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터키 이스탄불에선 작지만 큰(?)사건이 하나 있었다. 제22차 세계철학대회를 대한민국 서울이 유치했던 것. 서양 철학의 종주국이었던 그리스 아테네를 물리치고 얻은 결과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제22차 세계철학대회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대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에겐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는 대회이지만 세계철학대회는 큰 의미를 지닌다.

전 세계 철학자들이 모두 모이는 만큼 현 시대를 반영하는 사상계 지도가 그려지기 때문. 특히 이번 서울 대회는 '철학계의 세대 교체'가 이뤄진 뒤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라 의미가 더 깊다. 지난 10년 동안 철학계는 들뢰즈ㆍ데리다ㆍ푸코 등 대가들의 사망으로 구심점을 잃었고 대신 그 자리를 메우는 차세대 거목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철학대회를 찾을 석학들의 면면을 통해 현대철학의 방향을 예측해보자.


◆ 주디스 버틀러(버클리대 교수) =

'퀴어 이론'의 창시자이자 페미니즘 이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 현존하는 최고 페미니즘 이론가. '퀴어 이론'이란 '생물적 성 정체성(Sex)'과 '사회적 성 정체성(Gender)'은 사회적으로 정의된 분류 기준이며 개인을 동성애자나 이성애자, 남성 또는 여성 등 폭넓은 표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이론. 즉, 사람을 하나의 분류에 넣어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ㆍ'안티고네의 주장' 등 저서가 있다.



◆ 빗토리오 훼슬레(노트르담대 교수) =

플라톤 및 헤겔 철학의 전통을 잇는 독일 철학계를 대표하는 철학자다. 그의 철학의 특징은 인간의 이성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긴다는 점.

따라서 이성의 한계에 주목하는 '탈근대적 이성 비판'에 대해 강력한 반론을 펼친다. 즉, 현대 사회의 위기를 불러온 것은 이성의 과잉이 아니라 이성에 대한 믿음의 상실이라는 것.



◆ 사이먼 블랙번(케임브리지대 교수) = 윤리학ㆍ언어철학ㆍ형이상학 등 철학의 전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자. 현대 영국철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철학을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며 저서 역시 대중 철학부터 학술적 철학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학문적 입장에선 사람들이 외부 세계를 인식할 때 있는 그대로 직접 인식한다는 '실재론'에 가까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 앨빈 골드만(럿거스대 철학과 교수) =

영미 인식론 분야를 대표하는 철학자다. "지식이란 신빙성 있는 과정을 통해 나온 '참'인 믿음의 집합체"라고 주장하는 자연주의적 입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인식론적 방법론을 법에서의 증거문제, 투표행위, 언론의 진위 여부 등에 적용한 연구를 많이 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인식론, 심리철학, 인지과학 등이다.




얼마나 삭만한지 대충 견적이 나오네... 딱 라인업만 봐도 현시대에 대한 반영이 보임