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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일본의 불법 점령에서 벗어난 한반도는 냉전체제 속에서 또다시 미소 양국에 의해 분할 점령되었고, 남북한은 각기 정부를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1950년 6월 25일 무력통일을 구상한 북한의 남침 개시로 시작된 전쟁은 유엔군과 중공군까지 참전하여 일진일퇴를 되풀이했다. 전쟁으로도 통일을 이루지 못한 두 국가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분단된 채 유지되고 있다. 눈앞의 전쟁은 끝났으나 평화는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 전사>는 전쟁사보다는 외교사로 보는 게 좋다. 책은 크게 두 가지 외교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 - 소련 - 중국의 삼각협력 체제. 북한은 한국과 다르게 소련, 중국과 협력 체제였다. 쉽게 말해 사회주의 형제 국가였다. 김일성(당시에는 박헌영과 한 몸)은 소련과 중국을 오가며 끊임없는 외교를 펼쳤다.

한국 - 미국은 협력 체제보다는 관리 관계였다고 보는 게 좋겠다. 미국은 한국을 관리했고, 한국은 미국에 원조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전투를 소상히 알고 싶어서 책을 집었다면, 지루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외교 현장을 생각하며 읽으면 흥미진진하다. 와다 하루키는 여기에 더해 '일본' 상황까지 다뤄준다. 특히, 전쟁 발발 일본은 어떤 반응을 보여주는 대목이 종종 나온다.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언어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다. 일본은 경제적, 군사적 이미 파탄이 되어서 한반도를 신경 쓰기 어려웠다. 



"또 스탈린은 3단계 공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그의 구상을 피력했다. 첫 번째 단계에는 38선 부근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두 번째 단계에는 평화통일에 관한 새로운 제의를 잇달아 내놓아 상대방의 단호한 거절을 유도하며, 세 번째 단계에는 상대가 거절하면 기습 공격을 실행하되 옹진반도 점령부터 시작한다."



하루키는 다양한 기록을 찾아 우리에게 보여준다. 특히 공산권 국가들의 기록을 틈틈이 찾은 흔적이 보인다. 위 인용문은 스탈린이 결국 남침을 승인하고, 김일성에게 내놓은 조건이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것을 피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김일성과 이승만이 전쟁을 부르짖고, 소련과 미국은 만류했다는 것이다. 책을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6.25전쟁이 터지기 전, 그러니깐 1945~1950년 사이에서 국지전은 종종 벌어졌다. 실제로 당시 옹진반도는 한국 영토였는데, 한국군이 먼저 옹진반도 38선을 넘고 몇 백 미터 전진, 고지를 점령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상한 부분이 있다. 북한이 한국보다 군사력이 더 강하지 않나? 초기에는 그랬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중국 통일을 달성하고, 조선인 부대를 김일성에게 양도한다. 또, 소련에게 전차와 전투기를 지원받으면서 군사력 균형은 점점 깨지게 됐다. 



'브루스 커밍스'는 과거에 남침 유도설을 주장했다. 지금은 다양한 사료가 나왔지만, 당시에는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이번 <한국전쟁 전사>를 보면서, 커밍스가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약간 납득이 됐다. 책을 보면 북한과 한국은 서로 공격을 당하면, 반격을 통해 통일을 노렸다고 한다. 특히, 한국군은 전쟁 직전 대규모 부대 이동과 인사이동을 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을 제2의 사라예보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으나 어쩌면 지금의 위기가 한반도 문제를 일거에 전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대의 기호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여론이 공산주의의 침략에 반대하는 쪽으로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타이완의 현상 유지'를 위해 행동에 나서 주기를 희망했다. 중국의 공산주의자를 당분간 바쁘게 만들기 위해서다." 



전쟁 직후, 이승만이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라고 한다. 이승만은 날카로운 외교, 정치력을 보여줬다. 그는 과격한 면이 있고, 미국의 손아귀에 있지 않으려 해서 미국과 사이도 좋지 않았다. 이승만과 함께 기회를 엿 본 지도자는 타이완의 장제스 총통이다. 



장제스는 한국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좋아했다고 한다. 실제로 미함대가 대만 근처에 배치되었고, 중국을 압박했다. 이승만의 발언이 적중한 셈이다. 



소련은 미국이 직접 참전할 것이라는 의심을 끝까지 지우지 않았지만, 중국과 김일성은 미국은 직접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지원이 온다고 해도 일본군이 올 것이라 봤다. 하지만, 알다시피 일본군은 이미 박살났다. 그렇기에 중국과 김일성은 지원군은 오지 않는다고 결론을 냈다. 설령 지원군이 온다고 해도 금방 무력통일이 가능하다고 봤다.



한국과 북한은 서로 한방씩 치고받는다. 북한은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갔다가 미군의 폭격기와 상륙작전을 맛봤고, 한국은 두만강까지 올라갔다가 중공군의 돌격에 막힌다. 한국전쟁은 현대 한국과 북한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또한 대외정책이 크게 바뀌게 된다. 



한국전쟁은 제한 전쟁이다. 웃기는 소리다. 전쟁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미국과 소련은 서로 크게 부딪치지 않게 제한적으로 싸운다. 원자폭탄 발명 후, 전쟁이 없어질 줄 알았지만, 한국전쟁은 그런 말랑말랑한 인식을 없애버린다. 여전히 재래식 무기는 중요하다. 



<한국전쟁 전사>는 700p나 되는 빡빡한 책이다. 심지어 도판도 없어서 더욱 두꺼워 보인다. 하지만, 이상하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와다 하루키는 아주 쉬운 문체와 단어로 우리에게 적절히 설명해 준다. 특히 인용문이 많아서 직접적인 이해를 도와준다. 



두꺼운 역사책은 방향이 중요하다. 독자는 거대한 분량 속에서 종종 길을 잃는다. 책은 그런 독자가 생기지 않게, 구성에 신경 써야 한다. <한국전쟁 전사>는 소제목을 꼼꼼히 배치했다. 가령 소제목이 '소련의 움직임'라고 한다면, 독자는 "아! 앞에 미국이 어떠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소련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서술하겠구나!"라고 알 수 있다. 친절한 벽돌이다.



<한국전쟁 전사>는 전투사보다 외교, 정치사를 주로 서술했다. 당시 각 국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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