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설의 영상(影像)」
형이 접은
닥종이의
접시꽃은
육칠월의 꼭두서니
미리 당겨 묻히어
고깔 위에 벙글고,
누님이 쑨
식혜 국의
엿기름 냄새 속엔
벌써 숨어 우지지는
사월,
청보리밭
치솟우는 종달새.
아저씨는
어깨 위에
아무 애나 하나
올려 세워
마후래기 춤 추이고,
내려놓곤
패랭이 끝 열두 발 상무
하늘 끝 대어
열 두어 번
내두르고,
나는 동산 너머
내 새 연을 날리고
황동이는 황동이의 새 연을 날린다.
우리 연이 엇갈리어
어느 편이 나가거나
나가면 '나간다!' 소리치며
먼 하늘 따라가고…….
- 『서정주문학전집』(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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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영산홍」이라는 시를 이야기하면서, 대중적으로는 뚱하지만 평자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는 시더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그러한 모양새를 띤 또 다른 작품으로 「한양호일(漢陽好日)」이라는 시도 빼놓을 수 없다. 자전거를 탄 꽃장수 소년의 모습을 포착한 이 산문시는 김화영의 글을 비롯해 여러 평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바가 있다. 서정주의 숨은 시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될 만한 두 편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 개인적으로는 위의 한 편을 덧붙이고 싶다.
이 시는 철저한 풍경 묘사의 시이다. 의미가 심장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역시 묘사의 시지만 「영산홍」이 말수를 극도로 절제했고 「한양호일」이 산문투를 사용했다면 이 시는 딱 그 중간이다. 박목월의 어투를 떠올리게 하고 소재상으로는 백석 시를 운문화한 것 같은 느낌도 주는데 그만큼 보편적인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재요 리듬을 채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1연의 '꼭두서니'는 「학」에서의 '보라, 옥빛, 꼭두서니'에서 한 번 사용했던 것이어서 익숙하고, 마지막 연의 연날리기는 뒷날의 「지연 승부」의 내용을 예고하고 있다.
괜찮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