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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국과학문학상 모음집
총집편 쓰면 추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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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위해서 살아가고
나는 모두를 위해 죽을 것이다
너는 내가 알던 네가 아닐 수 있지만,
그런 너를 내가 사랑했다
한 줄 요약
설정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방황
2023 한국과학문학상의 마지막 우수작, 허달립의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이다. 이미 삼사라를 통해 만족한 나는 부담도 기대도 없이 이 작품을 읽었고, 그래서인지 좋은 것과 아쉬운 점이 교차하는 애매모호한 지점으로 책장을 덮게 됐다. 두 개의 세계나 제니의 역 같은 것보다 낫지만, 그렇다고 최후의 심판이나 삼사라에 비하면 부족한, 5점 만점에 2.5점짜리 작품이랄까. 장르소설이지만 K-SF스러운 면모가 있고, 그렇다고 해서 감성에 완전히 매몰되거나 메시지 전달에 혈안인 것도 아니다. 설정은 매력적이지만 많은 묘사가 독백을 통한 비직관적 서술을 따라가기 때문에 결말은 모호함만 남게 되고, 설정 역시 갸웃하게 되는 지점이 많다.
내용은 발세자르라고 하는 서덜라인 모델 엔진 관리자가 알시 선장이 운용하는 범계구축선에 올라 리메이라고 하는 아내를 복제한 인공지능을 서덜라인 네트워크에 숨긴 채 지내며 새로 범계구축할 행성에 원물이 충분하면 리메이의 육신을 만들려는 것이다. 여기에 벌써 고유명사가 어질어질하게 나오는데, 이걸 대충 일반명사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발세자르라고 하는 범용 생체 컴퓨팅 모델 엔진 관리자가 알시 선장이 운용하는 테라포밍 함선에 올라 리메이라고 하는 아내를 복제한 인공지능을 몰래 들여와 지내는데, 새로 테라포밍할 행성에 육신을 새로 구성할 자원이 충분하면 리메이에게 육신을 선물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걸 온갖 고유명사로 떡칠해놨다. 물론 고유명사들이 너무 알아먹기 힘든 것도 아니고, 설명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 이해에 엄청 큰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니다. 문제는 고유명사와 엮인 고유개념, 그러니까 뇌 개방 시스템이라든지, 서덜라인 모델 함선의 구체적인 형상, 서덜라인 네트워크, 은하 부엽화, 원물 등의 명사를 일반 명사로 이해하기엔 작가의 상상력이 차지하는 공백이 남게 된다. 느네비앵의 종족도 제대로 된 외관 묘사가 없는 건 덤이고.
단편 하나에 고유명사가 어질어질하게 등장하는 것도 등장하는데 이걸 독자에게 제대로 개념화를 못 시키는 게 문제다.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리기 너무 힘들었다. 이건 이 작품이 발세자르가 리메이에게 전하는 이야기, 곧 독백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더욱 단점이 부각된다. 리메이에게 독백하듯 떠들기만 하니 독자를 위한 서술이 아니라 리메이를 향한 대화가 되면서 독자는 모를 '전제'가 수없이 생략되고 말았다. 그 전제 중 몇 개는 맥락을 통한 유추로 알아낼 수 있지만, 대개의 전제는 뭘 두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고, 독자 입장에서 이 발세자르의 일방적 독백은 암막 커튼 너머로 떠드는 정체 모를 라디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뇌 개방을 통해 뇌를 함선 운용을 위한 생체 컴퓨터로 쓰고 그를 위해 몸을 개조한 알시 선장 역시 설정은 매력적이지만, 자기가 인간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너무 툭 던지고 툭 대답해서 너무 부수적인 이야기는 아닌가 싶었다. 주된 내용은 애당초 발세자르가 리메이에게 전하는 (아마도 사랑이 담긴) 말이거니와, 내용 역시 그리 서스펜스와 서사라곤 없이 쭉 흘러가는데 선장의 질문은 이야기에 너무 뜬금없이 끼어들고 딱히 이렇다 할 역할도 없이 빠진다.
느네비앵도 불만은 가지지만 결국 순종하는 태도에서 심심함을 벗어나지 못했고, 주인공 역시 우주 우울증 때문인지 몰라도 엄청나게 순종적이라 작품에 어떤 긴장도 없다. 범계구축(테라포밍)을 위해 선장을 뺀 모든 것을 쓴다는 게 곧 승무원 전부를 포함하는 말임이 밝혀졌음에도 말이다. 삼사라가 반전으로 큰 충격을 줬던 것과 달리 발세자르는 반전을 줘도 맥아리도 없고 연출도 슴슴하고 그냥 그게 뭐 대단한 일도 아닌 것처럼 말해서......
위화감과 괴리감이 좀 심했다. 그를 보충할 묘사가 충분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앞서 말했듯 서술 자체가 발세자르가 리메이를 향해 말하는 것이라 모든 묘사에 제동이 거리고 제한이 생겼다. 이래놓고서 작가노트에 '다른 인물의 감정을 헤아려봤으면 좋겠다'라고 하는데, 열린 결말도 그렇고 생각할 만한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두고 여지를 남겨놓든가, 이건 독자가 이야기를 새로 쓰는 수준으로 상상해야 그 감정이든 공백이든 헤아릴 수 있는 수준이다.
최고의 그래픽카드는 상상력이라곤 하지만 이런 식의 결말과 서술, 그리고 작가노트에 밝힌 의도는 게으름이라고 지적할 만한 건 아닌지...
설정의 무게가 아깝다는 생각이다. 설정만 제대로 살렸어도 우수작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었을 텐데, 그조차 아니라 2.5점이다. 진짜 가작에 어울리는 작품이랄까. 물론 제니의 역이나 두 개의 세계는 가작조차 가당찮다. 하나는 그냥 순문 가라고 하고 하나는 애초에 왜 붙었는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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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명사가 얼마나 심하면 이 글도 이 무슨 씹덕 어쩌구 처럼 보임. ㅆㅃ
이거 쓴 애는 맥키 책좀 필사시켜야겠더라 그게 아니면 게임 설정 짜는 데로 입사하는 게 나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