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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론을 처음 접한게 고1때이다. 그 때 나는 역사, 전쟁사, 특히 독일사에 심취해 있었는데 전쟁론은 안읽고 넘어갈 수 없는 느낌이 들어 처음 읽었던 느낌이 난다. 그 때에도 학교 독후감에서 전쟁론을 써서 내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전쟁론은 나폴레옹 전쟁의 당사자, 산증인이였던 프로이센 군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쓴 책인데, 역자 해설에서도 그렇고 논리 전개가 독일관념학, 헤겔의 느낌이 강하다. 딱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이라서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매우 어렵다고 느껴진다.
어찌됐건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두개로 나누는데 절대전쟁과 현실전쟁이다. 현실전쟁은 정치에 제약을 받은 전쟁으로 보면 된다. 현실전쟁에서는 여러 나라의 정치적, 외교적 이해관계, 심지어는 자국 내에서의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받는다. 중세~18세기까지의 유럽의 봉건제 전쟁, 콘도티에리 전쟁, 관방전쟁을 떠올리면 된다. 이러한 유형의 전쟁에서는 적의 완전타도가 반드시 목표가 되지 않고 한 지방, 요새의 점령 등을 가지고 이후의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만든다. 7년전쟁을 본다면 프로이센-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슐레지엔, 영국-프랑스의 경우에는 북미, 인도 식민지의 땅을 두고 이러한 전쟁이 행해졌다고 보면 된다. 또한 역시 이러한 전쟁에선 적을 아군의 적은 희생으로 유리하게 전쟁을 이끌어 가기 위해 기동적 요소가 많이 행해졌다. 이것은 당시의 창고급양제도로 인해 작전반경이 엄청 넓지 않았던 것도 한몫할 것이다.
그렇다면 절대전쟁은 무엇인가, 바로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의 등장으로인해 방출된 3천만명의 프랑스 국민이 행한 무제한의 적의 타도를 목표로 하는 전쟁이다. 이러한 유형의 전쟁에선 정치의 목적은 잠시나마 뒤로 빠져 적의 타도가 그 목적을 대신한다. 자잘한 기동, 요새 포위보단 일대결전이 선호되어 적을 야전에서 확실히 격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창고급양제도, 텐트야영의 폐지, 군단제도의 신설로 군대의 작전반경은 매우 넓어졌다. 사실 내 생각으론 절대전쟁이 19세기 까지 없었던 건 아니다. 포에니 전쟁에서도 충분히 로마와 카르타고는 칸나에 전투를 위시로 한 여러 결정적 대규모 야전을 치뤘다. 하지만 그 후의 정치적, 사회적 성격으로 잠시 이러한 절대적 경향이 잠들어 있었는데, 이것을 나폴레옹과 프랑스혁명이 다시 일깨운 것이다. 전쟁은 그 시대의 사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절대전쟁은 또 더욱 발전하여 총력전 개념으로 치환할 수 있겠다. 양차대전이 그러한 느낌이다. 클라우제비츠 시대에서는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국내의 모든 국민이 총부리를 안들어도, 즉 총후(銃後)에서도 생산 등에 관여해 모든 국민이 전쟁 당사자가 된 것이다. 이러한 전쟁에선 정치와 전쟁은 긴밀하게 합일되어 적국의 타도를 향해 한몸이 되어 나아간다. 이 경쟁에서 패배하면 바로 패전인 것이다. 1차대전 중앙동맹국의 정치적 상황이 바로 그러했고, 2차대전 추축국의 외교적 실책이 그러했다.
이러한 절대-현실전쟁의 개념은 전쟁론의 각 편에서 종종 강조되며 제1편, 제8편의 메인테마이다. "전쟁은 다른 수단을 가지고 계속되는 정치에 다름 없다." 이 말은 매우 유명한 말이다. 즉, 전쟁을 펜을 대신해 검으로 행해지는 정치(외교)인것이다. 양차대전의 독일의 실수가 바로 이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에서 적의 섬멸할 수 있는 유일확실한 수단은 전투뿐이라고 말한다. 이건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전술적 개념'에서의 적의 섬멸에 급급해 대내외의 대전략적 계획이 파탄나면 그 전술적 적의 섬멸은 수회 행해져도 대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게 된다. 1차대전 루덴도르프가 서부전선에서 그렇게 전술적 승리를 강조하면서도 독일은 나날이 쇠약해져갔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참전을 비롯한 국가위신의 실추와, 대내적으로는 국내의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잠재우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2차대전에서의 독일도 또한 세계에서 제 아무리 가장 뛰어난 전술적 수완을 가진 군대여도, 전략적인 목표를 잘못 설정한다면 절대 승리하지 못하게 되는 점을 입증할 따름이다.
내용이 길어진 것 같은데 전쟁론과 전략의 형성이라는 책을 읽고 특히 양차대전 독일 군부의 이러한 점을 느꼈다. 전쟁사나 18세기~19세기 전쟁상에 대해 흥미가 있는 독갤러라면 한번 쯤은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클라우제비츠는 서두에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2~3년이면 잊혀질만한 그런 책이 아닌 전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은 책"이라고.
지금처럼 첨단무기로 전쟁하는 건 또다른 개념 아닌가요?
좋은 지적임. 현대의 정밀타격, 드론 테러리즘같은 요소로 인해 내선과 외선 개념을 부수는 전쟁양상이 나타난게 사실임. 그러한 전쟁에선 적의 중심의 포착이라든가 여러 전략적 배려가 종전의 전쟁들과는 다를거임. 특히 이건 이런 표현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정상국가vs테러리즘을 사용하는 국가간의 전쟁에서 빈번히 일어날 양상임. 하지만 대개의 전쟁은 클라우제비츠의 이론에 따라 정치적 고려에 따른 전쟁수행이 보편적이긴 할거임 특히 정상국가간의 전쟁에선. 무기의 점진적인 개량이 적의 섬멸 목적을 강화시킨다고 전쟁론에 나오는데 확실히 화력이 세질수록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생기는 거라서 절대적 개념의 전쟁수행이 더더욱 고려될 거지만 결국엔 여러 정치적 고려가 전쟁수행에 있어서 개입해오기 때문에 현실전쟁의 이론도
무시해선 안된다고 생각함. 지금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시사하는 바가 클듯. 그리고 또 클라우제비츠의 정치적 전쟁관에 더불어 문화적, 투키디데스 요소를 첨가한 여러 이론도 제창되었는데 그거까지 말하기엔 너무 딴데로 셀듯.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현대무기의 발전이 님말처럼 다른 양상을 가져왔다가 맞음. 하지만 그건 예외적인 상황으로도 볼 수 있어서 대개의 경우의 절대-현실전쟁 이론을 꾸준히 시야에 넣는 게 중요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