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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가에서 프랑스로 아무거나 읽어야지 뽑다가 기 드 모파상 있길래 읽어봄

보니까 체호프처럼 단편 위주로 썼길래 장편 없나 찾아보니 이거랑 벨아미 딱 두 개 남더라. 벨아미는 보불전쟁이라는 시대 배경도 관심 있고, 대표작 느낌 솔솔 나길래 입문은 다른 장편인 어느 인생 읽기로 했음

일단 딱 펴봤는데 적절히 시적인 감상적인 문체 + 젊고 유망한데다 행복한 주인공 잔느로 시작해서 꽤 기분좋게 읽었음. 아름답고 희열에 가득 찬 상황을 그리는 게 모파상의 장기라고 느껴졌음

오히려 잔느의 젊음과 행복이 너무 극상이라 본인은 그렇게까지 행복해본 적이 없었는지 잔느의 기쁨이 거의 광적이라고 느꼈음

그리고 예상치 못했는데 내용은 막 수녀회에서 졸업한 순진한 처녀 잔느가 온갖 고생을 겪으며 삶에 체념하고 실망해가는 과정을 그린 가혹한 학대물이었음;;

젊음의 치기로 결혼을 잘못한 잔느가 남편 쥘리앵의 외도로 고통받는 게 큰 줄거리. 결국 잔느의 갈 곳 없는 사랑과 절망적인 가정 생활이 아들 폴을 향한 과보호와 집착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꽤 날카로웠음.

결국 박복한 잔느만 죽어라 고생하고 외롭게 늙어가는데, 아들 폴의 아이를 받고 시들어버린 삶을 다시 살 의욕을 가지는 장면은 어리석으면서도 감동적인 장면이었음.

약간 캉디드가 생각나는 줄거리 같기도 했다. 특별히 실존적인 이야기는 아니었음. 줄거리가 글자 간격이 넓직해서 그렇지 대충 250p쯤 되는 느낌이라 금방금방 읽을만 했음

더러운 세상 앞에서 순수한 잔느가 타락하지 않고 결국 버티고 버틴 끝에 승리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나름 인간 승리였음.

한편으로는 거대한 실패와 좌절에 대응하는 순간의 행복을 예찬하는 얘기 같기도 하다. 기쁨과 고통의 총량을 비교해보면, 이렇게 괴로울 바에는 살지 않는 게 맞지만, 작가가 한편으로는 비합리적이고 말도 안 되는데도 용감히 살아야 행복을 만날 수 있다고 충고했다는 생각이 드네

근데 그토록 괴로웠던 잔느의 평생을 딱 한 장면으로 뒤집었다는 건 대단하네. 마지막 장면 덕분에 자칫 신도 에루의 변신 이야기마냥 처참한 엔딩으로 끝나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내상 없이 책을 덮을 수 있었음.

생각보다 유잼. 분량과 스타일상 프랑스 문학 입문작으로 딱 좋을거 같은데 시종일관 너무 피폐하고 갑갑해서 추천까지는 못하겠다 ㅋㅋ

뭔가 어둠의 19세기 프랑스 대위의 딸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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