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시기의 끝자락에 나는 처음으로 소설을 습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지금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다는 것에 대해 끔찍하고 무거운 혐오감을 느끼게 되었다. 어느 여름, 나는 괴담 영화에서 살인자가 방금 전에 죽인 피해자로부터 도망치려고 필사적으로 헤엄을 치지만, 죽은 자는 언제까지나 그의 발길질하는 발에 들러붙듯 쫓아오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습작하는 소설은 방금 죽인 피해자와 같았고, 나는 뒤돌아 그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거의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극도로 혐오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습작을 정서하거나 오탈자를 바로잡거나 해서는 다시 쓸 수 없었다. 그런 잉크 먹물이 묻어 있는 더럽고 불완전한 종이 뭉치 같은 것을 다른 사람이 읽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글을 다 쓰고 나면 태워버렸다.

- <쓰는 행위> p.85, 오에 겐자부로, 21세기문화원


오에 겐자부로가 습작기 때 겪은 기분이라는데 표현력 ㄹㅈㄷ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