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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에 번역된 책들 목록이 있는 걸 보면 독붕이들 말대로 한국에서 읽히는 sf 작가 중에선 메이저한 게 맞나 보다


위 짤에서 영어 제목으로 된 것들은 번역이 안 된 거고 나는 못 읽어봄


어스시 3권까지는 읽어봤고 4~6권은 사놓고 못 읽어봄. 나머지는 다 읽어봤는데 예전에 읽은 것들은 인상이 좀 가물가물하네


어쨌든 르 귄의 주 제재는 성, 정치, 도(노자), 인간 본질 탐구 정도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런 제재들이 전부 어지러이 섞여서 하나되는 독특한 맛이 르 귄 작품의 특징임


마치 문화인류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나는 문화인류학에 대해서 잘 모르고, 대중적인 인식과 같은 의미로 썼음. 나는 대중이라서.


SF지만 엄밀한 과학적 묘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보면 됨


일단 누구든 읽고 후회하지 않을만한 작품으로


'어둠의 왼손', '빼앗긴 자들', '어스시 초기 3부작'을 꼽을 수 있겠음


르 귄은 누가 뭐래도 페미니스트임. 그런데 이 작품들에는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적은 편임. 굳이 꼽자면 어둠의 왼손이 있긴 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명작임. 나머지에는 정말로 아예 없다고 봐도 됨


이걸 읽고 르 귄이 좀 맘에 들었으면, 헤인 연대기 초기 3부작


'로캐넌의 세계', '유배 행성', '환영의 도시'를 읽으면 됨


환영의 도시는 처음 제시한 작품들과 비슷한 정도로 훌륭한데, 앞의 두 권 빌드업을 읽어야 재밌게 읽을 수 있음


물론 앞의 두 권도 재밌지만 저 책들보단 좀 덜한 편이고, 그냥 환영의 도시만 읽어도 읽을 수 있음


르 귄의 모든 소설은 그냥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음. 모든 장편과 단편은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음. 하지만 세 권 전부 순서대로 읽으면 훨씬 재밌음


이 목록까지도, 페미니즘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됨


단편집 중에서 한 권 추천하라고 하면 '바람의 열두 방향'


여기 실려있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꽤 유명한듯. 나도 좋아하고


퀄 높은 어스시와 헤인 단편들이 모여 있어서 입문작으로도 좋아 보임. 실제 내 입문작이 이거였음


한 권 더 꼽자면 '내해의 어부'. 표제작 내해의 어부도 아주 좋았고 르 귄이 처음 쓰는 워프 이야기들도 좋았음


'세상의 생일'도 상당히 괜찮았고 (역시 단편집)


'하늘의 물레'와 '서부 해안 연대기'는 재미없었던 기억 (전자는 꿈이 현실이 되는 사람에 대한 장편. 후자는 3권짜리 청소년용 판타지 장편 시리즈)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은 약간 밍밍했고 (베트남 전쟁을 거칠게 모사한 외계 세계에서 펼쳐지는, 꿈이 얽힌 잔혹한 우화)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은 읽고 나서는 결국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 심하게 드라이하고 SF 요소는 거의 없었음. 극단적인 자본주의로 노예제를 실시하며 외계에 대한 공포로 이웃 행성을 식민지화한 세계에서, 저항하는 노예들 이야기


어스시, 서부 해안 연대기, 빼앗긴 자들, 세상의 생일 전부 다시 읽어봐야 하는데 새 책들 읽느라 시간이 없네


앞에도 잠시 썼지만, 내가 르 귄의 작품을 집으며 가장 크게 바라는 것은, 생생한 '문화인류학 다큐멘터리(대중적인 의미의)' 를 보는 맛임


야만 속의 질서. 폐허에서도 꿈틀대는 권력. 순수한 악의와 거짓말로 지탱되는 사회. 낭만적이지 않은 원시와 이성적이지 않은 문명.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믿음, 사랑, 용기.


르 귄은 나를 이런 세계 속에 던져줌. 지극히 현실적인, 비현실적인 세계. 그래서 좋아함.


넷플릭스는 르 귄 작품 영상화 안 하고 뭐한대냐 PC충들 입맛 맞추기도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