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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이 그랬어? 정말? 별거한다고?

몰라요. 그냥 혼자 그렇게 생각한 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가 정말로 대책 없는 인간이라는 건 알죠? 그러니까 한마디로 구역질 나는 인간이란 뜻이에요. 안 그래요? 꼭 변태 같다고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나는 난생 처음 켄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더 어렸을 때 그가 내게 한 짓에 대해서 엄마에게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 지 고민했다. 지금까지 나와 그 사이에 있었던 그 추악한 짓과 그에 대한 내 증오심에 대해 털어놓고 그런 것들을 죽을힘을 다해 내 인생에서 몰아내고 싶어도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서 모두 비밀로 하겠다고 그와 거래를 해야만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엄마가 알았으면 싶었다. 즉 그것은 내가 현실적으로 엄마와 함께 살 수 없다는 의미였다. 엄마의 남편이자 내 양아버지가 그녀의 인생에서 빠지고 더 이상 비밀을 만들지 않아도 될 떄가지는 기분 좋게 엄마랑 함께 살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가 술을 마시든 AA에 가입하든 술을 끊겠다고 약속하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가 우리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된 과거의 비밀이자 나의 비밀스러운 과거였으며, 그가 내 방으로 가지고 들어온 내 인생의 부서진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깨 위로 드라큘라의 망토를 휘날리고 눈에는 늑대 인간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만 같았으며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 나 자신을 더럽고 나약하게 느꼈다. 켄이 근처에 있기만 해도 나는 지금처럼 엄마랑 둘이 있을 때라든가 아이멘이나 로즈, 심지어 러스와 있을 때는 그들이 알든 모르든 나는 본이었지만, 양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는 여전히 어둠 속에 홀로 누워 있는 어린 채피였다. 하지만 이젠 총이 있으니 그렇게 안 될 것이다.

그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은 술 때문이야, 채피. 엄마가 말했다. 알코올 말이야. 그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 그래서 그러는 거야. 그건 네가 이해해야 해.

좆같은 소리에요! 내가 대꾸했다.

오, 채피. 그 문제는 더 이상 상관하지 않는 게 좋겠어. 켄 얘기는 여기서 그만두자. 알겠니? 오늘은 우리가 다시 만난 좋은 날이야. 괜히 그런 말로 분위기를 망쳐야 쓰겠니. 그리고 제발 욕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았어요. 그런데 켄과는 이혼할 건가요? 네? 그럴 거에요? 제 말은, 엄마가 꼭 그 사람이랑 헤어져야 한다는 거에요. 엄마가 모르는 것들에 대해 들은 게 있어요. 전 다 안다고요.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들을 필요 없을 것 같다.

좋아요. 아무튼 엄마는 당장 그 인간을 집에서 쫓아내야 해요 그래야 집으로 돌아가고 청소도 할 거 아니에요. 그가 집을 완전히 좆같이 만들어 놨다고요. 아, 욕해서 미안해요... 그렇지만 그건 엄마 집이잖아요? 친아버지가 엄마에게 준 거죠? 엄마도 알다시피 켄은 그저 양아버지일 뿐이에요. 엄마가 허락하지 않는 한 그에게는 그 집에서 살 권리가 없어요. 그리고 그가 집을 얼마나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는지 엄마가 봐야 해요. 정말 너무 기가 막히고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어요.

채피야, 제발 그만해라. 더 이상은 내 일에 상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켄과 난 잘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곧 잘 될 거야. 네가 참견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준다면 말이야.
저요? 자전거 벨 소리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내가 반문했다. 저 말이에요? 그럼 엄마는 제가 문제라는 거에요? 하! 정말 웃기네요.

엄마는 마치 바람이라도 쇠려는 양 내 머리 뒤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문제가 있는 사람은 켄이에요. 내가 아니라고요. 나는 그렇게 항변했지만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건 정말 아니야, 채피! 엄마가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이제 완전히 화가 났으며 이제 모든 것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엄마는 말했다. 이 녀석아, 넌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넌 지난 1년 동안 정말 많은 문제들을 일으켰어. 네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켄과 나는 잘 지냈을지도 몰라. 내가 1년 내내 그렇게 짜증을 내지도 않았을 테고, 켄 역시 자기한테 닥친 문제들과 수많은 실패 때문에 그렇게 술에 의지하지도 않았을 거야. 누가 알겠니? 만약 네가 마약을 하고 물건을 훔치는 일 따위에 빠지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많은게 달라졌을 거야. 네가 만약 지금까지 학교를 잘 다니고 제대로 된 친구들을 사귀고 있다고 생각해 봐.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거야.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 넌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행복해, 채피. 지금부터 우리가 힘을 합하면 모든 게 좋아질 거야. 그러니 우리 세 식구 모두 잘해 보자.

아뇨, 젠장. 됐어요.

