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무한화서

 

머리 한 방 맞은 기분이네 작은 책인데, 이제껏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

시만 좋은 줄 알았는데 이 아포리즘 책, 강연에서 한 말 정리하는 거라는데 좋다

다른 책도 몇 권 더 있으니 이성복 책 관심 있으면 읽어봐 아래는 좋았던 문장들 발췌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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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의 리듬은 상여 나가는 리듬이에요. 두 발 나가고, 한 발 물러나고...

휘날리는 만장과 울긋불긋한 종이꽃... 구슬픈 노랫가락과 요령 소리 들리시지요.

 

11

고대 비극 배우들이 가면 쓰고 연기했던 것도 그 떄문이에요. 그러면 손끝과 발끝, 어꺠와 엉덩이에도 슬픔이 묻어나지요.

 

12

죽은 청솔모가 아무 일 없는 듯이 솔밭에 누워 있는 그 느낌이 시예요.

 

13

좋은 사람 좋아하는 게 무슨 사랑이겠어요.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게 사랑이지요.

그처럼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게 시가 아닐ᄁᆞ 해요.

 

14

사랑을 못 받아도, 못 주어도 응어리가 남아요. 그 응어리를 뒤늦게 풀어주려는 게 시예요.

 

15

떠나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는 그 짧은 순간은 인간의 시간이에요.

우리는 본래 자기중심적이지만, 조금이라도 덜 박절해지려고 입술을 깨무는 것, 아름다움은 그런 것 아닐까 해요.


12

슬픔이란 도무지 표현할 수 없다.’는 걸 표현하는 게 문학이에요.

시는 자기를 풀어헤치는 게 아니라 졸라매는 거예요.

 

12

이유없이 상대가 함부로 대하더라도 속상해하지 마세요. 그대신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세요.

나한테 잘못이 없음녀 그 사람 문제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수신하지 않은 편지는 발신자에게 돌아간다 하잖아요.

 

 

12

마지막에 쓰게 될 한 편의 시는 그때까지 쓰여질 모든 시들의 구원이 될 거예요.

 

11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에, 실패 안 할 수밖에 없다는 듯이 올인하는 것.

그거라도 안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겠어요.

 

11

인간은 자신의 창작물에 구속되어 있어요. 사랑과 죽음, 자기 자신까지도요.

한평생 수많은 일을 겪었지만,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에픽테토스의 금언은 꼭 필요한 해독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