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오랜만에 옵니다
크르지자놉스키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되었다는 걸 최근에 알아서 예전에 썼던 감상글 올려봅니다
새로 예전 독후감 재업할 블로그 언젠가 만들긴 해야하는데
모더니즘과 러시아 모더니즘, 크르지자놉스키를 사랑해주십쇼
-----------------
<규정의 5항에 따라, 이 종이 원고에겐 사형이 선고됩니다. 잉크 흘리는 일 없이. 이의 있습니까?>
한때 수많은 책들을 가진 이는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소중한 책들을 팔아치운다.
빈 책장을 보면서 그는 자신이 읽었던 책들을 하나하나, 보다 명료하게 다시 상상하고, 이해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존재하지 않는 머릿속의 책이 오히려 진실되며, 물질로 된 책, 문자로 기록된 이야기들이야말로 오히려 방해꾼이란 점을.
크르지자놉스키의 기괴한 중편 <문자 살인자 클럽>은 이처럼 순수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하여 문자들을 없애려는 이들의 모임을 다루는 이야기다.
토요일마다, 기억 연구에 쓰이는 무의미 철자들로 이루어진, 다스. 티드. 제즈 등의 무의미한 이름들을 가진 이들이 모여선, 저마다 원고 없는 기괴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원고가 있을 경우, 규정의 5항에 따라, 문자들을 담은 종이 원고들은 사형선고를 받아 소각된다. 그러고 나선 문자들을 사라진다.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 자체는 고전적이나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저마다 크르지자노프스키의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알법한 기괴한 이야기들이다.
죽은 로마인이 저승의 강을 건너는 이야기나, 기계로 된 세상 속에서 육신과 영혼의 이야기, 혹은 햄릿을 연기하기 위하여 햄릿 속 조연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의 '길덴'과 '스턴'이 분열되어 무대 위 정해진 배역과 그걸 연기하는 이야기 등
때론 희곡 같은 실험적인 형식을 통해 순수한 이해에 도달하려는 미치광이들의 이야기들을 문자 살인자들은 읊조린다. 말들을....말들을....
칸트적, 혹은 순수한 철학적인 의미에서 실체에 도달하려는 기괴한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크르지자노프스키의 주된 소재 중 하나다. 팔뒷꿈치를 핥는 묘기를 통하여 칸트의 물자체에 도달하려는 이야기 등으로 주제는 되풀이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은 '중편'이란 점에서, 그리고 데카메론 등의 형식처럼 여러 다양한 모습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더욱 독특하다.
거기에 더하여, 마치 형식 자체로 주제를 보여주듯, 희곡 형식으로 적힌 원고를 읽던 이가 클럽의 규정에 따라 원고가 소각된 후, 어쩔 수 없이 문자 없는 말을 통하여 남은 이야기를 들려줄 때, 소설의 형식으로 돌아가는 등의 모습을 통하여 형식적인 면모에서도 더더욱 즐거움을 준다.
원고들과 문자들이 소각된 후, 무엇이 남을 것인가? 저자의 표현처럼 말들과 말들....그리고 삶이 여전히 있을 뿐이다.
크르지자놉스키도 얼른 읽어야하는데....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
재밌겠다
!!!!!!!!
나중에 여유 생기시면 모기모좀 더 써주세용... 물론 더이상 그럴 마음이 없으시면 어쩔 수 없지만
씨.발. 노피아 연재해달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갤에 그거 읽던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었네
무슨 드립인지 찾아봤는데 글쓴이가 모기모라는 코너를 독갤에서 연재했나 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