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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재밌습니다
많이 비교되는 안나 카레니나에 비해서
더 재밌었고 철학적으로도 더 깊이있습니다
지루한 페이지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꽤 술술 빠르게 읽게 된 것 같네요


철학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는 도스토옙스키의 '만인유죄 사상'입니다. '만인 유죄 사상'이란 '모든 사람은 모든 것에 대해 유죄다'라는 건데, 모든 사람은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있고 용서를 구해야 할 필요와 용서해야할 필요가 있고, 기독교적인 평등을 뒷받침하는 사상입니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교회에서도 이런 얘기는 잘 못 들어본 것 같은데, 평등의 관점을 이렇게 정의하는게 흥미롭기도 하고 꽤나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이반의 대심문관 파트 전에 나오는, 반역 파트에서 무신론자의 주된 주장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 대한 고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용서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대답으로 디미:트리의 꿈(현현)과 알료샤의 마지막 장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1. 모든 아이들의 고통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유죄이며 책임이 있고 고통을 느끼고 사랑할 의무가 있다. (드미:트리의 꿈)

2. 소설의 마지막 장면처럼 아이들의 사랑과 화해와 이해와 통합과 믿음 아래 하나됨과 미래 세대에게 보내는 희망과 응원(일류샤의 장례식) 입니다.


또 인상깊은 철학적 주제는 그루셴카의 '양파 한 뿌리'인데요, 양파 한 뿌리 에피소드는 천국행 티켓이라는 것의 운명적 속성, 상대성, 마음가짐의 중요성 등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졌는데, 보통 기독교에서는 절대적 신을 믿으니까 절대적인 기준이 있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한다는 생각이 많다고 보는데, 양파 한 뿌리 에피소드를 통해서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들의 상대성이나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 있다는 것도 생각해볼 여지가 많아서 흥미로웠습니다.


기독교에 부정적인 인식이 꽤 많은 대한민국이지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권 읽어보면 조금은 인식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흥미롭고 일리도 있고 좋습니다


물론 명작이라고 아쉬운 점이 없진 않습니다.

첫번째는 이반의 캐릭터성이 약간 억지스럽습니다. 무신론자의 캐릭터가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내면의 미필적 고의를 저질렀다고 엄청나게 괴로워하는 예민한 죄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악마를 만나고 미쳐버린다는 설정입니다. 무신론자가 악마를 믿는 것도 좀 이상한데, 양심이라고 하는게 신이 있어야만 성립되고 충족될 수 있고 신을 안믿으면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녹이느라 캐릭터가 급작스럽게 변합니다...

두번째는 리즈랑 호흘라코바 파트인데, 저는 리즈랑 호흘라코바가 나올때마다 다 재밌었는데, 사실 다 읽어보면 소설에서 얘네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이 등장인물들은 두번째 시리즈를 위해서 나온 인물들 같은데, 세상에 나오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세번째는 똑같은 얘기가 너무 반복되긴 합니다. 디미:트리가 잡히고 나서 부친 살해의 플롯을 디미:트리 입이든, 스메르쟈코프 입이든, 변호사 입이든, 검사 입이든 여러 등장인물들이 첨부터 끝까지 ㅈㄴ 반복하는데 솔직히 조금 장황하고 지겹긴 합니다. 물론 각자마다 말투도 다르고 조금은 시선의 축이 다른 점은 흥미롭습니다. 제가 볼 때 후반에 나오는 변호사랑 검사의 연설에서 제대로 된 말의 비중은 20%? 정도밖에 안될 것 같은데, 각자 반대편 인물들이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을 담고 있어서 의식하고 보면 재밌습니다


추가적으로, 교조적인 부분이 많긴 한데, 저는 조시마 장로 연설 부분이나 알료사의 대사 부분도 재밌게 읽어서 괜찮았습니다


이반/드미:트리/그루셴카/카체리나 4명이 서로 잘못하고 서로 용서하고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는 모습이 우리들의 복잡하고 꼬였지만 훈훈하기도 한 현실을 의미있게 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디미:트리의 고백(소돔에도 아름다움이 있을까?) , 이반이 악마를 보는 장면의 묘사, 대심문관, 조시마 장로 에피소드, 시체 썩는 냄새, 일류샤와 스네기료프와 콜랴 파트, 법정 장면,,,, 심도깊고 엄청난 장면들이 많은 명작 중의 명작은 틀림 없습니다


굳이굳이 따지면, 카라마조프 > 안나 카레니나
라고 생각하지만, 둘다 읽어봐도 후회할 일은 절대 없고 읽는 것 자체로 성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설입니다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