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슘페터는 왜 혁신을 말했을까

122쪽짜리 짧은 책인데 강추합니다.
교과서적으로 깔끔한 문투에 번역도 훌륭합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핵심을 혁신이라고 말합니다. 자본주의가 자본이 생산을 조직하고 임금 노동자를 고용하고 어쩌고 그런게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이 곧 자본주의라는 겁니다.

피자를 만든다고 칩시다. 피자의 재료, 피자를 생산하는 방식, 유통하는 방식, 마케팅하는 방식, 이것들을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이 자본주의이고 그 혁신을 통해 기업은 초과이윤을 얻으며 사회 구성원의 생산성 증대와 삶의 질 향상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기존의 방식이 경쟁에서 패배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데 이걸 창조적 파괴라고 부릅니다.

슘페터가 경쟁을 바라보는 방식은 주류 미시경제학과 조금 다릅니다. 미시경제학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입니다.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며 가격과 품질이 동질적인 수준에서 균형을 이루는 시장이죠. 완전경쟁시장에선 특정 기업이 초과이윤을 독점할 수 없으며 사회 전체의 후생이 극대화됩니다. 반면 독점은 가장 지양해야할 시장형태입니다. 그것은 시장이라고 하기도 뭐합니다. 부르는게 값이고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슘페터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인류의 생산성 증대와 삶의 질 향상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기업들은 대부분 당대의 독점기업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완전경쟁시장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지 실제론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슘페터는 경쟁을 같은 시점의 서로 다른 기업이 아니라, 기존의 독점기업과 새로운 혁신 기업 간에 시간적 선후관계를 두고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고만고만한 알뜰폰 회사들 간의 경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기존 통신3사의 과점을 깨트리는 알뜰폰이라는 패러다임의 등장이 곧 진정한 혁신이란 것이죠. 이처럼 경쟁이란 장기적인 안목에서 애플이 노키아를, 쿠팡이 이마트를 밀어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번 혁신이 일어나면 혁신을 한 기업은 초과이윤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혁신을 모방한 기업들이 후발주자로 진입하면서 이윤을 나눠먹습니다.

그러므로 슘페터에게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혁신의 가능성과 낮은 진입장벽이었습니다. 한 번 독점적 지위에 있는 기업들은 정부에 로비를 하거나 카르텔을 형성해 신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습니다. 정부당국이 해야할 일은 이들이 도전자들의 도전에 자신들의 능력으로 응전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며 도전자들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입니다.

물론 아주 거대한 인프라를 필요로해서 진입장벽이 필연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자연독점 기업들(통신사), 인간의 삶에 매우 필수적이라 효율성보다 안정적이고 낮은 가격의 공급이 중요한 부문들(한전, 수자원공사) 등은 얘기가 좀 다르긴 하겠죠.


이 책에서는 이외에도 경기변동, 호황과 불황, 민주주의, 공공정책 등에 대한 슘페터의 생각도 다루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읽어보시길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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