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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서사 굵직한 거 합격. 소설이 필력 차력쇼이기 전에 이야기라는 본질에 매우 충실했음

때문에 인물들 감정이나 내면이 터져나올 때는 서술 없이 관찰자로서 행동과 말로 표현하는 직관적인 스타일도 굳

소재는 그간 조명받지 않았던 좌익 독립운동과 노동운동을 이야기했단 점에서 소재도 나름 신선함. 나라의 뿌리가 대한민국 = 우익 독립운동가, 북한 = 좌익 독립운동가라는 1차원적인 감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보여서 꽤 새로웠음. 거물 독립운동가인 김구나 박헌영을 영웅시하는 고리타분한 역사관을 내세우지 않은 것도 맘에 들었음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상당히 친절해서, 당시 정세나 분위기 설명도 꽤 간략하고 객관적으로 보고했음. 역사에 무지해도 간략한 배경 설명 읽고나면 상황이 이해됨. 황석영 작가님 배경지식 찾고 요약하느라 고생깨나 하셨을 듯

대한민국 역사의 격동기인 일제시대와 미군정, 6ㆍ25 전쟁 시기가 배경이기 때문에 이야기로써는 지겨울 틈 없이 진행됨. 서사에 최선을 다한 이야기답게 이씨 집안의 노동을 향한 투쟁과 각고의 노력, 사랑과 애환이 정직하고 꾸밈 없이 그려졌음. 역시 꾸밈 없는 투박함이 철도원 삼대의 가장 큰 매력이었음. 나아가 우리 선조들의 억척스럽고 놀기 좋아하며 정직한 기질을 잘 드러냈다고 생각함

인물들도 강인하고 매력적이었고, 작품 전반에 깔린 K-마술적 리얼리즘 감수성도 재밌었음. 귀신으로 자꾸 나타나 가족들을 돕는 주안댁이나, 미래와 귀신을 볼 줄 아는 막음 고모와 신금이 등등... 설화나 전설적인 분위기를 다정다감하게 잘 그렸더라

소설 주제는 무엇보다 노동 운동과 민초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 이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노동자고, 현대의 이진오 또한 노동자로 파업투쟁을 이어나가는 것도 그렇고. 이야기는 노동자들을 향한 찬사와 투쟁을 지지하는 내용이었음

다만, 역사의 예민했던 부분은 다소 예스럽다는 감상도 없지 않았음. 본인이 이대남이여서 그런지, 사실 대공수사니 고문이니 하는 얘기는 이미 본인이 태어나던 시절만 돼도 철지난 이야기이긴 했음. 물론 이런 경직된 분위기는 2020년도가 되야 완전히 사라지긴 하지만...

이런 점에서, 철도원 삼대는 여러모로 격동의 시기를 훌륭히 마무리지은 20세기를 향한 헌사 정도로 다가왔음

오늘날도 물론 노동자들은 존재하고, 부당한 착취에 저항하지만, 현대 이야기는 더 할 게 없는 느낌도 없지 않았음

사실 군침이 싹도는 분량과 가족사 전체를 그리며, 묘하게 마술적 리얼리즘틱한 분위기 보고 '오 이건 K-백년고독 각이다.' 하고 극도로 기대했는데

생각해보면 철도원 삼대는 어디까지나 노동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또, 주인공은 할아버지인 일철, 이철 형제였기 때문에 일제시대-미군정만 그려도 됐어서 전후 한국은 끼어들 틈이 없는 게 아쉬웠음.

이건 근데 이미 했던 탄압 이야기를 또 재탕할 필요까진 없어서 적당히 넘겼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고 봄. 현대의 세태도 진오의 이야기에 포함돼 엄연히 과거 회상의 일부로 들어갔으니까

여러모로 이야기꾼으로써 황석영 선생님은 대단한 거장이셨음 ㅋㅋ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으니

본인은 국문학은 쌩초보 수준이라 황석영 작가님 스타일을 보며 서사가 재밌는 작가인 위화가 떠올랐음. 정직하고 복잡한 서술 없는 스타일, 그러면서도 요지를 정확히 파악한 묘사와 대사나, 굵직한 서사가 좀 닮았다고 생각한 듯

독린이가 읽어도 매우 편하니 분량에 쫄지말고 읽어볼만 한 듯. 부커상도 얼마든지 받을만 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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