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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합당한 감상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번역이 너무 심하게 구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번역기를 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든 문장이 직역투로 번역되어 있어서 한국어적으로 읽기 매우 어색하고 또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프로이라인이 독일어에서 miss에 해당되는 단어라면, 프로이라인 호니히와 호니히 양이라는 표현이 한 작품에 동시에 나와서는 안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나오고


물론 프로이라인이 독일어에서 miss에 해당되는 단어인지 아닌지는 책에서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냥 툭툭 튀어나오는데 첨엔 이름인가 하다가 읽다 보니 계속 나오길래 아닌 것 같아 검색해보고 알았다


리치라는 아이를 손자라고 했다가 손녀라고 했다가 (여자 아이가 맞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대화 속에서 하오체와 존대를 섞어가며 말하던 남편이 갑자기 중간의 한 부분에선 반말을 쓰는데,


그렇다면 분노를 터뜨렸다거나 그런 식의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대화 상대인 부인이 언급하거나 최소한 인지하거나 서술자가 언급하거나 하는 정도는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을 보면


여기도 다른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오류인 것 같고


따라서 검수도 안 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초역이라고 적혀있는데 이렇게 만나보게 되어서 너무 슬프고


다시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도 꾸역꾸역 열심히 다 읽었기 때문에 나름의 감상을 써보자


제니 트라이벨 부인을 처음 보고 나는 댈러웨이 부인을 연상했는데


작품이 아니라 클라리사 댈러웨이라는 인물을 말한다. 작품이라는 면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없다


댈러웨이 부인은 초반 부분을 나름 재밌게 읽고 있었는데 병렬독서 하다가 본의 아니게 유기되었다. 따라서 내 클라리사에 대한 인상도 초반에 한정될 것이다


어쨌든 부르주아적인 현실에 안주하면서도 동시에 권태를 느끼고, 과거로 상징되는 낭만적 상상을 그리워하고 그것에 휘둘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비슷하게 느꼈는데


제니는 좀 더 속물적인 인간 유형을 대표한다 (휘둘리고 있다는 것은 초반만 읽은 내 착각이었으므로 다 읽은 지금은 많이 다른 캐릭터로 느낀다)


내가 읽은 폰타네는 모두 innocent한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독일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그 주인공이 뭔가에 성공하는 것처럼,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처럼, 혹은 부조리를 이겨낸 것처럼 보여주다가


결국은 인습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회는 그대로 유지되며 여성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혹은 비참하게 죽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이상하게도 제니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래서 뭔가 평소랑 많이 다른가 싶었더니


역시나 다른 캐릭터가 그 역할을 맡았다. 코린나 슈미436트라는 교수 딸이다


코린나는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꾀한다는 점에서 같은 작가의 '마틸데 뫼링' 의 마틸데와 비슷하다. 평균 정도의 외모와 교묘한 사교 기술로 남자를 꼬드긴 능력도 그렇고.


그런데 코린나는 이 남자 레오폴트 트라이벨을 유혹하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결혼에는 실패한다. 남자의 어머니인 제니 트라이벨이 결사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편 제니는 동네 과일 가게 딸이고 젊었을 때엔 코린나의 아버지 슈미5345트 교수와 사귀었지만, 결국 결혼은 산업 혁명으로 신흥 부자가 된 트라이벨과 하게 된다 (신흥이긴 하지만 3대째 공장을 운영 중이다. 우리랑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즉 제니 - 슈미6463트 - 트라이벨 이라는 삼각관계가


코린나 - 마르셀 - 레오폴트 라는 삼각관계로 반복된다 (마르셀은 코린나의 사촌이며 슈미4523트처럼 고등학교 교수이다)


따라서 제니는 트라이벨과 결혼했지만, 코린나는 결국 마르셀과 결혼하고 레오폴트는 같은 부르주아이며 아름다운 사돈 처녀와 결혼하게 된다는 사실이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다


레오폴트는 함께 영국으로 도망치자는 편지만을 매일 아침 같은 시각에 꼬박꼬박 보내오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 소설이 해설처럼 부르주아 계급과 지식인 계급 간의 균열과 화합 불가능성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 맞는데


폰타네 문학에서 진정 중요한 부분은 오히려 여기, 즉 레오폴트와 같은 인간 유형과 코린나와 같은 인간 유형이 반복된다는 지점인 것 같다


연애와 같은 '감정' 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는 것, 낭만적인 허상일 뿐이고


부르주아 계급의 속물 근성도, 지식 교양 계급의 위선적인 허세도 옳지 않고


레오폴트처럼 사회에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도, 코린나처럼 사회의 질서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 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한다면


무엇이 옳은 것일까


정치 도전에 실패해도 그저 유쾌한 트라이벨과 마지막에 정신 승리하려다 실패하는 것처럼 보이는 슈미234트 교수는 또 무슨 의미였을까


폰타네는 유려한 문장과 연극적으로 설계된 장면 묘사 등도 아주 맛있는 작가인데


그것을 거의 느끼지 못해 매우 아쉬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