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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na Tartt


내가 좀 일찍 태어났다면, 그리고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사진 속의 작가를 한 번이라도 만나고, 대화해보고 싶어서 일종의 스토커 짓을 했을지도 모름


그만큼 나는 이 작가에게 좀 집착함


근데 그녀는 겨우 세 편의 소설밖에 쓰지 않았음


그 데뷔작인 The Secret History를 나는 좋아해서 세 번 정도 읽었는데


고로 내가 그 소설 주인공이 생활하는 기숙사 방을 마치 내 대학시절 기숙사 방처럼


그 창문과 햇살과 그 침대의 축축한 이불까지 또렷하게 떠올리는 걸 납득할 수 있음.


하지만 그녀의 비교적 최근작인 The Goldfinch의 경우, 나는 그 소설을 퍽 재밌게 읽지 않았음


꽤 긴 소설인데 중간중간 억지로 읽는 부분이 꽤 있었음


그래서 나는 그 소설이 퓰리처 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개인적으로 성공적인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신기한 게


그렇게 별로 재밌었던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 떠올려보면, 그 소설 역시도 


흡사 내가 살아낸 과거의 기억처럼 떠오름


예를 들면, 주인공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뉴욕까지 버스를 갈아타며 혼자 여행하는데(사진 속 같은 개를 쇼핑백에 숨겨서)


그 여행이 정말 내가 과거에 여행했던 기억처럼 떠오르는 거임


과장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의 어떤 사적인 장면을 곱씹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아련함이 되살아남.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오직 내 머리와 마음으로만 남아있는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짐



그래서 그 소설을 다시 펼쳐보면,


역시 다른 소설과는 달랐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됨


역시 그녀의 소설은 플롯을 우선하는 소설이 아니었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됨


그래서 처음 읽을 때보다 두번째 세번째 읽을때 제대로 음미하게 되는 것 같고


아무튼 그럼, 신기한 소설가임


이곳에서 언급되는 문학의 거장들처럼 심오한 문장을 쓰는 작가는 아닐지언정, 나의 체험으로는 그녀가 가장 글을 잘쓰는 소설가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