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에 대한 욕심이 있다. 누구는 평론을 왜 읽냐고, 작품을 쓰지 못해 평론을 쓰는거 아니냐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평론은 작품과 다른 창작물이다. 평론은 작품(소설,영화)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무거운 마음으로 파고든다. 비판을 가할 때도 신중하게, 작품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안주려고 노력을 다한다. 물론, 주례비평은 업어져야 한다.
평론에 대한 욕심이 있다. 그래서 평론집을 하나 집어들었다. 사실, 그렇게 잘 읽히지도 않고, 이해도 되지 않는다. 그저, 평론가가 하는 말을 점자를 더듬듯이 따라갈 뿐이다. 난 그들이 어떻게 작품을 보았는지 궁금할 뿐이고, 문학에 대한 소양을 키우고 싶은 마음 뿐이다. 현대 한국문학은 잘 읽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 문학을 평론하는 책을 집었다. <진창과 별> 오스카 와일드와 루카치를 인용하면 지은 제목.
1.
평론가 '인아영'은 우리는 깨끗한 곳에 있지 않고, 엉망진창으로 얽혀있는 "진창" 속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와 루카치를 거론하며, 그런 진창 속에서 별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지 않겠냐는 반문을 던진다. 인아영은 진창 속에서 별을 찾듯이 평론을 자아냈다. 인아영은 자신이 속한 세계가 진창에 속해 있으며, 문학은 이런 진창을 생각하게 만들고, 별을 보게 한다. 즉, 문학은 진창과 별의 관계를 사유한다는 것이다.
1부는 사랑에 관한 서사를 평론했다. 인아영은 문학 교과서에서 배운 사랑이 아니라, 본인이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직접 느낀 사랑을 새로운 언어와 형식으로 평론하고 싶었다고 한다.
2부는 비평의 역사에 관한 글이다. 70년대 이후 한국문학비평의 한 측면을 비판적으로 살펴봤다고 한다. 남성 중심의 비평사를 젠더링, 퀴어링으로 다시 읽었다고 한다.
3부는 2부에서 얻은 페미니즘 독법으로 써내려간 작품론이라고 한다. 인아영은 소설 인물들이 국적, 계급, 젠더 등을 한계로 생각하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수행의 도구라 보고 있다고 한다.
4부는 인간의 경계, 즉 인간 종 개념을 다뤘다.
2.
오늘 세 개 읽었는데, <메토니미, 사랑 - 김멜라론>이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인아영이 주목한 것은 작가 김멜라가 소설 속 등장인물에 '이름' 보다는 '별명'을 자주 붙인다는 것이다. 1부, 사랑의 서사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파트가 아닌가 싶다. 별명은 친근한 사이에서 부르고, 특히 연인 사이는 둘 만의 별명(애칭)이 있다.
"이 다양한 이유들을 가로지르는 '별명 짓기'는 인물들이 맺고 있는 특별한 관계학인 동시에 김멜라의 소설세계를 받치는 기본적인 미학이다."
몇 개의 작품이 나오지만, 마지막에 언급하는 <제 꿈 꾸세요>가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제 꿈 꾸세요>의 주인공은 자살 기도에 실패했지만, 금세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한다. 열심히 살아보고자 다짐하면서 초코바를 먹다가 목 막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주인공은 주변 인물들 꿈 속으로 찾아가 인사를 하기로 결심한다.
인아영은 이 독특한 서사에서 다양한 별명들을 보게 된다. 별명은 곧, 등장인물의 서사이고 관계, 사랑이다.
"-- 그 사람의 사소한 모습을 기억하고 자신만 아는 별명을 말하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렇게 김멜라 소설의 인물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부른다. 미스터x, 레사, 유파고, 줄파추, 먹점, 눈점, 표표, 파파야, 모모, 앙헬, 체, 대니, 세모 -- 이 수많은 별명을 일일이 짓고 번번이 부르는 일, 그것은 김멜라의 소설을 만드는 동시에 김멜라의 소설이 만들어내는 사랑의 원리이다."
퀴어와 젠더를 떠나서, '별명'에 주목하면서 '사랑'을 뽑아낸 인아영의 평론이 대단했다. 책은 전반적으로 퀴어와 젠더 그리고 여성서사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취향을 떠나서 조금씩 읽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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