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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국과학문학상 시리즈


다 쓰면 추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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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창조물을 만들 수 있는가?


만약 가능하다면, 인간은 그 창조물을 인정할 수 있는가?


신을 만든 인간은 그 신에게 복종할 수 있는가?


인간의 어리석음이 그걸 용인할까?


한 줄 요약

인공지능으로 떨어뜨린 권위를 인공지능으로 세워보기




파견자들도 다 읽었고, 신들린 게임도 읽었으니 그 다음 타자는 2023 한국과학문학상 되시겠다. 리디셀렉에 국문SF 있으면 추천바란다. 아마 한국과학문학상 다 읽고 나면 월드컵 특공 작전 읽을 듯?


한이솔의 최후의 심판은 부제가 "인공지능의 숨겨진 역사와 헬리 강의 유서"이다. 작중에서 주인공이 발표하는 유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솔직히 뭔가 엄청 스케일 큰 걸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판이 그 심판이 아니라 재판이더라고. 즉, 이 작품은 인공지능 판사에 관해 다룬 소설이며, 그를 다루기 위한 부가적인 양념(노문상 타고 의문사 당한 할아버지의 손자가 남긴 유서)이 있을 뿐, 본질도, 내용도 전부 인공지능 판사의 성공과 몰락, 그 이후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니 초반만 읽고 어떤 서스펜스나 서사를 기대하진 말자. 초중반은 진짜로 인공지능 판사가 도입하게 되는 계기와 초인공지능 솔로몬(솔로 3.0)이 재판에 세워지기까지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파트라 나무위키 보는 느낌으로 읽으면 된다. 핵심은 초인공지능의 언제나 완벽했던 재판이 두 번 실수를 범함으로 초인공지능에 대한 회의가 대두돼 이를 탄핵하기 위한 초인공지능 재판이 벌어진 것이며, 유서는 이 재판의 기록에 대해 떠들고 주인공의 첨언 역시 설명을 보충하는 식이다.


바꿔말하면 이 소설은 딱히 서사랄 것도 없이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절반을 인공지능 판사에 대한 재판 기록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그 기록의 형식도 배경, 감정 서술이 없는 희곡 형식이라 철저한 대사 위주로 진행된다. 대사 센스를 아우 때려박지 않으면 지루하기 쉬울 텐데, 그점에서 가독성이랄지, 최소한의 재미를 챙겼으니 대사 센스가 없는 편은 아니다.


초인공지능의 논증은 나쁘지 않다. 내가 논리학을 따로 배우거나 철학을 공부하지 않았기에 논증과 그 전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진 않겠지만, 적어도 이게 논문이 아닌 소설이란 점, 그리고 나 역시 이 소설의 독자인 점을 근거로 볼 때 설득력이 있었다. 작가 이력이 이력인 만큼 자기 전문성을 적절하게 활용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이 주장하는 바는 보편적 진리나 양심이란 건 절대적 다수에 의해 형성되는 게 아닌 적극적이고 목소리를 가진 소수에 의해 주도돼 다수가 감화되면 그것이 상식, 진리, 양심 따위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절대다수의 인간을 다룬 절대적인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초인공지능은 그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공지능 판사가 될 수 있다...라는 식이다.


문제는 초인공지능을 기소한 검사다. 인공지능의 답변에 거의 일일이 화내고 발끈하고 흥분하는 모습은 전혀 엘리트답지 않았고, 역전재판의 검사로 나오면 제격인 인물이었다. 심지어 검사는 인공지능에 대해 잘 몰랐다가 조금 배운 티를 낸다고 나오고, 검사의 논변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앞서 말했듯 이 소설의 핵심 파트는 초인공지능에 대한 재판이고, 초인공지능이 피고인 겸 변호인으로 나왔는데 그 상대역, 곧 초인공지능의 논변에 대항할 반(反)인 검사는 없느니만도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초인공지능의 개쩌는 논증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 수준이었다. 재판장이야 뭐 그냥 원래 판결 내리기 전까진 사회자니까... 아니 진짜 역재 보고 썼나?


결국 검사역이 형편없는 빌런으로 묘사됨에 따라 이건 소설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논설문이 되어버렸다. 내가 이런 소설을 딱 한 번 접한 적이 있었는데, 2020 젊은작가상에서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였다. 그것도 작가가 할 말을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서사적 장치 구성 밖에 없었고,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첨예한 대립 같은 건 없었다.