무슨 소리니? 넌 그럼 잘해 보고 싶지 않은 거니?

셋은 안 될 말이에요. 그러니까 전 엄마랑 살고 싶어요. 엄마랑 산다면 정말 잘해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켄은 안 돼요. 그 인간이 거기 있는 한 절대 불가능해요.

거기라니?

어디든 엄마가 있는 곳요.

글쎄... 미안하지만 넌 그런 결정을 할 수 없어. 켄이랑 함께 살지 말지는 엄마가 결정하는 거야. 그건 켄과 엄마가 결정하는 거지 네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우리는 아직 잘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난 임시로 할머니 집에 있는 거야. 켄이 술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 말이야. 그게 전부란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는데, 넌 할머니 집에서 엄마와 함께 살 수는 없어. 거긴 겨우 내가 있을 공간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네가 만약 엄마랑 한 집에서 살고 싶고, 환영을 받고 싶다면, 지금 엄마가 한 말을 이해하고 우선 얼마랑 켄이 문제를 잘 해결하게 해 줘야 하는 거야. 우린 잘될 거야. 그리고 그동안 넌 켄을 참아 줘야만해. 기꺼이 그렇게 해 줘야 해.그가 변하게 잘 좀 대해 줘. 우리 셋이 네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그 이전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함께 살려면 정말이지 변해야 할 게 너무나 많단다.그리고 너야말로 누구보다도 가장 많이 변해야 할 사람이야. 켄도 그렇고... 그 역시 조금은 달라져야겠지.

엄마는 마치 커다란 양보라도 한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내게서 조금 물러나 가슴 위로 팔짱을 꼈다. 그것은 언제나 엄마가 결정을 끝냈다는 뜻이었고, 자기 영역에 말뚝을 박았으니 이제 논쟁을 끝내자는 의미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게 반감만 불러일으켰다.

엿 먹으라고요, 엄마.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절대로 변하지 않아요. 아무것도요! 그때 내가 거의 소리 지르는 것처럼 말한 모양이다. 엄마가 그런 내 모습에 깜짝 놀라기라도 한 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으니 말이다.

엄마는 모든 걸 그냥 예전 그대로 두려는 거에요!

이제 나는 완전히 울부짖고 있었다. 엄마,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제발 한 번만 제 말을 들어주세요.

나는 엄마에게 간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내 비밀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한, 엄마는 심지어 내 말을 들어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을 것이며 어쨌거나 그렇게 할 수도 없음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 엄마에게 비밀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늦은 것이다. 결국 나는 큰 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으며 어리석은 요구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엄마가 내 요구를 들어 줄 거라고 생각했거나 심지어 그러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모든 걸 변화시키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사실에 화가 나고 좌절했기 때문이며, 또한 그 방법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엄마, 알아요? 알고 싶어요? 말해 주죠. 선택은 엄마가 해야 하는 거에요! 그래요, 저랑 켄 중에서 엄마가 선택해야 해요. 좋아요. 우리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요. 왜냐하면 둘 모두와 살 수는 없으니까요. 확실한 건 그것뿐이에요. 그러니까 엄마, 어서 한 명을 선택해요. 저에요, 켄이에요? 신중하게 결정해요.

그만! 당장 그만둬! 엄마가 말했다.

엄마 옆에 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빌어먹을 정신병자 주정뱅이 변태 남편이에요? 아니면 엄마의 유일한 핏줄인 부랑아 아들이에요? 레드 로버, 레드 로버, 누굴 데려갈래요, 엄마? 저에요, 켄이에요?

그떄 나는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하던 레드 로버 놀이를 더올렸다. 선생님들은 그 놀이가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무서운 놀이였다.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두 줄로 길게 늘어서서 가운데 공간을 남기고 서로 마주본다. 그러면 중앙에 있는 아이 하나가 말한다. 레드 로버, 레드 로버, 채피를 보내. 그러면 나는 내가 뭔가 특별한 일에 선택된 거서럼 흥분해서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두 줄 사이의 마치 무인도 같은 공간으로 간다. 나는 그곳에 혼자 서서 아이들의 시선을 받는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상대편 아이들이 늘어선 줄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나보다 덩치가 큰 아이들의 팔에 쿵 부딪히고 만다. 당시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덩치가 가자 작은 아이들의 이름만 부르곤 했다. 그 아이들은 너무 작아서 줄을 뚫고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줄을 뚫으면 원래의 줄로 안전하게 되돌아올 수 이으며, 동시에 우리 편의 차례가 되어 상대편의 가장 작은 아이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상대편 아이가 줄을 뚫는 데 실패하면 그는 우리의 포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막판에는 상대편 한명만 남고 이쪽 편에는 그 아이만 빠진 모든 아이들이 길게 늘어선다. 그러면 마지막 남은 아이는 이젠 자기 한 명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더 이상 부를 사람이 없음을 알게 된다. 대개 그렇게 막판에 혼자 남겨지는 아이는 5학년이나 6학년 정도의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센 아이였다. 하지만 결국 진 쪽은 그 아이라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어쨌거나 나는 결코 마지막에 남는 아이는 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나는 항상 놀이 초반에 이름이 불리는 아이였고 그때마다 아, 안돼 같은 말을 내뱉으면서도 언제나 상대편에게 잡히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상대편에게 잡히는 걸 몰래 기뻐했다. 나는 힘세고 강한 아이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 아이는 결국에는 외톨이처럼 혼자 남겨져서 레드 로버, 레드 로버, 운동장에서 가장 작은 아이 채피를 보내, 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너... 넌... 진짜 아주 못된 아들이구나! 엄마는 빠르게 말하고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엄마의 눈물은 슬픔보다는 노여움에 가까웠다.

