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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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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에서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를 소개하는 글을 보고,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는 이상한 의무감에 휩싸였다. 울산과 연이 깊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라서 그런 것일까? 이런 묘한 의무감이 든 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그렇게, 잊은 채로 있다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아, 맞아. 이 책 읽기로 했지? 나는 앞표지와 뒤표지에 있는 문구를 읽고 대출하기로 마음 먹었다. 표지에 굴뚝은 산업의 대표적인 이미지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울산을 살피는 본 책의 표지에 적절하다. 검은 연기는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의미보다 어두운 울산의 미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저자 "양승훈"은 지리경제학, 노동과정론, 공학, 도시사 등 다양한 관점으로 울산의 문제점을 직시한다. 그는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로 이미 산업사회학자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책은 다양한 도표와 인터뷰로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천천히 읽다보면 울산의 역사와 문제점 그리고 미래를 모색할 수 있다. 울산의 향방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책은 울산의 역사와 문제점을 논한다. 재미있는 점은 울산이 일제감정기 때에 이미 어느정도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해 산업도시 울산을 구상하도록 했던 선구자는 이케다 스케타다라는 사람이다. 이케다는 부산 지역에서 1920~1930년대 개발 사업을 했던 인물이다. 헌병 중사 출신이라는 특별하지 않은 이력에도 동양척식회사와 정군관계와의 인연으로 빠르게 사업의 규모를 확장했다. 부산 남항과 부산 적기항 공사도 착공한 적이 있었다. 그는 1937년부터 울산항 축항 및 인구 50만 공업 도시 계획을 수립했다."



울산은 부산과 마찬가지로 일본과 가까우니 여러모로 관심을 많이 받았던거 같다. 울산을 포함한 남동임해공업지역은 유럽 선진국과 다르게 국가가 주도한 지역이다. 책에서는 유럽은 국가가 주도하기 보다는 지역유지나 기업의 투자를 받고 도시가 성장했다고 한다. 반대로, 한국은 역사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국가가 주도해서 기업의 참여, 도시의 성장을 이끌었다. 



책의 하이라이트는 2부와 3부다. 2부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 박동이 꺼져 간다.", 3부 "산업 가부장제의 그림자와 중산층의 꿈." 개인적으로 1, 2, 3부만 읽어도 책을 알뜰하게 읽었다고 할 수 있어 보인다. 



울산의 문제점은 역시나 인구감소라 볼 수 있다. 부모 세대의 넉넉한 재력을 바탕으로 대학교까지 무난하게 마친 젊은 세대는 울산에 남아 있지 않는다. 울산에는 제조업 이외에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 심지어 제조업 부분에도 하청/비정규직만 남아있고, 부모 세대 즉, 아버지와 같은 본청/정규직으로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은 울산이 자랑하던 '중산층의 꿈'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울산에서 아버지가 누렸던 빛을 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울산에서 여성은 어떻게 보면 소외됐다. 울산의 대표 산업 자동차/중공업/조선은 여성들의 일터가 아니다. 저자는 남자와 여성의 취업 비율을 보여주는 도표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여성은 간호조무사, 사무보조, 서비스업과 같은 일자리를 전전하고 그것마저 마땅치 않으면 이른바 '취집'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울산의 미래를 위해서는 젊은 남자와 여자을 붙잡아야 한다고 한다. 울산의 대표 산업만 일으켜서는 안 된다. 남성과 여성 모두 울산에 있게 만들어야 한다. 