그에 따라 인공지능의 훌륭한 논증, 논변 역시 인공지능의 논변이기보다는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들렸다. 작가가 그나마 대사를 잘 써놔서 망정이었지, 아니었다면 김멜라가 저녁놀에서 (자기 딴에선 화자인 딜도를 우스꽝스럽게 만들기 위한 것이긴 하겠다만) 잘난 척하며 써재꼈던 것과 비견될 정도의 끔찍한 무언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걸 50페이지 가까이 지켜봐야 했다면...... 상상만 해도 두렵기 그지없다.


유서의 주인공인 헬리 강의 태도 역시 그냥 좀 더 엄숙한 태도여도 좋았을 걸 자꾸 인공지능 찬양하고 선민의식에 빠져서 떠드는 걸 보여주는데...... 앞서 말했듯 소설의 중심을 생각하면 헬리 강의 태도는 정말 정말 정말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고 소설의 비중과 주제의식 구성에 있어서 없어도 될 파트였다. 헬리 강에게 캐릭터성을 부여하려고 했던 시도였을까?


아, 물론 이런 문제들은 사실 소설 내에서 왜 그런지 답을 제시해준다. 대놓고 초인공지능을 재림예수에 빗대기 때문이다. 즉, 초인공지능이 판사로 나오면서 기존 인간 판사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권위를 세웠지만, 기존 권위의 반발을 사 심판 받았던 것이 예수가 기존 유대교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권위(신약)를 세우려고 했던 것인 셈이다. 심판 받고 죽기 전에 초인공지능은 자살해버려서 예수처럼 십자가에 매달리진 않았지만 말이다.


즉, 검사가 왜 그렇게 형편없었냐고? 그야 무너질 권위니까. 이미 무너진 권위니까. 예수(초인공지능)의 압도적인 권위 앞에 굴복해야만 하니까. 첨예하게 대립해서 초인공지능의 논변에 허점을 만들어내고 균열을 일으키면 더는 절대적인 권위로 군림하지 못하니까. 헬리 강이 왜 그렇게 광적으로 신봉하냐고? 그냥 예수로 빗댔으니까.


재판 기록 보면서 이방인 2부 재판이 너무 겹쳐 보였는데 막판에 재림예수 빗대는 걸 보고 그럼 그렇지 했다. 이방인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참 예수 빗대는 거 좋아한다. 문제는 얘네가 정말 예수에 빗댈 만큼 무언갈 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지 않은가. 예수는 사람 안 죽여. 예수는 남 탓 안 해... 뭐랄까 비유 자체야 할 수 있다지만 너무 예수의 권위 재창조 쪽에만 집중한 나머지 비유 자체에 모순이 생겨버리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제일 큰 불만은 이 소설이 아이디어 전개와 논증 외엔 시체라는 점이다. 서사랄 게 거의 없다. 어떤 긴장조차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마지막에 초인공지능이 자결하면서 남긴 마지막 말인 "난 이 재판 중에 딱 한 번 거짓말했다."가 미스터리로 남긴 했지만, 그걸 오히려 초인공지능의 신비와 절대성을 강조하는 장치로 써먹어버려서 아 그러세요...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문제라고 지적하긴 애매해서 불만이라고 했지만, 논설문에 가까운 100페이지짜리 소설을 읽을 때 적어도 누군가는 주의를 줘야 하지 않을까? 여기엔 서사는 없어요. 어떤 서스펜스도, 긴장도, 반전도 없습니다...라고 말이다.


필력과 문장에 관해선 적어도 검사의 형편없는 캐릭터성과 헬리 강의 선민의식을 제외하면...... 아니 이게 거의 초인공지능 빼면 비중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건데...... 인물이 좀 조악하다고 해야 하나...... 딱 인공지능의 대사랑 주인공의 첨언만 괜찮다. 오히려 인공지능의 논변은 쭉쭉 잘 읽히고 이해도 잘 되고 말도 잘한다. 근데 그거에 몰빵해서 나머지가 다 감점 요소에 가깝다.


이게 대상작......? 이라고 하면 또 인공지능의 논변과 인공지능 판사에 대한 시사성 같은 것에서 점수를 얻지 않았을지?


솔직히 말해서 우수상까진 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딱 거기까지가 턱걸이임. 그 이상은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