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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주 재밌었다
그런데 하루키를 생각하고 책을 고른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얇은 책인데, 직접적으로 하루키를 다루는 분량은 60페이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라타니 고진이 하루키에 대해 쓴 글은 사실상 이 60페이지짜리 짧은 글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그 글의 제목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풍경' 이고
가라타니가 일본 근대 문학에 대한 고찰을 시작하며 들고 나온 것이 소세키에서 연유한 풍경론이기 때문에
풍경이라는 소재에 착안하여, 번역자가 임의로 연관있다고 생각한 가라타니의 소세키론 두 개를 모아서 같이 낸 책이다. 그래서 책의 대부분은 소세키 이야기다
물론 가라타니가 풍경이라는 개념을 끄집어 낸 것은 구니키다 돗포나 시마자키 도손과 같은 작가들이지만, 가라타니로 하여금 그런 발상을 가능케한 것이 소세키의 글이었기 때문이다
서양의 소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내면화되어 당연한 것으로 간주된 풍경을, 즉 '근대 문학'을 소세키는 거부하고 있다. 이런 이야긴데, 역시 평소에 하던 이야기다. 하지만 번역자의 말대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세번째 글은 평소보다 조금 쉬우면서도 대단히 확실한 글이기 때문에, 가라타니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추천하고 입문용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
어쨌든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도 꽤 흥미롭다. 나는 하루키를 거의 읽지 않았다. 중학생 때 상실의 시대를 읽었지만 그 시점에서 다시는 쳐다보지 않을 작가로 분류했고, 1Q84는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덕에 2부까지 깨작거릴 수 있었지만 결국 다 읽지 못했고 그 외엔 읽은 것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가라타니가 언급하는 하루키도 노르웨이의 숲까지, 보통 전기 하루키로 분류하는 지점까지다. 89년에 쓴 글이기도 하고.
가라타니에 의하면, 하루키는 근대 문학에서 자명한 것이 된 '풍경'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형식과 구조를 가져왔지만, 그것은 결국 새로운 양태의 '풍경'과 '내면'일 뿐 다른 것이 아니라고 한다
뭐 이렇다. 가라타니가 이야기하는 하루키에 관심있다면 도서관에서 빌려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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