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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

제목은 문학이론'입문'이지만 사실은 전혀 입문이 아닌 책이다. 일종의 제목낚시인데, 나도 문학이론이란 걸 배워봐야지 하고 들어온 학생들은 줄줄이 늘어선 영문학(서구문학) 이론들과 이글턴의 신랄한 이론 비판에 정신을 못차릴 것이다. 이것은 놀랍게도 이글턴이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이다.


짓궂은 이글턴은 순진한 학생들을 꼬드기는 교수님처럼 입문이라는 제목으로 초짜 문학도들을 꼬드긴 뒤에 아주 나중에서야 이것이 '입문'이 아님을 밝힌다. 그리고는 이 책의 진정한 제목이 밝혀지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문학이론이라는 환상'이다.


그렇다. 이 책의 주요 골자는 서구 비평가들이 문학이론이라면서 굳게 쌓아올린 문학에 대한 일종의 환상적인 권위, 독자적인 권위를 재검토하는 데에 있다. 그러니까 이건 사실 문학이론에 대해 어느 정도 고심을 거친 독자 정도가 되어서야 제대로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으며 진짜로 입문으로 읽으려다간 엿먹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 짓궂은 낚시와는 별개로(또한 이 짓궂은 낚시의 조짐이 책 초반부터 짙게 깔려있기는 하기에 그걸 어찌저찌 감안한다 치면) 이글턴의 논의는 충분히 흥미롭게 받아들일만 하다. 문학에 어느 정도 천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비평의 의미나 위1상이란 것에 대해 의심해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글턴은 1장인 영문학계 검토부터 아주 강하게 이 위1상을 의심한다. 이글턴의 말에 따르면 사실 이 문학이란 것이, 기존의 절대가치였던 종교를 대체하기 위해 영문학계에서 담론을 통해 형성한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글턴이 그냥 문학이란 것을 공격하고 그 위1상을 끌어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소 불합리하겠다. 이글턴은 순진한 학생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맑스주의자 이글턴'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여기에서 그런 걸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엿먹이기 때문이다. (이글턴은 무려 데리다나 크레스테바 같은 전복적인 이론가들은 '기존의 것을 해체하는 데에 머물러 모든 걸 그저 무화시키기 때문에 도리어 보수적'이라는 입장을 내세운다.)


테리 이글턴이 중요시하는 건 비평이란 게 매우 상호작용적이고 유기적이며, 우리의 삶, 개인, 내면, 인간성, 사회, 세계 등등과 무수한 동역학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또한 비평이란 게 알게 모르게 아주 (개인적으로 너무나 비루한 단어라고 생각하지만) '정치'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일이다. 그것이 문학이론을 공부하는 시작인 것이다. 실상 문학장에서 활동하며 비평을 내는 사람들은 결국 문학에 자신의 목소리를 투과하여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이다. 이글턴이 죽도록 까대는 신비평주의자들이 문학의 고고한 고유성을 말할 때 그들은 실상 자신의 이념을 문학에 듬뿍 담았으면서도 그것을 애써 무시하는 일종의 기만이다. 이글턴은 마치 그 기만적인 비평가들에게 '사실 우리는 모두 문학을 이용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블랙조크를 던지는 셈이다.


전체적으로 아주 역동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입문으로 읽을 거면 절대 읽지 않았으면 한다(이 분야에선 조너선 컬러의 <문학이론>이라는 책이 있으니 추천한다. 아니면 우리나라 권영민 교수의 <문학의 이해>도 좋으며, 이글턴이 진짜로 문학입문자를 위해 쓴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도 좋다.) 일단 1장인 영문학 비판도 넘어서기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문학의 위1상이란 것에 비판적이며, 그것에 의심이 들고, 왜 고전과 정전이란 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면, 그래서 그러한 비판적 시선을 투과하여 문학이론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바라보고 싶다면 제법 괜찮은 저서다.


비판할 지점도 분명 존재하는 책이지만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생각할 지점이 많기에 만약 딥하게 문학에 뛰어들고 싶다면 한번쯤은 괜찮을 수도?

그런데 아까 말했다시피 차라리 그냥 다른 책을 읽도록 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대학원에 납치할 영문학도들을 선별하는 용도로 쓴 책 같기 때문이다.

덤으로 만약 이글턴의 관점이 싫다면 해럴드 블룸을 읽으면 아주 잘 맞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