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현실을 완벽히 재현해낼 수 없어

궁극적으로 재현하려고 하지만


분명히 현실과 책 간에는 메워지지 않는 괴리의 지점이 있다고

이를 외면하고

책 안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것이 담겨 있다고

그것이 이 세상을,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결론짓고

보이지 않는데도 그것이 보인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은

자기기만이야

분명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은 현실에도 없고 책에도 없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회피하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하는 시도는 짧게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줄테지만 그 끝에는 결국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그리고 그런 진리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허무에

직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인정해야해 책 속에서 어떠한 구원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을

책은 그저 묵묵히 혼돈의 세상을 고통스럽게 통과하면서

희미하게 보이는 현실의 파편들을 보여줄 뿐이야

책은 겸손한 자세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우리에게, 세상의 끝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어

구원은 없어 그것을 인정해야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구원을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