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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7년 동안이나 사용하던 핸드폰이 완전히 망가졌다. 수리를 맡기기도 여러 번.. 주변 사람들이 넌 도대체 핸드폰을 몇 년씩이나 쓰냐는 핀잔과 고칠 바에 차라리 새로 하나 사겠다는 핀잔에 난 꿋꿋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럼 너는 나중에 마누라나 남편 병나면 마누라 병 안고치고 버릴 거냐??
하지만 병이 깊으면 고칠 수 없는 법.. 완전히 멈춰버린 내 부인은 서비스센터 전공의에게 사용불가판정으로 임종을 맞았다. 그녀가 없는 이틀밤은 너무나 적적했다. 난 그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그동안 왜 그녀가 아프다는 신호를 알아차렸으면서도 왜 마구 부렸을까 자책하기도 했다.
그녀가 없는 세상에선 더 이상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대체할 신첩을 맞아들였다. 학습과 독서에 정진하게 하던 현모양처 같던 구 부인과 달리 새로 맞은 첩은 요부였다. 나를 환락의 세계로 젖과 꿀이 흐르는 세계로 유혹했다.
예전 부인은 내가 게임을 하겠다 하면 화를 내며 열을 냈다. 그리곤 과도한 발열과 함께 어플을 종료한다는 경고 메세지와 함께 자동 종료시켰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교보앱이나 밀리의 서재 앱에서 독서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새로운 첩은 나의 모든 행위를 눈감아 주었다. 오히려 요사스런 몸놀림으로 나의 욕망을 부추겼다. 이윽고 나는 그 미지의 세계로, 그녀의 온갖 부위를 부드럽게 문지르기도 하고 격렬하게 비비기도 하며 손가락으로 찔러댔다. 온 몸과 신경은 그녀에게 흠뻑 빠져버렸다.
그때부터였다. 늦은 나이에 공부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만학도처럼, 나는 꼬지모를 어떻게 치우는지도 몰라 골드버전도 깨지 못했던 주제에 위를 정벌하겠다던 제갈공명의 포부를 이어 받아 포켓몬 엘리트 트레이너가 되길 천명하며 포켓로그란 게임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그러나 포켓몬의 세계는 어린 시절의 희미한 기억과는 다르게 대단히 어렵고도 심오한 세계였다.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포켓몬마다 가지고 있는 1~2개의 속성을 바탕으로 한 18개 타입의 상성을 외워야 하며, 수백 가지의 포켓몬 특성과 수많은 기술들의 특성과 부가효과를 모두 섭렵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엘리트 트레이너의 기본 조건이 갖춰진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것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알아야만 오월을 호령한 손자처럼 대장이 될 수 있다. 애니 포켓몬스터에서 지우가 몇십년간 챔피언이 되지 못한 것은 정말 완벽한 설정이라 손뼉을 치게 되었다.
하지만 멀고 험해야만 갈만하고 그 길의 끝에 놓인 과실이 달콤한 법. 그 길이 아득할수록 나는 포켓몬 세계에 더욱 강한 흥미를 느꼈다. 물론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한 포켓몬 배틀도 재미있지만 사람을 더욱 빠지게 만드는 것은 포켓몬 컬렉션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포켓몬을 도감에 등록하고 이로치(기존 포켓몬과 동일한 종족이나 색상이 특이한 희귀개체)를 잡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포켓몬들 이로치를 잡기 위해서 몇날 며칠을 돌아다니며 게임에 몰두하던 그 행복한 시간들..
하지만 내가 원하는 포켓몬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희귀한 맵에서 희귀한 확률도 등장하는 포켓몬.. 그런 녀석의 이로치 확률은 극악이다. 그리고 순수 플레이타임이 14일(시간으로 치면 336시간)을 넘어서는 그 시점에 나는 깨달았다. 왜 안나오냐고 분개하고 있는 나 자신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것을. 나는 재미를 찾는 한 인간이 아니라 노동교화형에 처한 수형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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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인식의 순간은 <노자, 최상의 덕은 물과 같다>란 책에서 제시된 노자의 이야기와 함께 다가왔다.
