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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옹의 젊은 초보 작가 시절 보고 싶어서 도시와 개들 읽어봄

고등학생 내내 사관생도였던 요사의 경험을 잘 반영한 자전적인 소설이었음

군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답게, 당시 폭력적이었던 페루의 사회상이 잘 드러남. 특히 술, 담배, 성욕에 미쳐 사는 생도들의 행동거지는 낭만의 시대 그 자체;

큰 줄거리는 사관학교에 입교한 3학년 생도인 알베르토와 두목 재규어, 왕뱀, 촌놈 카바 등이 선배들의 잔인한 가혹행위에 왕초 그룹을 형성해 대항하면서 시작됨

이런 점에서 진짜 어릴때 봤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좀 떠오르는 줄거리임. 실권자가 된 재규어는 선배들과의 싸움을 이어나가고, 동시에 왕초 그룹은 반의 실세가 되어 밀고자는 죽인다는 규정을 멋대로 짓고, 배신한 동급생도 리카르도를 노예로 별명 짓고 죽도록 괴롭히다, 결국 누군가 노예를 쏘는 사건이 터지고 만다는 것이 큰 줄거리

요사 소설답게, 시점이 현란하게 바뀌기 때문에, 시점은 주인공이자 작가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시인' 알베르토, 따돌림 속에서도 옆집 여자애를 사랑하는 '노예' 리카르도 아리나, 범죄와 싸움 속에서 살아오다 입교한 왕초 '재규어', 절름발이 암캐의 친구이자 재규어의 충신인 '왕뱀', 엄격하고 공정한 담당 교관 '감보아', 노예와 알베르토가 사랑하는 다정한 동네 여자애 '테레사' 등의 시점들이 오가며, 현재, 과거, 미래가 마구 뒤섞여 전개됨

각 에피소드가 시점이 언젠지, 화자가 누구인지 명시가 안 되 있는 경우도 잦아서 처음에 감을 못 잡아서 한 200 페이지까지는 뭔소리들이여? 이거 진짜 수간하는 장면인 거임? 이러면서 읽다가 그 후부터는 감잡아서 몰입감이 좋았음.

요사 소설들이 으레 그렇듯이, 인물 소개와 빌드업이 끝나고, 유혈사태가 터져나오면서 줄거리는 극한까지 치닫기 시작함.

그러나 배경이 적당히 자기 선에서 사고를 은닉하는 군대이기 때문에, 부조리에 가담하지 않거나 진상을 밝히려는 사람들은 짓밟히고 모욕 당하고, 군부의 적극적인 비호 아래 가해자들은 큰 처벌 없이 졸업함...

그나마 작중에선 가해자가 반성하기라도 해서 암걸려 죽진 않았지만, 작가 본인에게 생도 시절이 상처로 남았다는 듯한 인상이 있었음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비합리적이고 자기 존재의 의의를 고민하는 주인공의 등장과 함께 작품 세계가 격변한 것처럼, 요사 작품 세계의 가장 큰 메세지인 '정의를 위해 체제에 저항하는 영웅적인 개인의 투쟁과 실패'의 원형이 된 인물인 감보아 중위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큼

정력적이고 엄격하며 공정한 담임 교관 감보아 중위의 이미지는 점차 발전해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에선 국가에게 명령 받아 사창굴 포주가 됐지만, 여전히 정의를 쫓는 현역 대위 판탈레온이 되고, 이어서 역작 염소의 축제에선 암살자 삼인방으로 진화했다는 게 의의가 컸음

여러모로 앞으로 거장이 될 요사의 행방을 암시한 잠재력 넘치는 소설이었음

복잡하고 흥미진진한 인물 관계, 매력적이고 힘 있는 주역들, 부당하고 잔인한 시대상 반영까지 요사가 장편소설 작가로서의 커다란 첫걸음을 내딪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었음.

솔직히 요사 장편 시리즈 중에서는 염소의 축제 다음으로 좋았음. 오히려 세상종말전쟁은 다소 빡셌음. 재밌긴 한데 너무 자극성에 포커스를 맞춘 느낌이었어서...

아마도 다음 요사 소설은 나쁜 소녀의 짓궂음 아니면 켈트의 꿈일듯. 코믹한 나쁜 소녀의 짓궂음을 읽을지, 굵직한 항쟁사인 켈트의 꿈 읽을지 고민이구만ㅋㅋ

이렇게 많은 스타일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승화시킬 수 있다는 점으로도 요사는 참 좋은 작가란 말이야. 독붕이들도 요사 소설, 읽어야겠지...?

어쨋든 요사 바이럴은 여기까지. 사실 플로우차트 만든거도 도시와 개들 읽고 뽕차서 만든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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