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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는 그의 대표작 『설국』에서 겨울의 세계를 한없이 투명한 창호지의 세계로 그려낸다. 겨울을 그려내는 그의 시선에는 그가 살아온 인생, 즉 유년 시절부터 수많은 지인들의 죽음을 지켜본 바에 의해, 우리가 흔히 '허무'라 부르는 정념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일본 고유의 미의식, 장르로 표현하자면 '하이쿠'적인 의식이 설국 곳곳에는 나타나 있다. 이 두 가지를 합쳐 그가 표방하는 세계를 '동양적 허무'의 세계라 부를 수 있겠는데, 이것이 가와바타의 문학에 있어 중심이 되는 의식이다.
이즈의 무희를 위시한 세 작품 역시 그러한 동양적 허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흔히 가와바타의 작품은 서사성이 결여된 작품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작품에서 어떤 서사나 주제를 찾으려고 해도 그곳에는 삶이 주는 격정적인 사건 대신에 자연 섭리, 즉 죽음에 의한 슬픔의 정념이 삶의 희노애락을 대신하고 있다. 이게 가와바타의 작품을 읽는데 있어서 크나큰 진입장벽이 된다.
잠시 다른 작가로 넘어가보자, 일문학의 국부인 소세키는 「풀베개」라는 작품을 통해 동양적인 미의식에 대해서 고찰하고 '하이쿠'적인 소설을 쓰려 시도했다. 작품은 어떤 일관된 줄거리 대신 주인공이 이곳저곳의 자연과 인세(人世)를 구경하며 느낀 고찰과 정념이 가득하다. 또한 작중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의 관계와 상호작용 또한 아주 모호하고, 주인공의 환상에 의해 직조된 이미지로 들어차있는데, 이러한 특징에 의해 책을 읽는 독자는 소설보다는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가와바타의 작품 역시 이러한 하이쿠적 소설의 계보를 잇는, 어쩌면 하이쿠적 미의식의 정점을 이룬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이것은 지금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설국」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고, 이즈의 무희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가와바타의 소설을 일반적인 독법으로 읽은 독자들은 난색을 표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즈의 무희는 설국에 비해서 짧은 단편이고, 설국에 비해 비교적 덜 육화된 문장을 마주해야 하기에 설국을 읽을 때의 난점이 더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만약 가와바타의 작품관과 잘 맞는다면 작품이 만들어낸 하늘하늘한 이미지가 크게 와닿을 수 있을 것이다.
이즈의 무희는 제목대로 무희 무리를 따라 돌아다니는 젊은 도련님의 이야기다. 작중 내내 무희 무리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고 언급하기에, 이것이 환영받지 못하는 소위 '마이너'들의 이야기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도련님이 무희 무리를 따라다니는 것 역시 그들과 어느 정도 정념이 통하기 때문이다. 그는 짧은 동행을 통해 무희 무리와 교류하고,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받은 소외를 극복한다.
이 소설을 지배하는 것은 역시나 슬픔인데, 그것은 앞서 말했듯 지인들의 죽음을 지켜봐야했던 어린 가와바타의 죄의식이 반영된 결과일 터다. 그는 본래적으로 고아, 소외된 이이며, 그 상처는 소외된 이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될 수 있는 것이다.
천우학, 천마리학은 가문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집안 문제와, 인간들의 시기, 질투,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여색을 밝히는 아버지(어쩌면 여색의 운명을 타고난 아버지)와 그러한 운명을 그대로 물려받아 골머리를 앓는 아들의 이야기인데, 인간들의 감정과 삶이 대를 이어 얼기설기 뒤엉키는 걸 보여주며 역시나 인세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사로운 감정 문제가 대를 통해 이어지며 비극을 이끌어내는데,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사사로운 것에 흔들리는 인간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호수가 있다. 세 작품 중에서 가장 독자들의 난색을 많이 이끌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나는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작품은 여인들을 미행하는 한 남자의 도착(倒錯)을 남자에게 내재된 기억들을 이리저리 오가며 보여준다. 중간중간 계속해서 시점이 오가고, 무엇보다 이미지 위주로 소설이 돌아가기 때문에 확실히 난해한 작품이다. 그런데도 작품에 그려진 모호한 이미지들, 이를테면 추억을 이끌어내는 분홍빛 석양, 내면의 불안과도 같은 얼어붙은 호수 등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이미지로 대변되는 심층적인 심리 묘사가 내게는 오히려 가와바타가 살아왔던 세계의 일면을 강렬하게 감각하게 해주었던 것이다.
호수는 주인공이 어린 시절 겪었던 불안과 배신이 담긴, 유년의 불온한 성장이 저장된 기억의 장소이다. 이것이 산발적으로, 마치 영화의 컷처럼 삽입되며 소설은 혼란스러운 시대에 여자에게만 몰두하는 괴상한 성벽을 가진 남자의 모습, 더불어 그런 남자에게 미행 당하며 노인에게 착취 당하는 여자의 비정상적인 생활사를 보여준다.
이러한 감상에도 세 작품 모두가 혼란스러운 이미지에 의해 구실점 없이 순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중심점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독자들을 위해 내가 건네줄 수 있는 사사로운 조언은, 중심적 제재를 찾아나가기보다는 거기에 그려진 것들을 감상하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그것은 한 편의 소설이라기보단, 한 폭의 회화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게 읽어내려가면 언젠가 가와바타가 집요하게 그려냈던 투명한 이미지들이 아주 천천히, 읽는 이의 마음을 감싸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가와바타의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무희를, 학을, 호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 인생 책이 [이즈의 무희]인데, 글 잘 봤음. 기회가 된다면 63년도작 영화를 추천해!! 요시나가 사유리 누나 리즈 시절... - dc App
가와바타는 자신의 작품이 아름답게만 읽히는것에 난색을 드러냈지. 천우학은 다도계의 타락을 꼬집은 것이고, 금수는 의도적으로 끔찍하게 쓴 작품인데도 말이지...
허벌보지로 디씨에서 관심구걸하는 창년이 아가리터니까 존내 웃기노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