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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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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문학은 무엇일까. 1968년생인 김영하 작가는 <다다다>에서 자신들은 앞선 세대와 달리 중요한 것이 없다고 말한바 있다. 시위의 열기가 남아있던 1990년대를 거친 작가가 이렇게 말한다면, 2024년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미래인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2000년대는 유튜브, 티비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SNS의 시대로 기억될까. 인스타그램보다 더 고상한 개념이 월등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필자와 달리 김기태는 2020년의 현대인을 명징하게 직조한다. 


당신도 기립하시오, 여름이었다,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 소설을 읽다보면 익숙한 밈이 불쑥 튀어나온다. 현대사회를 그릴 탁월한 소설가가 아직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김기태가 요즘 사회를 담아낼 수 있는 소설가일 수도 있겠다. <세상 모든 바다>와 <로나, 우리의 별>에서는 아이돌을,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서는 밈이 되어버린 혁명가를 현대사회를 묘사하는데 사용한다.


롤링 선더 러브

노래를 좋아하는 서른일곱살 조맹희는 독신 남녀들이 모이는 <솔로농장>에 출연한다. 맹희는 그곳에서 완두라는 별명을 부여받는다. 서로를 떠보며 사랑을 실험하는 양파와 토마토와 달리 맹희는 농장일에 몰두한다. 미션 1등 보상으로 받은 데이트권을 맹희는 홀로 등산하는데 써버린다. 시종일관 마이웨이로 일관하던 맹희는 결국 짝을 만나지 못하고, 짜장면을 먹으며 고배를 삼킨다. 집으로 돌아온 맹희는 이렇게 되뇌인다. 사랑이 뭐길래. 


맹희의 대사는 일상이 뭐냐고 되묻는듯 하다. 김기태가 그리는 인간은 맹희처럼 다분히 현실적이다. 나는솔로를 오마주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37살 여성. 다국적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 그간 국문학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인물상이고, 그들은 너무나 무개성해서 당황스럽다. 이토록 평범한 인물들을 김기태는 묘사를 배제하는 특유의 문체로 달려나간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서 귀화인 2세 니콜라이를 외형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로 간략하게 설명하는 식이다. 그는 푸른눈 대신 한국 귀화시험을 준비하는 노동자로 대표되고, 그와 사귀는 진주는 인서울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알바를 전전한다. 


이 단편집의 인물은 불투명한 미래에 저항하려기보다 현재에 충실하다. 소시민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겠다. 현실에 순종적인 사람을 그리면서도 작가는 사회비판을 빼놓지않는다. "인파에 한 지점이 허물어지는 순간"(<세상 모든 바다>, 27p)으로 이태원 압사 사고를 연상케 하고 "투표권이 있었지만 어떤 쓸모가 있는지는 알기 어려웠다"(<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127p)로 노인에게 밀리는 청년의 투표권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한다. 어떤 사건을 꺼내기는 하지만, 작품내에서 가치판단을 하지않는 점이 흥미롭다. 간결하지만 건조하기까지는 않다. 이것이 어쩌면 김기태의 특징 같다.

당신도 기립하시오

기립하시오! 당신도! - 커뮤니티 게시판 - 기글하드웨어

(이 디시콘이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 나온다!)

내가 김기태의 소설을 읽고 감탄한 이유는 시시하지 않아서다. 이 시시함이란 많은 뜻을 내포한다. 문장의 시시함, 내용의 시시함일 수도 있고, 주제 자체의 고루함일 수도 있다. <무겁고 높은>과 <보편 교양>을 읽었을 때 나는 기립했다. 시시해야 마땅할 역도를 포기하는 소녀의 서사를, 아무도 집중하지않는 고전 읽기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의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위 두 작품에서 김기태의 장점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현대적인 이야기와 다소 고전적인 문체의 조합은 퍽 재미있다. <전조등>도 이처럼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회사에서 좋은 와이프를 만나는 시시한 단편이고,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젊은 커플이라는 소재에 맞게 여러 밈들을 엮어 시시한 결말로 마무리 짓는다. 소설적으로 시시하다는 의미지 현실적인 결말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사람이 결혼을 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당연하니까. 


하지만 다루는 주제가 시시하다고 감상까지 시시하면 안 된다. 이 책에는 총 9편이 실려있는데, 냉정히 말해서 5편만 마음에 들었다. 나머지 4편은 진정한 의미로 정말 시시했다. <팍스 아토미카>는 다른 국문학 단편집에도 있을 실험적인 단편이다. 솔직히 한 편 정도는 봐줄만 하다. 다만 <태엽은 12와 1/2바퀴>는 별로였다. 최근에 서핑으로 뜬 양양을 배경으로 한 것은 참신하지만 그것외에는 볼폼없다. 망해가는 게스트하우스에 노인이 온다는 소설인데, 그리 흥미 돋지가 않는다. 차를 타고 해변으로 향하는 부부와 딸을 둔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이야기가 병치되니 조화롭지 않아 작품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태엽> 가장 최악이었는데, 소설가라면 이런 단편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최근에 등단했어도 나이가 있는 소설가라서 걱정되지만 <무겁고 높은>처럼 품격있는 소설을 보여주리라고 믿는다. 만약 <태엽> 같은 작품만 양산한다면 김기태는 독자들에게 기립해야 마땅하다. 그래도 9편 중 5편이면 꽤나 괜찮은 타율이다. 단편집은 삼할타자같아서 세 작품 정도만 건지면 성공이라 첫 단편집에 이 정도 수준이면 두번째 단편집과 장편소설도 기대해볼만 하겠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단편집이었고,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 간만에 괜찮은 책을 읽게되어 기쁘다. 김기태 동무는 기립하십시오. 그럭저럭 훌륭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