그래요. 그렇지만 한쪽을 선택하는 편이 엄마에게도 한결 편할 거에요. 그러니까 어서 택해요. 누구에요? 멋진 남편이에요? 아니면 못된 아들이에요?

엄마가 두 손을 꼭 쥐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우리 모자 관계를 영원히 망쳐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앗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엄마의 얼굴은 검붉었고 조금 전에 만났을 때보다도 주름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엄마는 내 눈앞에서 늙어 가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내가 엄마에게 이런 선택을 강요할 필요가 없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까지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내게서 모든 선택권을 빼앗아 간 사람은 바로, 내 친아버지가 떠난 후에 엄마가 결혼하기로 선택한 엄마의 남편이었다. 그는 엄마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에게서 선택의 자유를 빼앗은 그 남자 켄은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것이다.

엄마가 거의 손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가라. 채피, 가 버려.

그 순간을 나는 항상 기억한다. 그때 이후로 그 장면은 내 머릿속에서 수백 번이나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내가 뭐라고 했는지는 별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알았어요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조용히 배낭을 집어 들었다. 그러면서 배낭에 든 9구경 권총을 떠올린 것도 같지만, 다행히 나는 대량 학살범이 되고픈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었던 것 같다.

먼저 할머니를 뵈러 가야 겠어요. 그냥 가서 작별 인사라도 드리려고요. 전에도 인사는 안 했잖아요. 그런 다음에 다시 버몬트의 유기농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좋은 대로 해.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죽기라도 한 듯 풀 죽은 모습이 역력했지만, 정작 그 아들은 죽기는커녕 엄마의 코앞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때 엄마는 내가 죽기를 바란 것 같다. 그러니까 사실은 처음부터 내가 지금처럼 어딘가에 살아 있기보다는 실종되었거나 사망했기를 은근히 바랐다는 말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로 나는 이렇게 떠남으로써 엄마가 정말로 원했지만 감히 요구할 수는 없었던 것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넌 정말 좋은 아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엄마에게 작별을 고했다. 또 봐요! 그리고 병원 로비의 커다란 녹색 식물 뒤편 의자에 몽롱하고 슬픈 표정으로 앉아 있는 엄마를 뒤로 하고 걸음을 했다. 문에 도착해 뒤돌아보니 엄마는 한시름 놓은 표정이었다. (~252p)




10대 청소년 문학 중에서도 매운맛. 청소년이 탈선하는 과정에 대해 상세히 그리고 있다. 집에서 학대 당한 아이들, 돌아갈 곳을 잃고 타인을 너무나 순진하게 믿는 아이들.


주인공은 친구와 함께 마약도 팔고, 방화도 하고, 도둑질도 하며 탈선을 저지르지만, 금세 흥미를 잃고 집으로 돌아간 친구와 달리 주인공은 갈 곳이 없다. 이 소설의 핵심이 그 부분이다. 돌아갈 곳이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주인공은 결국 어느곳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마약상이던 자메이카인을 따라 자메이카로 밀입국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백인소년으로서 관광객을 상대로 마약장사를 하게된다. 주인공은 자신을 자메이카로 데려온 사람을 믿고싶어하지만, 은연중에 자신을 도구로 쓰는 그의 속내를 알아차린다.


동시에 자메이카에서 친부를 찾으며 의지할 사람이라는 희망을 가지지만, 결국 모든 희망은 깨지고 어느 누구도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엔딩조차 참 찝찝하기 그지없어서 청소년에게 권장하기도 참 뭣한 소설이다. 오히려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자식 키우는 부모가 읽으면 적절할만한 책이다.


다만 자메이카로 건너가는 부분부터가 사실상 2부인데, 여기부터 중남미 토속신앙과 얽어 무언가 설명하기 시작한다. 번역 문제인지, 배경지식 문제인지 몇 번을 읽어도 이게 뭘 뜻하는 건지 잘 감이 안왔다. 꾸역꾸역 어떻게든 읽긴 했는데 그 부분은 다시 읽고싶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