과 북한의 개 짓거리로 상당히 피곤한 6월이었습니다. 몸이 힘들어서 그런 지 한 권 한 권이 무거워 독서 의욕이 많이 꺾였었는데, 모아놓고 보니 나름 많이 읽었네요.
1.«봄눈»-미시마 유키오
6월에 처음으로 읽은 소설은 «봄눈»입니다. 독갤에서 자주 언급되는 금각사를 읽고 200% 만족을 해버렸기에 이번에도 독갤픽을 믿고 읽어봤습니다.
다행히 봄눈은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재미 자체는 묘한 마성을 띠는 «금각사»가 더 취향이었지만, «봄눈»은 그에 지지 않는 미학적인 표현을 지녔으니깐요. «봄눈»이 그리는 고고한 우아함 속에 감추어진 정열은 봄의 온기를 머금은 시린 눈이란 제목에 걸맞았습니다.
미시마 유키오의 다른 소설도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네요.
2.«좁은 문»-앙드레 지드
좁은 문은 저에게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어린 시절 저에게 독서란 재미없고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을 식어준 책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생 때 지드의 «좁은 문»을 읽고 '알리사는 왜 저럴까?'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10년을 훌쩍 넘겨 22살이 되어 다시 읽어봐도 '알리사는 왜 그럴까?' 하는 고민은 바뀌지 않네요.
그래도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3.«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
주요섭 단편선 입니다.
정말 애매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여성의 자유로운 사랑을 소망하는 마음을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잘 녹여낸 것 같은데...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었을 때 끌려오는 감동이 없었습니다.
4.«에밀»-장 자크 루소
의도는 좋았지만, 현시대에는 막연한 이야기라고 느껴집니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남성 역시 이전 세대에 비해 가사활동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암묵적으로 가해지는 성별 간의 사회적 도리는 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을 고정적으로 설정한 «에밀»은 그저 이상론에 불과합니다.
서로가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회가 된다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5.«카인의 후예»-황순원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 작가의 «카인의 후예»입니다.
단편으로 유명한 작가라고 알고 있는데, 장편도 잘 쓰네요. 이북의 토지 무상몰수가 불러온 당시의 혼란이 잘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살인을 결심하기까지의 심리묘사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6.«날개»-이상
머리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12월 12일»을 읽고 만족스러워 읽은 «지도의 암실»은 내가 독서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암호 해독을 하고 있나 하는 착각을 불러올 정도로 난해했습니다. 차라리 «날개»가 상대적으로 직관적이라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더니즘과 이상이 지닌 사상들의 편린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수박 겉 핥기 식의 얕은 이해만이 가능했지만, 이상의 글을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무척이나 어려운 책이었지만, 저에게 모더니즘과 이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책입니다.
6월은 국문학을 많이 읽었네요.
모국어로 쓰인 문장이 아름답다 느껴지면, 그 위력은 어떤 명망 높은 세계 문학 작품 글보다 마음에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 번 손을 대니 계속 찾게 되네요, 국문학을.
아쉽게도 현재 가지고 있는 국문학 소설이 없는 관계로 7월에는 세계 문학만 주야장천 읽을 것 같지만, 기회가 되면 다른 국내 소설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럼 다들 7월 한 달도 즐거운 독서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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