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 꽃나무」
서름이러냐.
서름이러냐.
알고 보니까
그것은 다아
눈웃음져야 할
어쩔 수 없는
서름이러냐.
마흔 살 넘은
과부의 서름을
보랏빛으로
웃고 서 있는
오동꽃나무.
- 『늙은 떠돌이의 시』(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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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의 정치적 백치/ 뒤에 오면서 늘어나는 과잉 능청 그런 것들은/ '악덕의 영양분'으로 섭취하는 게 좋으리.' 정현종의 추모시 「노래의 자연」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정치적 백치'야 '악덕'이니 그렇다 치겠지만 '뒤에 오면서 늘어나는 과잉 능청'을 '악덕의 영양분'으로 보겠다는 것은 서정주의 독자라면 누구나 동감할 만한 의견일 것이다. '과잉 능청'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의 후기 시의 대부분을 즐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기로 오면서 서정주의 시들은 정갈함을 잃어 가는 것 같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많다. 이것은 얼마간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다작의 작가답게 수다스러운 후기 시들 속에서도 서정주는 기억할 만한 단시(短詩)들을 꾸준히 남기고 있다. 정갈함은 물론 비범함마저도 잃어 가는 타작들이 많은 말년의 『늙은 떠돌이의 시』에서도 이는 여전하다.
「낙락장송의 솔잎송이들」 「범부채꽃」 「실제(失題)」와 같은 작품은 평범한 대로 담백하고 나름의 메시지를 지닌 작품들이다. 「한솥에 밥을 먹고」 「쬐끔밖엔 내릴 줄 모르는 아조 독한 눈」 또한 민요풍에 영감을 받으면서 시적인 여운이나 번뜩이는 비유를 담고 있는 단시이다. 「오동 꽃나무」 또한 이 작품들과 같이 언급할 만한 괜찮은 단시에 해당한다. 보랏빛 꽃을 피운 오동나무는 아름다운 웃음을 머금고 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에는 슬픔이 느껴진다, 따라서 그것은 슬픔이 짓는 웃음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이 시의 주제이다. '마흔 살 넘은 과부'와 이 오동나무가 무슨 관계냐는 것은 그 주제와는 별 관계가 없다. 이를테면 그런 종류의 설움 같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설움도 센 바람에 아주 말라붙고 나면 허탈해지면서 멋쩍게 웃으면서 이야기하게 될 때가 오기도 한다. 이를테면 그런 감정에 대한 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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