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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놀라웠던 점은 세세한 외면과 내면의 묘사,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력 등도 있겠지만 작가가 주요 등장인물들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서술해 독자에게 인물에 대해 도덕적인 판단을 스스로 내리게 하는 문체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결국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시간이 지남에 있어서 식어버릴 수 밖에 없는 욕망과 거짓의 사랑이고 레빈과 키티의 사랑은 톨스토이에게 있어서 대단히 이상적인 사랑이겠지만 저는 소설을 읽으면서 안나와 브론스키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들이 행복해졌으면 했고 레빈과 키티의 가정생활 중 위기를 종종 겪을 때 그들의 사랑 또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다리 위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TMI로 레빈이 자신의 아기를 처음 인지했을 때 느꼈던 심리가 예전에 제가 겪었던 때의 생각과 일치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서브 등장인물들의 개성 있는 모습도 이 소설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큰 애정을 가졌던 한심한 인간 스티바와 최대한 좋은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그의 아내 돌리, 그에게 너무할 정도로 인물들과 상황들이 시련을 주는 카레.닌, 그 시대의 보편적인 지식인 세르게이와 종교적 신념을 가진 리디야 부인 등등...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여러 인물들이 안나와 레빈을 평가하며 그에 따른 자신의 생각을 필력하거나 삶을 살아나갑니다. 개성 있는 인물들을 마구 등장시키는 건 도스토옙스키도 마찬가지지만 두 작가가의 차이점은 도7끼의 인물들은 사상이 삶을 만든다면 똘이의 인물들은 삶이 사상을 만들며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나의 죽음은 누군가는 사회가 그녀를 내몰았다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안나의 잘못이며 그녀의 죄책감과 복수심이 그녀를 죽였다고 말할 것입니다. 안나는 브론스키 없이는 삶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그에게 집착하고 매달렸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습니다. 레빈 또한 삶의 의미에 대하여 소설 내내 고민했지만 결국 삶의 매순간은 무의미하지 않고 명백한 선의 의미를 가졌다는 작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것으로 소설이 끝나기 때문에 이후 레빈이 다시 방황을 할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그런 깨달음을 얻은 뒤 레빈이 어떻게 살 것이고 또 그 문장을 읽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 같습니다.

전쟁과 평화도 그랬지만 톨스토이의 문체는 정말 세상이 글을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완벽합니다. 분량 때문에 부담스러워 할지도 모르겠지만 살면서 한 번은 꼭 읽어볼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