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밸 때, 낳을 때」



  신라 상대(上代) 여자들 가운데는

  밤에 어둔 밤길을 가다가

  하늘에 별빛을 입으로 읃어먹고 와서

  사내하고 같이 잠자리에 들어

  애기를 배는 색시도 있었네.

  그것 참 무척은 황홀해 좋았을 거야!


  그래서 애기가 생겨날 때는

  열 달 전에 읃어먹은 그 별 내음새가

  창 구멍이 빵빵 나게 풍겼다는데,

  노고지리 한 천 마리 하늘 날아오르듯

  이것도 참 매우 매우 씽그러웠을 거야!



-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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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택한 것은 자의라기보다는 차라리 시인인 서정주의 뜻을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리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고차 서정주의 자선 시집들의 목차를 검토해본 일이 있었다. 이 중에서 『푸르른 날』의 경우 출판사인 미래사의 시인 선집 시리즈의 한 권으로 나온 것이어서 수록 작품의 수가 보다 한정적이다. 초기 및 중기 시의 경우 원체 좋은 작품이 많다 보니 대체로 선정이 무난하다. 그러나 후기 시집의 경우 『서으로 가는 달처럼…』과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 수록 시편이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납득이 되는 작품보다는 굳이 이 작품을 왜 넣었을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와중에도 개인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작품들은 「술통촌 마을의 경사」와 「애를 밸 때, 낳을 때」, 「황룡사 큰 부처님상이 되기까지」 세 편이다.


'영원히 놓아 두고 보고 싶은 예술품을 만들다가 신퉁찮으면 신퉁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넘겨 줘야지, 신퉁찮은 그대로 어리무던하게 만들고 있지 마라. 절대로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구절로 시작되는 「황룡사 큰 부처님상이 되기까지」는 서정주 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끈기와 노력에 대한 메시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각각 고구려 동천왕과 신라 유례왕의 탄생 설화를 시로 다루어본 「술통촌 마을의 경사」와 「애를 밸 때, 낳을 때」는 모티프가 되는 일화들이 서정주가 추구했던 삶의 건강성에 대한 이미지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인이 특히 좋아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김우창은 『서정주시선』에 실린 세 편의 단시, 「입춘 가까운 날」 「이월」 「꽃피는 것 기특해라」를 두고 '함축된 정치적 의미는 물론 어떤 서사적 맥락도 없이 긍정할 만한 것들을 말하는 시들'이라는 평을 내린 바가 있다. 사유가 싱겁다는 이유로 이런 시들을 차순위로 넘겨 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섭섭한 일일 것이다.




* 덧: 이 시리즈는 100편을 목표로 쓰고 있어서 앞으로 20편 정도 더 쓰면 마무리가 될 것 같음.. 그래서 점점 더 선정이 신중해지고 있다는ㅋㅋㅋ

일단 『화사집』이랑 『귀촉도』에서는 더 안 뽑아도 될거같고 나머지 시집 중에서 고민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