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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소설 제목을 '소용돌이'로 지었다면, 그리고 책의 전반에 걸친 우스개를 줄인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한 손으로 잡고


읽기 편한 두께를 가진 장중한 장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용돌이'이란 제목은 너무나 노골스럽다. 호머의 일리아스에서


제우스의 심대한 흉계를 신들도 모르고, 반인반신 영웅들이 앞으로 맞이할 운명을 까맣게 잊은 채 최후를 맞이하는 것처럼 운명은


곳곳에 암시를 넣어 우연처럼 가장한다. 소용돌이에 휘말린 이상 그 누구도 궤적을 벗어날 수 없다. 그 끝에 모비 딕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영원한 심연 속으로 삼켜버린대도 말이다. 그래서 소용돌이란 제목보단 모비 딕이 좋은 것 같다. 그것은 희고, 모호하고, 불멸하기 때문이다.



 허먼 멜빌은 이 장편을 쓰면서 '일리아스'를 많이 참고한 것 같다. 일리아스 두번째 장에 배치한 함선 목록과 마찬가지로 고래 발췌문집을 앞장에


베치한 것 따위나 앞서 말했던 것처럼 트로이 전쟁의 내적 동기를 차용해서 소설의 주요한 서사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우스개


소리를 아예 빼버린다면, 이 장편을 읽은 사람들은 어렵사리 호메로스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굳이 고래학을 빼버릴 수 없는 이유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