이 책은 노자의 도덕경에 대한 해설서로, 이전에 도덕경이란 책과 도덕경에 대한 해설서는 이미 읽어본 적 있는 바이나 언제나 그렇듯 또 다시 읽으면 또 다시 새로운 법이다. 학술적인 분류체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노자의 도덕경은 꽤 논리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름지기 한 사상을 담고 있는 책이라면 첫 번째로 저자가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 세계관을 드러내는 부분이 담겨있어야 하고, 두 번째로 그렇다면 저자는 그 세계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 하며 그 대답은 귀 기울일만큼 매혹적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노자의 세계관과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지 해결책은 한 사람이 평생을 믿고 따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노자의 가르침을 얻은 저자가 의도적으로 어려운 학술용어라던지 현학적인 느낌은 배제한 듯한 뉘앙스가 풍긴다. 그렇기에 읽기 편하다. (물론 그런 면을 원하는 독자들에겐 불호일 수 있겠다)
노자의 도는 무얼까?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참다운 도가 아니고 이름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참다운 이름이 아니다.
어? 도가 뭐지 알기 위해선 도를 설명해야되는 거 아닌가? 그 도를 말로 풀어낸 건 정령 도가 아닌가? 이게 무슨 소릴까?
참다운 도는 언어를 벗어나 있다. 언어로 말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와 이성, 그리고 체계와 기준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도를 인간의 기준으로 파악하려들면 안 된다. 도를 이해하기 위해선 자기 자신의 에고를 버려야만 한다. 그 에고를 버리고 그동안 겪고 배워온 인간의 기준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도를 맛볼 수 있다. 쥐어짜야만 나오는 코코넛 과즙처럼 도를 맛보기 위해선 기존의 나를 벗어나기 위해 온몸을 비틀어야만 한다. 언어란 기준, 인간의 기준, 일면만을 맛보는 것,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은 그 한계에서 탈피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허물을 벗어던졌을 때 마참내 펼쳐지는 광활한 우주. 인간의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심원한 우주의 세계, 어떠한 외력이 개입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그 상태에서 만물이 완벽하게 맞물리며 작동하며 조화를 이루는 세계가 바로 도이다.
그럼 이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것이 덕경으로 분류되는 장에서 말하고 있는 바이다. 한 마디로 하자면 그것은 무위(無爲)다. 모든 게 완벽하게 작동하는 도의 세계에서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와 창조하려 들지 말라. 모든 것을 자연의 순리대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행하라.
더 쉽게 말하자면 행위자를 비우라, 뭘 하려 나대지 말라 뭐가 되려 나대지 말라 이렇게 요약하고 싶다. 마치 흐르는 물처럼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자연의 상태로 가자는 것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사실 이전에도 동일한 의문을 던진 적이 있다. 과연 무엇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것이냐? 인간의 창조적 행위와 욕망 그 자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것이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이런 점에서 노자는 빌어먹을 허무주의자로 그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라는 비판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포켓로그를 통해 밤을 새가며 14일동안 원하는 포켓몬의 이로치를 갈구하며 수십만번의 포켓몬들과의 조우를 거듭한 결과, 왜 이런 욕망이 도대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인지 무언가 깨달은 것만 같다.
달은 무한정 차지 않고 가득 차면 곧 기우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흐르는 물은 있는 그대로 가파른 골짜기면 가파르게 흐르고 텅 빈 곳을 만나면 빈 곳을 채워 토끼와 사슴, 그리고 인간들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는 듯 없는 듯 한다. 그리고 그 곳이 가장 후미지고 눈에 띄지 않는다해도 그곳에 머문다.
코드가 내게 허락하지 않는 세계를 감히 인간인 주제 탐하려 든 점, 그로 인해 과도하게 정력을 소모하며 갈구한 점, 쟤는 나오는데 왜 안나오냐고 포켓로그 갤러리에 쌍욕과 깽판을 부리는 등 실망과 동시에 과다하게 감정을 소모한 점.
그 모든 것이 에덴동산에서 신의 과실을 탐낸 아담과 이브 같은 인위(人爲)였던 것이다.
엘리트 트레이너를 꿈꾸던 나는 포켓로그의 끝에서 드디어 노자의 도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깨친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인식의 휘광이 비치는 순간 나를 옭아매던 모든 실망과 광기에서 벗어나 한 톨의 자유를 맛보게 되었다. 아 이게 도구나!
노장자도 곧 다시 읽어봐야겠어용. 독후감은 읽으니 얼른 또 읽고 싶어지는군용
하반기 중에 장자도 다시 읽어볼 예정!!
잘읽었음
야켓몬 점점 지랄나는거 보면 노자도 빡쳐서 게임프리크에 황소 보냈다
본가보다 포켓로그가 더 재밌는듯;;
필력보송
골드도 못깨는 허접 ㅈ밥이면 도덕경 읽을 시간에 포켓몬 공략집이나 읽으란 마리야
도덕경을 읽으니 포켓몬도 깰 수 있게 되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결론은 이로치 포획에 실패하신것..맞나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bb
정말 신기하게도 마음을 비우니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