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로 한 번 읽고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다시 읽는 중인데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문학동네판을 사서 비교해보려고, 3분의 1 정도 읽는 동안 11장의 페이지를 찍어두었었다
그런데 오늘 보수동에서 에피 브리스트를 찾지 못하여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하려던 순간
도서관을 다시 다니게 되면서 책상 위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오닉스 포크5가 보였고
전자책 오래 보관할 거면 구글 북스에서 사는 게 좋다는 독갤럼의 글이 생각나서 사러 가봤더니
놀랍게도 초반 내용을 조금 공개해두었다
그래서 읽어보았더니,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상황이 좋지 않았다. 두 책의 같은 부분을 비교해보겠다
문동 : 엄마는 양팔을 천천히 머리 위로 올려 손바닥을 모으는 딸을 눈을 들고 황홀하게 쳐다보았지만 그런 속마음을 감추고 싶은 듯 몰래 슬쩍 보는 것이었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할 만도 했다. 에피는 헐렁한 가운처럼 보이는 하늘색과 하얀색 줄무늬 아마포 옷을 입고, 청동색 가죽 허리띠를 꽉 졸라매고 있었다. 목덜미는 드러냈고 세일러복의 넓은 깃이 어깨에 드리워 있었다.
문지 : 어머니는 자기 딸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속마음을 짐짓 감추려는지 딸을 살짝 훔쳐보듯 했다. 그녀가 느끼는 자부심은 어머니로서 당연한 것이었다. 에피는 푸른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있는 기다란 통 블라우스 같은 형태의 아마포 옷을 입고 있었는데, 꽉 졸라 맨 청동색의 가죽 혁대가 예쁜 허리 곡선을 만들어주었다. 목덜미는 드러나 있었고 어깨와 등은 넓은 수병(水兵) 칼라가 감싸고 있었다.
에피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에피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지, 아니면 숨기는지에 대해서 두 번역의 입장이 다르다. 문동은 사실 별 말하지 않은 거나 다름없는데, 문지는 '예쁜 허리 곡선을 만들어주었다' 라는 표현으로, 저런 옷으로도 에피의 몸매가 부각된다는 식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문장에서 에피는 "그런데 엄마는 제게 이 밋밋한 실험복 같은, 사내애들이나 입는 옷을 입히시는 거죠?"(문지) 라는 대사를 친다
딱 봐도 이상하다
다음 장면이다
문동 : 그들은 교사 얀케의 쌍둥이 딸이었다. 얀케는 한자동맹, 스칸디나비아, 프리츠 로이터를 열렬히 좋아했다.
문지 : 그녀들의 아버지인 얀케 선생은 스칸디나비아의 한자Hansa 출신으로 프리츠 로이터를 사숙(私塾)했다.
이 정도면 비교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그래도 내가 찍어둔 다음 장면도 공개되어있으니 적어보겠다
문동 : 에피는 비판적인 크리칭이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하면서도 세 친구 가운데 하나를 따돌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적어도 지금은 따돌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에피는 양팔을 탁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문지 : 에피도 혹평하기 좋아하는 크리칭이 잘 지적했다고 생각했지만, 세 친구들 사이에 어느 누구를 차별 대우하고 싶지 않았고, 우선 이 순간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양말을 테이블로 가져가며 말했다.
문지의 양말은 물론 오타일 것이다. 엄마와 에피가 양탄자 자수를 하는 도중에 에피가 일어나 체조를 하고, 그 후 친구들이 놀러와 엄마가 자리를 뜬 장면이기 때문이다.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그 부분이 아니다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우선 이 순간' 이라는 부분이다. 나는 일본어를 조금 아는 십덕이다. 저 어색한 '우선' 이라는 표현이 왜 나왔는지 너무나 짐작이 잘 간다.
아마도 이 표현에서 온 것이리라 생각한다. 문동에서 쓴 '적어도 지금은' 과 같은 표현을 일본어로 번역한다고 생각해도, まず를 쓰는 것은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 그것을 한국어 '우선' 으로 옮기는 것은 어색하다.
다시 말해 문학과지성사 에피 브리스트는 일본어 중역 번역이거나, 일본어판 혹은 일본어 중역 번역된 국역판(아마도 중앙일보판)을 아주 많이 참조한 번역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읽기는 그만두기로 하였다
어쩐지 읽기도 힘들더라니... 폰타네는 유려하면서도 읽기 쉬운 게 문체의 특징인데. 중앙일보판도 그 전집의 다른 책들에 비하면 읽기 쉬운 편이었단 말이다. 제니 트라이벨 부인도 그렇고 왜케 읽기 어려운 폰타네 번역이 많은걸까...
헉 걍 직역이라 딱딱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ㅎㄷㄷ 조만간 책 살랬는데 뭉지 사면 평생 후회할 뻔 ㄱㅅㄱㅅ
폰타네를살
역자가 식민지 세대인가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