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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으레 잔향이 느껴집니다. 이 책이 좋았다부터 시작해서 인상깊었던 내용까지. 형언할 수 없는 이 모호한 잔향이자 생각, 감정 등을 남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그래서 저는 서평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종이에 옮길 수 있다면 작가들은 실직할 수밖에 없겠지요. 서평을 쓰고 싶었지만 완성된 글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글 쓰고도 독갤에 올리지 못한 적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이 고민에 관하여 독갤에 누군가 이 책을 추천해줬고 읽게 되었습니다.



독후감이 참 못난 장르라는 이야기도 전혀 아니다. 독후감과 서평은 다르다는 것. 서평이 보다 전문적이고 냉정하고 분석적인 영역이라는 것. 나의 감수성과 감동과 경험보다는 보편적인 공유의 지점이 언급되고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
—책 속에서
서평은 진지하다고 작가는 말하지요. 그래서인지 초장부터 서평과 독후감 사이에 구분선을 긋습니다. 독후감이 단순히 [줄거리 + 느낀점]으로 이루어졌다면, 서평은 여기서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합니다.
독후감에는 나 자신의 느낌이 자리를 차지했다면, 서평은 그 자신을 배제하거나 덜어냅니다. 그리고 빈자리에 책에 관한 논리적인 분석과 총체적인 판단이 들어가야 합니다. 한마디로 서평은 책의 평가이니, 책을 위한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결국 온전한 서평이 되려면, 책에 대한 '분석 - 판단 - 평가' 이 3가지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3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전략적 독서를 해야한다고 하지요.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음미의 독서를 하면 음미의 결과물이 남는다. 서평의 독서를 해야 서평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음미'하거나 '즐김'의 자세만 가지고는 '분석', '판단', '평가'의 목적을 다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그렇다면 대체 전략적 독서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 걸까요? 오직 서평을 위한, 책의 모든 부분을 해부해서 객관적 정보만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전략적 독서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그 부분은 책을 참고해주세요.



몰라


이 부분을 읽고난 후에, 서평에 대한 부담감이 심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읽고서는, 독서를 취미가 아닌 업무처럼 생각하라는 뉘앙스로 제게 다가왔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지금 제가 쓰고 있는 글이 서평이 아닌, 제 개인의 이야기를 나누는 독후감인 이유도 여기서 왔겠지요.

여튼 이런 뉘앙스로 다가온 것에는, 이 글의 저자가 서평으로 수업하는 교수이기에 더 엄격하게 서평을 다룬 까닭도 있겠습니다. 사실 한번 딱 읽고 맛깔난 서평을 줄줄 쓰고 싶다는 제 욕심쟁이같은 심보에서 유래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서평이란 무엇일까, 서평이 내게 필요한 것인가, 의문부호를 가지며 계속 페이지를 넘겨갔습니다.


캡쳐

읽다가 제 입장에서는 조금 놀랄만한 설명을 봤습니다.

서평에는 반드시 서지정보를 다 기입해야한다고 합니다.

'작가랑 제목만 넣고 여기다가 표지 이미지까지 넣으면 다 아닌가?'하는 입장에서는 많이 당혹스러웠지요. 하지만 작가, 역자, 출판사까지 다 쓰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뒤이어 오는 작가의 설명이 납득을 가게 만들었습니다.

서지정보가 작품의 가장 기본적인 뒷배경이고, 서지정보로부터 "왜?" 등의 질문을 하는 것이 서평의 시작이 된다.

이것이 맞나 생각해보다가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하는 과정임을 깨달았지요.


예를 들어
최근에 읽는 인문학 책 《엉덩이즘》을 읽다가 원제(Butts: A Backstory)를 보고 초월번역이라며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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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렌 작가의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을 다 읽고 원서 표지를 찾아봤는데, 원서는 아예 다른 느낌으로 미소녀 표지였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단발머리 미소녀 쨩을 왜 수입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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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노 자파 작가의 《별에서의 살인》에서는 미소녀 표지를 어레인지해서 수입해준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래도 내 취향은 원서 쪽인듯…




두근


이걸 보고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결국 서평도 책이 좋아서 하는 일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서평도 충분히 어렵겠지요. 진지하게 임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서평 또한 좋아서 하는 독서의 마무리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는 책 속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쫄지 말라고 외침과 동시에 서평을 써보라 합니다.

아직 전 독린인지라 책으로부터 많은 정보와 이야깃거리를 끌어내서, 이쁜 서평을 완성할 수 없겠습니다.

그래도 이 책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은 가볍게 독후감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못써도 사실 상관은 없겠지요.

어차피 여긴 비추 버튼이 없고, 글카스 취급당해도 눈갱 당하는 대상은 타 독갤러들이고, 똥글 삭제하는 것은 완장의 몫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