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이」



  저놈은 대체 무슨 심술로 한밤중만 되면 찾어와서는 꿍꿍 앓고 있는 것일까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또 나와 나의 아내될 사람에게도

  분명히 저놈은 무슨 불평을 품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단도 나의 시를, 그다음에는 나의 표정을, 흩어진 머리털 한가닥까지,…… 낮에도 저놈은 엿보고 있었기에

  멀리 멀리 유암(幽暗)의 그늘 외임은 다만 수상한 주부(呪符),

  피빛 저승의 무거운 물결이 그의 쭉지를 다 적시어도

  감지 못하는 눈은 하늘로, 부흥…… 부흥…… 부흥아 너는

  오래전부터 내 머릿속 암야(暗夜)에 둥그란 집을 짓고 살었다.



- 『화사집』(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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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다섯 권을 내고 중단되었지만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던 '이 작품을 읽는다' 시리즈는 잘 알려진 우리 시집과 소설을 한 작품에 집중해서 읽고자 했던, 나름대로 기억할 만한 문학 총서의 하나였다. 이 시리즈의 한 권으로 출간된 것이 이남호의 『서정주의 『화사집』을 읽는다』였다. 『화사집』에 대한 최적의 입문서가 되고 있는 이 책에서 그는 이 시집의 세계를 새삼스러운 대로 삶의 어둠의 측면을 노래한 경우와 밝음의 측면을 노래한 경우의 두 가지로 명쾌하게 구분하고 있다. 『화사집』에 어둠에 대한 시만이 있지 않고 작위적인 대로 어둠에서 밝음으로 향하고자 하는 태도도 보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독자가 간과하는 것이기도 하다.


『화사집』의 주조가 되는 삶의 어둠과 관련된 작품들에는 「자화상」을 위시하여 유명한 작품이 많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부흥이」 역시 같은 맥락에 서서 호소력을 발휘하는 시이다. 창밖에서 우는 부엉이의 소리는 화자가 품고 있는 마음속의 혼란스러운 상념이 실재감 있게 형상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남호는 그러한 상념이 화자의 아직 있지도 않은 '아내 될 사람'에게까지 해로운 것이 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한 바 있다. 화자의 마음속의 부엉이는 멀쩡히 계신 부모님과 같이 잘 살아야 할 '아내 될 사람'에게 자꾸만 '심술'과 '불평'을 품게 만든다. 이것을 좀 그럴듯한 말로 설명하자면 일탈적인 삶에 대한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남호를 비롯한 여러 평자들은 『화사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둠의 에너지'와 같은 표현을 쓰곤 한다. 그것은 이러한 어둠이 평범하게 좋은 삶의 모습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러한 평범하게 좋은 삶이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좋은 것을 찾아나가기 위한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삶의 모습은 가령 우리가 흔히 '왜 저렇게 힘들게 살아'라고 안쓰러워하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도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