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전에 쓴 글들을 뒤적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들을 읽고 남긴 감상들을 찾아냈다

소설은 아주 재밌었지만 번역이 너무 좋지 않았다고 써있었다

모두 북하우스 박현주 역으로 읽었다

감상들을 보자 그 때 그 느낌이 떠올랐다. 너무 직역이라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의 외피를 가진 영어로 느껴질 정도였다

영어 직역체로 유명한 장르 작가 이영도가 생각나는,

그러나 이영도는 분명히 한국어로 된 영어 직역체를 쓴다

그런데

분명히 이런 번역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당시 그 책들의 번역에 매우 화난 내가 검색을 해보았을 때에는 아무도 번역에 태클을 걸지 않았을 뿐더러 잘 된 번역으로 여기는 글도 꽤 있었다

나는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내용이 꽤 깊은 십덕 스토리 게임의 아마추어 번역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일본어 공부를 독학하던 시절엔 한국어판이 나오기 전의 스토리 게임을 혼자서 번역해가며 플레이한 적도 몇 번 있다

(그래서 원서도 사봤는데 당연히 게임들보다 난이도도 높았지만, 세로 쓰기라는 형식적 장벽에 가로막혀 읽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느낀 그 어떤 뉘앙스를 다른 언어로 전달하지 못할 때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안다. 하여 무턱대고 번역가를 욕하고 싶지는 않으나

또한 내가 잘 모르는 언어인 영어와 아예 모르는 독일어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하기 꺼려지긴 하지만

번역이라고 넓게 퉁쳤을 때, 좀 더 한국어적으로 쓰는 편이, 상대 언어의 문법 구조까지 유추할 수 있을만큼 어색한 문장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독일 작가 폰타네의 제니 트라이벨 부인을 읽고 있는데

이 출판사 부북스는 폰타네의 책을 계속 내줘서 고맙긴 하지만

역자가 계속 달라지는 데도 번역의 퀄리티가 낮게 유지되는 중이라 아주 슬프다

얽힘 설킴에서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멋대로 바뀌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번역이 좋지 않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내 글에서 일본어의 흔적을 쉽게 찾아내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또 한중일 한자 문화권에서 특히나 벗어나기 어려울 번역어 문제도 걸린 이야기일 것 같고

쓰다보니 끝을 못 내고 쓸데없이 길어지네 그냥 억지로 끝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