연구소는 이제 울산에 있지 않다. 울산은 생산, 하청 구조로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연구소와 현장이 함께 손 잡고 업무를 했다. 하지만, 연구소가 원활한 인재 공급을 위해 서울로 떠나버렸다. 이제는 연구소와 현장은 서로를 모른다. 현장은 연구소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연구소는 현장에 대해 무지하다. 이제 대한민국 제조업은 선진국을 추격하는 국가가 아니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부품을 역조립하면서 배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선도하는 국가가 됐다. 저자는 선도하는 국가에서 탈락하지 않으려면 현장과 연구소의 '생산성 동맹'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 기술'을 개발하거나 소부장 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사고에 구체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전국 어디에 본사, 연구소, 공장이 입지해 있는지, 산 업 내 연결망이 어떤지,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업이나 산업 단위 어느 수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노사관계는 어떻게 풀고 산업과 기업 내부 인력은 어떻게 교류하는지, 지역 사회와 어떻게 결속되어 있는지 등의 경제지리 차원의 구체적 질문이 빠져 있다. 또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문제를 혁신 문제와 함께 살피지 못하기 일쑤다. 더불어 제품을 만드는 생산의 문제나 혁신 기술을 실제로 현장에 '어떻게' 안착시키느냐의 쟁점도 생략한다. 당연히 노사관계도 그저 '노조가 문제' 혹은 '재벌의 탐욕'이라는 피상적 수준으로 다뤄진다. 이러니 문제를 제대로 풀기 어렵다."



필자는 유튜브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시위대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 때 노조원들이 서울 대로 한복판을 행진한 적이 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당시 조금 충격받았던 것은 어떤 유튜버의 행동이었다. 그는 '남성인권'을 대표하여 활동하는 유튜버이지만 최근에는 보수적 정치활동을 더 많이 한다. 그는 노조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비아냥거리기 일쑤였다. "왜 여기 있어요?" 라고 단순한 질문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노조원의 말꼬리를 잡는 비열한 행동으로 보였다. 한 노조원이 다른 노조원의 흥분을 제지하면서 "알면서 왜 물어봐."라고 조심스레 대답해도 그는 모르쇠 표정을 짓고 비아냥거렸다. 나는 그것을 보고 느꼈다. 아 정말, 다 똑같구나. 

이러한 기억은 필자가 <울산, 디스토피아>를 읽으면서 갑자기 떠올랐다. 노조원들의 행동이 답답하고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설득을 하려기보다는 조롱하고 비아냥 거리는 유튜버의 행동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렇게 해서는 아무도 설득되지 않고, 오히려 원초적인 자극만 줄 뿐이다. 아마, 그를 구독하는 구독자에게. 



"그러나 그 진로가 막혀있다. 현대자동차의 생산방식은 불신에 기대어 있다. 현대자동차는 노동자를 동반자로 신뢰하지 않고, 그들이 손끝 숙련을 강화할 것이라 믿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가 숙련도를 높여 라인을 세울까 봐 걱정한다. 현대자동차는 가능하면 파업과 생산중지를 막기 위해 많은 생산을 모듈하된 방식으로 외부에 위탁했다. 그 과정에서 현대건설 시절부터 익혀 온 하도급 관리 노하우는 중소기업의 이윤을 제약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는 회사에 강한 불신을 품고 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던 1980년대 이전의 기억과 1998년 정리해고를 겪으며 생긴 트라우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처우 개선 단계를 넘어 고용 유지와 임금 인상 및 복리후생을 최대한 얻어 내는 것을 목표로 지난한 싸움을 벌여 왔고 일정 부분 승리했다. 문제는 이런 불신의 악순환 속에서 노동자의 숙련이 쌓이지 않고, 회사의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이 모두 엔지니어의 기술력에서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직무 교육 자체를 회피해오면서 작업장의 자동화를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울산의 산업 갈등은 대한민국 축소판이라 봐도 되겠다. 본사는 노조를 무시하고, 노조는 본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저자는 노동자가 본사에서 요구하는 교육을 노조를 파괴하는 행위라 치부한다고 말한다. 본사도 마찬가지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을 회사에 해가 된다고 보고있다고 한다. 정말, 정말 진부하지만 두 집단의 갈등이 봉합되어야지 울산의 위기를 제대로 직시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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