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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국과학문학상 시리즈


총집편 쓰면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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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여성들도 사람이에요.


한국인인지는 잘 모르지만요.


한국에 왔고 소통만 되면 됐죠!


이게 다 제니 덕분이에요.


한 줄 요약

이게 기사가 아니라고?



노동조합 활동가의 소설이다. 작가 프로필이 소설의 전부를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작가 이력만 알아도 작가가 쓴 모든 소설은 배경과 인물만 알면 될 듯하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얘기다. 소설은 한 치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으며, 다분한 정치적 목소리는 물론이고 인물 조형부터 사건 전개까지 '전형적임'을 벗어나지 않는다. 바꿔말해서 이 소설은 소설로서 완성도만 봤을 때 '특별한 게 전혀 없는' 소설이고, 어떻게 보면 나쁜 의미로 무난해 빠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수상이죠? 심사위원들은 제니의 역 가지고 칭찬 엄청 할 게 뻔하죠? 나로선 이 소설이 상 탄 이유를 이 소설의 정치적 메시지에 의한 것에 비롯되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 어느 것도 특출나지도, 특별하지도, 하다못해 장르적이지도 않은 이 소설이 상을 탄 이유? 농촌 배경의 이주 여성을 소재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냈으니까!


SF지만 전혀 SF가 아니다. 독법 자체가 SF이길 거부한다. SF인 부분은 실시간 동시 통역이 가능하고 레이저 필기가 가능하며 소량의 물건을 적재 운반할 수 있는 깡통형 로봇 제니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 건데, 식당 서빙용 로봇에 챗GPT 4o가 달렸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솔직히 말해서 이 소설이 SF가 아니라 그냥 순문학으로 나왔어도 나는 이 설정을 두고 "이게 말이 됨?ㅋㅋ SF를 쓰네"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이 소설의 '픽션'은 강조되지 않고, SF적인 요소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냥 뭐랄까, 주제와 맞닿는 소재가 나름 과학적인 소재라는 점에선 이 소설이 SF라고도 할 수 있지만...... 소재나 내용, 전개, 묘사, 그 어딜 봐도 이 소설이 SF이기보다는 농촌 이주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SF와 페미니즘은 양립 불가능한 소재가 아닌데도 그렇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공모전이 마침 SF니까 소재만 SF로 잡은 격에 가깝다. 심지어 그 소재조차 SF를 접한 적 없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나올 것 같은 수준(현 기술에서 더 나을 게 없는)이고.


쉽게 말해서, SF소설로선 빵점에 가깝다는 얘기다. 왜 SF소설로 상을 탔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순문에 내기엔 소재가 좀 걸리겠지...... 근데 이쪽 계열은 딱히 순문이니 SF니 구분이 가당키나 할까? 어차피 젊작상 김초엽 한 번 탔잖아?


내가 이 소설 줄거리와 내용에 대해 떠들지 않는 것도 볼 게 없어서 그렇다. 이주 여성들이 제니를 통해 서로의 말로 실시간 소통을 하며, 제니를 통해 이어진다는 건 알겠는데, 읽는 내내 "아니 한국에 왔으면 한국어로 소통해서 이어져야지 왜 제니에게 의존해서 소통하는 건데?"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일본에 온 각국의 씹덕들이 자기네 말로 소통하려고 하나? 아니다. 일본에 와서 씹덕질하러 왔으니까 일본어로 소통하지.


한국에 온 '이주'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잠깐 일하고 돌아갈 거 아니잖아? 결혼해서 와서 '정착'하려는 거잖아? 자기네 말 지키고 보존하는 거랑 별개로 한국어 못하는 게 자랑인가? 물론 이런 점은 쏙 빼놓고 한$남 마을 이장이 제니 때문에 여자들이 기어오른다면서 제니를 조사버리고, 제니에 대한 만족도 조사도 헬조선 엔딩이 나는 걸로 끝낸다.


농촌 이주 여성의 삶을 그렇다고 제대로 조명하고 있는가 하면 분량의 문제인지, 아니면 작가가 상황 설정을 잘못 잡아서 이것저것 장면을 바꾼다고 못 다룬 건지, 솔직히 굉장히 얕고 추상적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내가 앞서서 '전형적'이라고 말을 꺼낸 것도, 이 소설 어디에도 구체적인 무언가가 없다. 지극히 전형적이고, 지극히 일반적이기에 어디에도 공감을 일으킬 수 없다. 아,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야 공감하겠지. 당사자들에겐 이미 구체적인 것이 내재돼 있으니까 적당히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다른 독자들은, 구체적인 경험이 부재한 나 같은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고 얻는 것이라곤 이주 여성들이 한국어 배우기를 매우 게을리 한다는 것인가? 작가가 그걸 바랄 것 같진 않다. 아마 작가가 노린 건 이주 여성들은 표현 수단(언어)의 부재를 겪기 때문에 억울함조차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고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단을 갖춰야 하는데 그걸 제니라는 다기능 로봇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게 제대로 전달됐냐고 하면 솔직히 별로......


만약 내가 이걸 한겨레, 경향 신문에서 기사로 읽었다면 제법 흥미롭게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소설이다. 심지어 한국과학문학상 우수상을 탄 수상작이다.


5회 한과상도 그렇고 6회도 그렇고, 장르의 기본도 못 지키거나 장르조차 아닌 게 당당하게 장르소설(SF)로 상을 받는 게 참......


김필산 조서월 보고 참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