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 후 다시 나오는 베른하르트의 옛 거장들

아래는 편집자의 말에서 발췌

“출판사마다 ‘저주 받은 걸작’ 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옛 거장들》(2014)은 그중에서도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너무 아파서 우리 손가락이 아니게 될 뻔한 적도 있었다. 이 책의 한국어 판권 기한이 만료되어 재계약 여부를 논해야 했을 때, 눈물을 머금고 내부적으로 절판을 결정했던 것이다. 창고에 초판 몇백 부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저작권 사용료를 또 지불하긴 어려웠다. 너무나 아쉬웠던 나머지 이 책의 진가를 몰라주는 독자들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때, 김경일 교수가 방송에서 다룬 덕분에 《개소리에 대하여》 가 ‘터졌다.’ (심리적) 여유가 생긴 우리는 부랴부랴 에이전시에 연락하여 《옛 거장들》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에 빗대어 보자면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 하나가 벌어온 돈으로 같은 회사 내 ‘망돌’ 그룹의 분해를 막은 셈이다.
사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이 잘 팔리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10년 만에 초판 1200부를 겨우 소진한 책. 뉴진스의 하니가 이 책을 추천해 “팜 거장들”이라고 불리지 않는 이상, 《옛 거장들》 리커버판 1쇄가 다 팔리려면 앞으로 또 다른 10년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틀을 놓지 않은 채 리커버까지 진행하는 건 왜일까? 이 책을 읽어본 독자는 아마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알라딘 또한 그걸 알기에 선뜻 이 안 팔리는 소설의 북펀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