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문단은 '고인물'의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는 점을 많이 느끼실 겁니다. 왜 어떻게 해서 한국 문학은 이렇게 되었을까? 무슨 배경이 있길래 그렇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추측해본 글을 아래에 적어보았습니다. 현대문학, 한국문학사에 관하여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밟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문학에 대한 깊은 생각을 보여주시는 독갤러 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남깁니다.
(1) 일본에 의한 강제합병 및 개항으로 본격적으로 서양 문학, 문예사조 등이 유입되기 시작
(2) 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상, 문학의 다양성은 존중받기 어려웠음(일제의 검열, 통제, 문화 탄압 등도 있었고) 이런 시대 속에서 문학은 예술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순수문학 VS 카프를 중심으로 하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으로 나뉨 (물론 사랑소설도 제법 있었고, 김동인이 SF 소설도 쓴 적이 있었지만 주류 문학으로 인정받지는 X)
(3) 광복 이후에도 어려운 한국 문단. 북쪽은 공산 진영, 남쪽은 자유 진영이 들어서면서 이념 갈등 시작. 이후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분단 국가로서의 역사가 시작. 시기가 시기인만큼 전쟁의 광기, 이별의 슬픔, 이념의 갈등 등이 부각되었고, 휴전 이후 전후문학이라는 문학사의 한 흐름이 생겨남
(4) 전쟁은 중단되었으나, 4.19 혁명 이후 박정희 정권으로 시작하여 전두환 정권에 이르는 군사 독재 정권 시작.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문학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에 걸쳐 검열 및 통제가 이루어진 시기(참고로 한국 만화의 줄기와 싹을 제거해버린 시기가 바로 이 시기) 또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에는 “난쏘공”이라는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 빈민층, 소외 계층이 많아지기도 했던 시기. 이런 시대 상황상, 문학은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깃발이자 현실과 사회의 어둠을 몰아내는 횃불로서의 역할로 작용.
(5) 이후 독재 정권이 사실상 종식되고, 90년대 경제 호황이 찾아오면서 이전과 다른 삶의 형태(외국 문화에 거부감 X, 도시의 삶과 자기만의 스타일 추구 등)가 등장. 동구권 VS 서구권이라는 시대적인 담론 역시 소련이 해체되면서 끝. 문학의 흐름은 거대하고 시대적인 이야기를 벗어나서 안으로 파고드는 경향, 다시 말해 “거대한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내면적인 이야기” 등의 형태와 비슷한 모습으로 유행하기 시작.
(6)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순문학은 1990년대, 2000년대에 형성되었던 형태와 비슷한 모습으로 이어나갔음. 하지만 장르 소설은 여전히 찬밥 신세. 그나마 인터넷 소설이나 대여점 등을 통해서 간간히 유지되고 있는 실정. 물론 적지 않은 독자들의 관심도 있었고, 장르 소설을 내는 출판사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문학 하면 순문학이라는 인식은 절대적이었음. 이미 웬만한 출판사의 창업주, 편집장, 논설위원 등이 1960~80년대에 활동했던 작가이자 평론가, 기자, 문학교수였기 때문. 그들이 젊었던 시기, 열정을 태웠던 시기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투쟁, 분단과 통일이라는 민족 문제의 현실 등등 이념과 사상이 점철된 험난한 시대였기 때문에 판타지, SF, 추리, 로맨스, 스릴러 등등의 장르 소설은 아직 철이 없는 소설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
(7) 결국 인터넷 소설, 애들이나 보는 소설로 무시 받던 장르 소설은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모바일 콘텐츠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음. 순문학계가 다양한 작가와 독자층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로만 형성할 때, 웹소설은 빠르게 성장했고 기존의 일본 라노벨을 벗어나 ‘한국형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도 개척.
(8) 물론 순문학계에서도 부랴부랴 장르 소설 작가를 찾아내고, 스타 작가로 만들어내고자 하지만 실상은 미약하기만 함(인기는 많으나 작품성이 부족한) SF의 경우, 수많은 SF 고전 및 현대 작품을 읽은 독자들 앞에 지극히 순문학적인 감성으로 응축한 K-SF는 별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함(물론 SF가 처음이거나 SF 느낌이 나는 것만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인기). 심지어 배명훈 작가처럼 예전부터 좋은 SF 작품을 낸 작가들이 여럿 있음에도, 여성 SF 작가를 조명하기에만 바쁨. 결국 장르 소설은 완벽히 웹소설이 장악하게 되었고, ‘안전가옥’ 같은 출판사가 그나마 웹소설과는 다른 결의 장르 소설을 취급하는 모습이 지금의 현실
저는 현재, 소전서림, 읽는 사람 등을 운영하는 '소전문화재단'의 '소전서가'에서 나오는 '내일의 고전'시리즈에 희망을 가져보는 중입니다. 젊은 작가들의 장편소설을 조명하는 시리즈인데, 다른 출판사와 달리 젊은 남성 작가들의(현재 기준) 작품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매우 신기합니다. 이렇듯 소전서가처럼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일이 지속되어야 이 고인 물이 조금은 맑아지지 않을까요? (아래 링크는 한번 읽어보면 좋을 글입니다,)
"네가 안 읽으니 내가 읽겠다" 전투적 서평가 김미옥은 '을(乙)인 작품의 반란'을 꿈꾼다 (msn.com)
문학이 정치적 도구로 쓰이는데 다들 자발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라고 생각
문학이 정치적 도구로 쓰였다는 말씀은 정확히 어떤 느낌인건가요..? 개인의 메시지를 보이기 위해 소설이라는 문학을 사용했다, 이런 뜻일까요?
간단함. 작가가 캐릭터를 사랑한게 아니라 캐릭터를 통해서 현실 정치에 영향을 끼칠 나를 더 사랑한거임
꽤나 흥미로운 담론이넹
라노벨을 벗어나 -> 라노벨이 웹소판에 편승한거지 라오벨이 낳은게 아님
현 장르판도 예전부터 세를 불려온 장르계 틀딱들이 만든거지 라코벨보던 씹닥들이 키운게 아님 씹닥들은 노피아 자본이 끌어들인거고
글쎄.. 한국 특유의 배척 문화, 수직적인 위계에서 오는 압력, 여기서 성경이나 서사시 같은 자기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중심축도 전무하고. 이런 환경에서 장르 - 인간 내면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출 시키는 것이 가당키나 했을까. 실상 포우만 봐도 극한의 순문충이고 무엇보다 추론을 통한 지각 활동이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했음. 웹소설 초창기만 해도 다들 희망을 가졌으나 지금에 이르러선 형태(껍데기)만 그럴듯하게 바뀌어 - 내가 장르문학이요! 외쳐대며 결국 대여점 시절의 검강에 오러블레이드를 위시한 딸딸이문학을 반복하는 것뿐.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심각한 결함이 다른 모든 것들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 그것을 부수기 전에는 결코 어떤 결과물이 나오기가 힘들거라는 것.
글에서 언급하신 웹소설류 판타지 작품이 읽고싶은데 추천좀 해주실수 있나요?? 잘 몰라서..
몽실이 언니가 기본소양인데..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