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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국과학문학상 시리즈
다 쓰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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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업보는 고정되었어요
새로운 땅, 새로운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
그들은 영원히 윤회하겠죠
분명 그랬어야 할 텐데,
한 줄 요약
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에 대하여
2023 한국과학문학상의 세 번째 작품이자 우수상인 조서월의 삼사라다. 이전 작품인 박민혁의 두 개의 세계가 너무 끔찍했어서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오히려 110페이지였던 이전 작품에 비해 50페이지밖에 안 되니 고통받을 시간이 적어서 좋았쓰!...를 외치고 있던 찰나였다. 그러나 내가 이 작품을 다 읽고 깨달은 건, 선입견은 괜찮은 도입부마저 망가뜨릴 수 있고, 이 작품은 K-SF의 규격으로 예상하고 읽으려고 했다간 큰 코 다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시작은 삼사라의 함선 관리 시스템이자 여성형 기계 인격인 '세라'를 남성형 기계 인격을 지닌 안드로이드 '에이브'가 깨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삼사라는 80년 전 지구가 완전히 망가지면서 인류가 쏘아올린 함선으로, 새로운 지구로 현재 80년 째 향하고 있으며 곧(약 20년 뒤) 있으면 그 새로운 지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세라는 인격이 잠든 상태에서도 함선 관리가 가능하기에 효율적인 항행을 위해 잠들었었지만, 세라의 목적은 그것만이 아니었으니......
세라가 삼사라에 내장된 정자와 난자를 합쳐 수정란을 만들면 그것을 배양하고 양육해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는 안드로이드인 에이브가 양육해 성인으로 길러내 새 지구에 정착시키는 것이 둘의 임무다. 허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아이를 만들어도 거기에 영혼이 정착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삼사라라는 작명에서도 알 수 있지만 작중에서는 '윤회'라는 설정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써먹었다. 즉, 삼사라에서 아이를 만들면 윤회 중인 영혼이 아이에게 정착해야만 아이가 살아 숨쉬게 된다. 영혼이 없는 아기는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살아있기만 한, 말 그대로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는 꼴이 된다. 바꿔말해 세라가 아이를 만든다고 해서 그 아이에 윤회 중인 영혼이 정착할지 말지는 기계 인격인 둘에게 있어선 알 수 없는 일이다.
초장부터 이런 설정을 단번에, 그리고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모습은 분명 앞선 단편인 두 개의 세계와 비교할 때, 아니, 대상작과도 비교해도 꿇리기는커녕 오히려 압도적인 시작이었다. 문제는 이전작이 이전작이라 이게 상대적 선녀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판단해 여전히 기대치를 낮춰 보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이 작품도 K-SF의 규격에 맞춰서 앞으로의 내용을 예측했었다. 대충 유물론적인 시각에서 영혼의 존재를 어쩌고 떠들거나, 기계 인격의 영혼도 어쩌고 떠들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K-SF적 예측은 반의 반만 들어맞았다. 예상한 내용을 다루긴 하는데 아주 찔끔 다루고, 실제로 전개되고 주로 다루는 내용은 반전 이전과 이후가 무지막지한 차이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반전 이전까지는 세라가 만드는 아기는 족족 윤회하지 않아 영혼이 없었고, 에이브는 영혼 없는 아기를 키우는데 식량을 쓸 수 없다며 굶어죽게 방치한 뒤, 굶어죽은 아기를 소각한다. 이 과정이 20년 동안 반복되고 결국 어떤 아기도 영혼을 가진 채 태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지구에 도착하고 마는데, 세라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찰나, 에이브가 먼저 자살하려고 하면서 세라는 에이브를 구하게 되고, 에이브는 그제야 세라가 알지 못했던 윤회의 숨겨진 비밀을 털어놓는데......
이 반전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용상으로도 이미 제법 흥미로운 전개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윤회가 존재해서 아기를 만들고 영혼이 정착되기까지 기다린다든지, 아기 때 정착하지 못하면 안 되는데(이미 성장한 육체엔 영혼이 깃들 수 없는 듯), 이런 아기를 끝까지 살리고자 하는 세라와 그렇겐 못한다는 에이브의 충돌이라든지, 결국 둘의 갈등과 기약 없는 상황의 반복 속에 지쳐가고, 그 끝에 밝혀지는 반전......
그리고 그 반전의 내용이야말로 기함할 만한 것이었고, 수위로 따지면 K-SF의 규격을 아예 벗어나버렸다고 할 수 있다. 흔히 K-SF하면 떠올리는 파스텔톤, 힐링에서는 악역이라고 해도 3류 악역에 불과하고, 빌런이나 나쁜 짓이 등장해봤자 작가적 상상력의 한계인지, 아니면 글의 분위기와 기조를 잃고 싶지 않아서인지 수위와 강도가 높게 서술되지 않는다. 그래서 K-SF에는 필연적으로 인류가 멸망했다고 해도 그 긴장감과 충격이 동화책에 비견되는 수준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사라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 반전은 내게 더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것이, 이 소설은 '윤회를 인공 자궁과 출산으로 이룬다'는 SF적 발상에 기인하는데, 이 발상을 발상에서 그치고 자기 하고 싶은 주제 전달에 소모시키지 않는다. 철저하게 이 발상을 파고들어서 내놓는 반전은 그 수위와 강도도 그렇지만, 실로 윤회라는 소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SF다운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윤회는 SF적인 소재는 아니잖은가.
대사 센스도, 필력도 전부 준수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약간의 적절함인데, 두 주인공이자 기계 인격인 세라와 에이브, 그리고 삼사라의 서사는 분명 세라와 에이브가 기계 인격이기 때문에 가능한 서사다. 대사 자체는 잘 썼고, 걸리는 것 없이 즐겁게 읽었으나, 세라와 에이브가 기계 인격이란 걸 상기하며 읽기엔 다소 '인간적'인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웠던 점. 하지만 이러한 '인간적임'은 결말의 장면으로 이어지는 장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사실 그 결말의 장면도 나는 개인적으로 피할 수 없는 K-SF의 향기를 맡아버려서 그렇게까지 선호하진 않는다. 물론 결말까지 완성도가 빠지지 않는 수작이고, 그 장면 역시 결말에 영향을 미치는 바는 거의 없다. 그냥 뭐랄까...... 구성적으로는 어떤 아쉬움과 여운, 혹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굳이 끼워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이건 호불호의 영역이지 잘 썼네 마네로는 따지기 좀 힘든 감이 있긴 함. 만약 이 결말의 장면을 좋게 봤다면 세라와 에이브의 인간적임 역시 좋게 볼 테고, 아쉽게 느꼈다면 세라와 에이브가 좀 더 기계스러웠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난 후자에 속할 뿐이고.
50페이지라는 짧은 구성임에도 준수한 필력과 묘사, 전개와 더불어 강렬한 반전을 통해 내게 K-SF의 희망을 보게 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적어도 장르소설(sf)만큼은 순문학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상대적 선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재밌는 소설이 나오니까 말이다.
물론 이것들이 대상작이 아니란 것에는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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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ㄹㅇ 굉장하네요
왜 김필산이나 조서월은 본업이 소설가가 아닌것인가 쨌든 이런 글의 아이디어가 30분 만에 나왔다는게 너무 신기함. (물론 후에 많이 다듬었겠지만)
뭐여 이거 반년 전 글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