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상품」
이것은 언제나 매[鷹]가 그 밝은 눈으로 되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만일에 솜같이 가벼운 것이기나 하고, 매의 눈에 잘 뜨이는 마당귀에나 놓여 있다면, 어느 사 간 사람의 집에서라도 언제나 매가 되채어 올릴 수까지 있는 것이다.
이것들이 제 고장에 살고 있던 때의 일들을 우리의 길동무 매는 그전부터 잘 안다. 동청송산(東靑松山), 북금강산(北金剛山)을, 남혜지(南兮知)를, 서피전(西皮田)을 오르내리며 보아 잘 안다.
눈을 뜨고 봐라, 이 솜을. 이 솜은 목화 밭에 네 딸의 목화꽃이었던 것.
눈을 뜨고 봐라, 이 쌀을. 이 쌀은 네 아들의 못자리에 모였던 것, 모였던 것.
돌(乭)이! 돌이! 돌이! 삭은 재 다 되어가는 돌이!
이것은 우리들의 노래였던 것이다.
- 『신라초』(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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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상품」은 본문만 놓고 본다면 『신라초』 서두의 9편 가운데 가장 알쏭달쏭한 작품일 것이다. 그것은 딴 것보다도 이 시의 원전이 되는 이야기가 바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뒷날 시인은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에 실린 「신라 풍류 2」라는 작품에서 그 원전을 아래와 같이 밝혔다. '유례왕 15년에 인관(印觀)과 서조(暑調)라는 두 사내가 있어, 어느 날 장에 가서, 인관의 솜과 서조의 곡식을 맞바꾸아 집으로 돌아갔는데. 하늘을 날고 있던 인관네 집 매가 눈이 너무나 밝아서 서조네 집 툇마루에 자기네 집 솜뭉치가 놓여 있는 걸 보고, 내려가서 되루 채다가 저의 집에다 갖다 놓았다. 그래 인관이는 그 솜을 서조한테 갖다가 주고 '매가 그래서 미안타'고 했는데, 서조는 '매가 하늘하고 둘이서 그렇게 해 놓은 것을 어떻게 다시 돌려 받느냐. 못 하겠다'고 했었다. 그래 둘이는 받으라느니, 못 받겠다느니, 옥신각신하다가, 마지막엔 그들이 맞바꾸았던 솜과 곡식 두 가지 다 등에 지고 다시 나가서 애초에 바꾸았던 장의 그 자리에다 갖다 놓았다.'
이야기 속의 솜과 곡식은 위의 시의 제목에서 '상품'이라는 현대적인 어휘로 지칭됨으로써 이 이야기를 현실적인 문제로서 받아들이도록 할 것을 느끼게 한다. 물건 하나를 보더라도 매가 제 살던 곳에서 만들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듯이, '신라의 상품'이란 매 같은 혜안으로 보았을 때 그 상품의 연원을 알아챌 수 있는 물건을 뜻한다. 이것은 장인 정신에 대한 비유로 해석되기도 하고, 조금 현실적인 면에서 본다면 거래의 범위가 비교적 좁은 고대 사회의 경제 상황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의 '돌이'란 매의 눈을 통해 찾아낸 상품 제작자의 어떤 이름이라 할 수 있는데, 원전에는 없는 이름이라 아마도 시인이 붙인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이 '돌이!'는 네 번이나 반복되고 있어 가령 「밀어」에서의 '순이'와 '영이', '남이'만큼의 구체적 실감을 얻지는 못하기도 한다. 어쩌면 실제가 아닌 관념을 통해 얻어낸 이름이라는 점을 은근히 드러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뭔 소린지 모르겠어...
그래도 개츄!
원전까지 보니까 뭔가 알 거 같으면서도 팍 하고 떠오르는 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